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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빛좋은 개살구 " IT 신규취업시장
[커버스토리] "빛좋은 개살구 " IT 신규취업시장
  • 이경숙
  • 승인 2000.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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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IT업체 77% 지난해보다 채용 줄여…그나마 대부분 경력자 모집
“제2의 취업대란이 올 수도 있다면서?” “내년엔 IT 쪽도 취업이 힘들어진다던데?”

강의실 여기저기서 취업 준비생들의 근심어린 목소리가 수근수근 들려온다.
취업설명회나 박람회에 간다며 강의실문을 나서는 학생들 얼굴에서 긴장의 빛이 가시지 않는다.
ㄱ대 경영학과 졸업반의 경우, 70여명의 학생 가운데 취업한 학생은 단 두명이다.
수강생 중 30, 40%가 취업증명서를 내고 강의실을 나가던 지난해 이맘때의 들뜬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IT 채용 장밋빛 전망 속에도 신규구직자는 깜깜
내색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초에 세웠던 신규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상승을 비롯해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방침 철회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나 대기업 계열사들은 어차피 소수·수시채용으로 채용틀을 바꾼 만큼 경기동향을 지켜보자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파는 일간지 채용광고에서부터 나타났다.
한 일간지에 실린 사원모집 광고를 보자. 이달 들어 지난해 이맘때보다 20%나 감소했다.
1, 2월보다는 40%나 줄었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아직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채용계획이 없다거나 규모를 줄였다는 보도가 나가면 주가가 떨어지고 사내 분위기가 동요할까 우려한다.
정보기술이나 전자업종에 대한 전망은 이와는 대조적이다.
하반기 IT 업종의 채용규모에 대해선 “23만명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4배 늘어난다”는 등등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말 IT업종이 꽉 막힌 신규 취업문을 뚫어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주요 IT업체들은 채용시장에서 조용히 한발 물러나 있다.
지난 9월25일부터 27일까지 <닷21>과 잡코리아 www.jobkorea.co.kr가 주요 업체 50개의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35개사 가운데 77%인 27개사가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였다.
소니, 델, 후지쯔 등 외국계 기업과 LG-EDS, 현대정보기술, 위즈정보기술 등 큰 기업 일부가 채용인원을 늘렸을 뿐이다.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곳도 다우기술과 삼성SDS 정도다.
신규채용 문은 더더욱 좁다.
35개 업체 중 22개사가 경력직을, 7개사가 신입사원을 위주로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개사는 신입과 경력을 반씩, 2개사는 경력 여부와 무관하게 선발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옥션과 새롬기술, 델, 피코소프트는 100% 경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신입사원으로 100%를 뽑는 한국통신은 2차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IT업종의 채용규모가 커보였던 것은 대부분의 조사가 신규채용과 경력채용을 합쳐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과대포장도 한몫했다.
이화여대 취업정보실 표경희 실장은 기업이 언론사나 조사기관에 말하는 채용규모와 실제 집행내용이 다르다고 귀띔한다.
기업들이 경쟁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해 채용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한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벌써부터 몸으로 한기를 느낀다.
취업안전지대라는 명문대 공과대학생들조차 불안해 할 정도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졸업준비위원장 이승호(23·컴퓨터공학과)씨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신규채용도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다”며 “아직 취업시즌이 남아 있는데도 강의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기업은 인력난, 구직자는 취업난 경력과 신규인력 사이의 명암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더 선명하게 갈렸다.
상반기 인력난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취업난으로 뒤집어졌다.
잡코리아를 통한 구인, 구직현황(그래프 참조)을 보면, 상반기엔 구인기업이 구직자보다 많았지만 7월 이후부터는 구직자 수가 구인기업 수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내년 2월 졸업예정자들이 신규인력으로 채용시장에 대거 진출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경력자 선호는 여전해 신규인력의 취업난과 기업의 인력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잡코리아는 “소규모 업체일수록 당연히 생산력이 높은 경력자들을 선호한다”면서 “신입과 경력을 모두 뽑겠다던 업체가 경력자만 선발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리쿠르트 www.recruit.co.kr도 같은 분석을 내놓는다.
굴뚝기업의 온라인 비즈니스 강화와 닷컴기업 위기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교육이나 훈련기간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쿠르트는 “정보기술 업종의 채용인원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신규취업 문은 여전히 좁은 실정”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 신규인력들의 출구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력자급’ 신규인력이 되라고 충고한다.
잡코리아 김화수 대표는 “취업준비생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경험을 갖추지 못한 채 눈만 높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기업 인턴이든, 교내 전산실 아르바이트든 기업들은 조직에 근무해보거나 실무를 해본 인력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무 경험을 오래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잡비전코리아 www.job1919.com 마케팅팀 이대성 팀장은 경험의 질을 강조한다.
가령 프로그램 개발자의 경우, 이전에 참여한 프로젝트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취업에 유리할 뿐 아니라 신입이라 해도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 업무를 도급으로 진행하는 업체에서 일한 경험도 높이 쳐주는 경력 중 하나다.
작은 아르바이트 일자리 하나, 봉사활동 하나라도 자신의 경력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신중하게 고르라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불안해하지 말고 소신있게 자신을 고급인력으로 키워나가라.” 이것이 채용 관련 전문가들이 새내기 취업준비생들에게 주는 충고다.
“투자심사자의 눈으로 내 직장을 골라라”
직장 고르기 10계명 1. 구인내용보다 기업정보를 챙겨라 입사희망 기업의 업종, 대표이사, 자본금, 설립연도, 사원수, 규모, 상장 여부, 주소, 사업내용, 개발실적 등을 빠짐없이 살펴보자. 홈페이지 관람은 필수. 콘텐츠나 사이트 개발업체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만으로도 회사의 현재를 가늠해볼 수 있다.
디자인이 시대에 뒤처졌다든지,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다든지, 업데이트 일자가 6개월이 넘은 기업이라면 미련없이 뒤돌아서라. 2. 사업과 업종이 다양한 업체는 심사숙고하라 전문성이 높아야 생존 가능성도 크다.
한가지 아이템이라도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좋다.
3. 복리후생을 점검하라 스톡옵션을 받아 몇년 후 한몫 챙기겠다는 생각을 하는가. 그러나 스톡옵션의 꿈은 닷컴 위기를 거치면서 물 건너간 지 오래다.
4대보험(의료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업무기여도에 따른 인센티브, 격주 휴무, 탄력적인 근무시간 적용 등 눈앞의 복지부터 챙겨보자. 4. 신입은 중견벤처로, 경력은 신생벤처로 만약 당신이 신입직원이라면 일단 연봉이 적더라도 중견벤처에서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경력자라면 확실한 비전과 수익모델을 지닌 신생 유망벤처에서 꿈을 펼쳐보는 것도 좋다.
5. 사원을 키워주는 기업이 자신도 큰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IT 업계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업도 마찬가지. 회사가 관련 서적 구입, 세미나 참가, 교육과정 등 직원의 자기계발에 얼마나 지원을 해주는가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요인이다.
6. 면접 때 반드시 회사대표를 만나라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려면 구직자 역시 구인업체를 면접봐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회사대표의 마인드이다.
인터넷에 대한 기본지식과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지, 회사의 비전을 확실히 피력할 수 있는 사람인지, 사원을 어느 정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인지 알아보자. 7. 자신의 업무영역을 정확히 파악하라 자신은 웹기획자로 들어갔는데 입사 후 프로그램도 짜고 웹디자인까지 해야 한다면 정말 당황스러울 것이다.
인력이 부족한 IT 업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이니 취직 전에 꼭 책임자의 확답을 받아라. 8. 근무조건을 알아보라 부푼 가슴을 안고 입사한 기업의 첫 출근날, 자신의 PC와 전화, 책상 하나 변변치 않다면 얼마나 실망이 클 것인가. 또 점심을 매일 직접 해먹어야 하는 회사라면 얼마나 성가신 일인가. 특히 여성이라면 꼭 점검해보길. 9. 무조건 연봉을 높게 부르는 곳은 일단 의심하라 연봉이 높다고 무조건 좋아해선 안 된다.
자신의 능력에 냉정히 비춰보아 적정수준을 넘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거품 기업일 수 있다.
10. 시간을 끌지 말라 내 회사란 느낌이 온다면 바로 입사하라. 이것저것 너무 따지다가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자신의 비전과 일치하고 미래가치가 있는 회사라면 과감히 선택하라. 연애하듯 회사에 ‘콩깍지’가 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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