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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3년 경력이면 무조건 모셔가겠다"
[IT] "3년 경력이면 무조건 모셔가겠다"
  • 김상범
  • 승인 2000.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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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IT업계 구인전쟁 공로주까지 지급...신규인력양성보다 경력자 선호 분위기 만연
“경력 3년이면 무조건 모셔가겠다.

인터넷 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력유치 경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프로그래머에서 마케팅 인력, 네트워크 전문가, 컨설턴트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분야도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닷컴기업 위기설은 인력난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개발자 인력난은 만성질환 “지금 당장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어느 분야인가?” 닷컴기업은 물론 솔루션 업체,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제일 먼저 꼽는 것이 개발인력이다.
2~3년 경력의 C++, 자바 프로그래머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데려오겠다고 아우성이다.
심마니 손승현 사장은 “벤처기업은 특성상 신입사원을 뽑아 가르칠 시간여유가 없다”며 “이 때문에 최소한 2~3년된 경력자가 절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경력자는 고사하고 신입사원 제대로 뽑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우노서치 이상용 사장은 “프로그래머에 대한 수요는 늘 넘쳐났다.
하지만 사람을 찾을 수가 없는 형편”이라며 “아예 프로그래머 찾아달라는 요청은 처음부터 거절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 헤드헌팅 업체조차 사람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개발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기업들은 외국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통합메시징서비스 업체인 텔스톤이 인도인 개발자를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해외인력 채용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바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인 대구의 써니벨시스템은 인도네시아 보골(Bogor)대학교에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설립했다.
여기서 인도네시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자바 프로그래머 등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양성, 국내 IT 인력난으로 인한 빈자리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대인정보시스템도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개발자 채용을 검토중이며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이미 인도 현지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로커스, 핸디소프트, 휴맥스 등 벤처기업들은 인도 뉴델리 근교인 구르가온에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 회장(옥션 대표이사)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인도 출신 개발자들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협의중”이라며 “현재와 같은 인력난 상황에서 좋은 인력이라면 비용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해외인력으로 국내 인력난이 단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력난이 빚어낸 새로운 풍속도 인력난으로 IT 업계에서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연봉과 별도로 계약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ㅇ사는 최근 5년차 프로그래머를 팀장급으로 영입했다.
연봉은 3천만원 정도에 합의를 봤다.
그러나 연봉과 별도로 계약금을 지급했다.
연봉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 회사 ㄱ사장은 “2, 3년차 개발팀장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5년 경력의 프로그래머라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야 했다.
기존 직원들과 형평성을 고려해 연봉을 높일 수는 없었고 별도 계약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고급인력에 대한 계약금 지급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한 인터넷 업체 사장은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급인력을 확보하려는 업체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우노서치 이상용 사장은 “요즘은 제법 경력이 되는 사람의 경우 별도 보너스 형태의 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에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IT 인력 전문 헤드헌팅 업체인 브레인서치 이시은 사장도 “계약금은 아니지만 공로주 형식으로 연봉 이외의 혜택을 지급하겠다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제 프로스포츠 시장처럼 IT 인력들에 대한 계약금 지급이 별 거부감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헤드헌팅 업체 에스씨컨설팅 정준상 사장은 “대체로 연봉의 1∼1.5배 정도가 사이닝 보너스란 이름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귀띔한다.
계약금 지급과 함께 또하나의 새로운 인력채용 풍속도가 인재를 추천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이다.
어차피 인력을 구해오는 것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일. 따라서 쓸 만한 경력자를 추천해 데려오면 추천자에게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다.
어차피 헤드헌터를 이용한다 해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일인데다 헤드헌팅 업체가 여전히 미덥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직원을 통해 추천을 받는 것이 손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사람 추천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회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직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심마니 손승현 사장은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한번도 지급하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고 설명한다.
전방위 인력난, 해소 기미가 안 보여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비즈니스가 헤드헌팅이다.
신생 헤드헌팅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고 직장생활과 별도로 헤드헌팅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헤드헌팅 업체들이 받는 수수료는 소개자가 받을 연봉의 20, 30% 정도. 괜찮은 비즈니스다.
더구나 요즘같은 인력난 상황에서는 황금시장으로 비친다.
그러나 실제 업체들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브레인서치 이시은 사장은 “사람을 구해달라는 곳은 줄을 서 있지만 사람 구하기 힘든 것은 헤드헌팅 업체도 마찬가지”라며 “공급이 워낙 달리다보니 헤드헌팅 비즈니스가 겉보기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우노서치 이상용 사장도 “요구는 많은데 사람이 없다”고 잘라말한다.
수요는 많아 시장이 클 것 같지만 공급 역시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거래 성사율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인력난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에스씨컨설팅 정준상 사장도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주문이 밀려들어온다“며 “올 연말까지 20명을 구해달라는 식의 주문도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생각처럼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인력난은 비단 개발인력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개발인력난이 만성적인 현상이라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CRM, 보안 분야의 컨설턴트 인력은 아예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마케팅, 콘텐츠 기획, 웹 디자이너 등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전분야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개발인력에 대한 수요가 절정에 달했고, 올 상반기에는 마케팅 인력이 상한가였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보안 컨설턴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얘기다.
IMT-2000, PDA 등 통신 및 하드웨어 엔지니어도 몸값이 금값인 분야로 꼽힌다.
전반적으로 인력대란 상황이다.
브레인서치 이시은 사장은 “무선인터넷, 솔루션, 네트워크 분야를 막론하고 신기술 분야는 석박사급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인력난이다.
전기전자, 제어계측 분야 등 어느 분야를 꼽을 수 없을 만큼 IT 업계가 완전히 대란”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기업이 후보자를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가 기업을 인터뷰하는 상황이죠.” 국내 IT 업계 인력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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