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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꿈의 이동통신’은 꿈?
[포커스] ‘꿈의 이동통신’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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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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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불안정한 기술·비싼 단말기 등 난제 많아 내년 5월 서비스 회의적
“더이상 비디오가 필요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미장원에 가느라고 강의를 빼먹은 여자친구를 위해 카메라가 장착된 단말기로 강의를 녹화해주며, 여자친구에게 영상으로 전송해줄 수도 있다.
기차를 타고 지방출장을 가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면 주치의를 통해 원격 검진을 받을 수도 있다.
하나의 단말기로, 전세계 어디서나, 누구하고든, 어떠한 형태의 통신도 가능하게 해준다.


한 통신서비스 사업자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글이다.
‘3세대 이동통신’이라고 하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을 이처럼 극적으로 묘사하기도 힘들 것이다.
때문에 차세대이동통신 서비스엔 항상 ‘꿈의 이동통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지난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IMT-2000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벌인 숨막히는 접전도 이런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았다.
비관론, 국내외에서 점차 확산 국내에서도 내년 5월부터 이런 ‘꿈의 서비스’를 시작한다.
서비스 시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사업자들의 각오도 대단할 듯하다.
하지만 웬인일지 잔칫집 분위기가 아니다.
한편에선 서비스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더 나아가 현재의 기술 수준과 시장전망에 비춰볼 때 서비스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도 등장하고 있다.
설령 내년 5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도 서울 일부 지역에만 ‘시험 서비스’를 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출발 전부터 시련을 맞고 있는 셈이다.
사실 유럽에선 일찌감치 ‘3세대 비관론’이 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과도한 주파수 경매 대금이 문제였다.
지난해 치른 주파수 경매에서 유럽의 통신회사들은 영국 정부에 39조원, 독일 정부에 52조원 등 엄청난 출연금을 내야 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통신업체들이 2017년이나 돼야 이익을 낼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투자비에 비해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통신회사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췄다.
지난 4월 말 NTT도코모의 서비스 연기는 3세대 비관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도코모는 i모드(i-mode)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주파수 대역폭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세계 통신 시장을 선도한다는 명분 이외에 3세대 서비스를 빨리 시작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도코모가 서비스를 연기했으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비스를 연기한 이유도 유럽처럼 자금 문제가 아니라 비동기식(W-CDMA) 기술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물론 도코모는 98년 6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한 자체 규격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때문에 도코모가 비동기식 진영이긴 하지만 ITU에서 승인한 표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도코모의 서비스 연기는 아직 한번도 검증되지 않은 비동기식 기술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서비스 연기를 결정한 사업자가 도코모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3월, 일본의 제이폰(J-Phone)은 내년 6월로 서비스 시기를 6개월 가량 늦췄다.
유럽 지역에선 최초로 8월부터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던 스페인도 서비스 연기를 발표했다.
스페인의 서비스 연기도 기술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서비스 일정은 동기식 사업자의 선정 실패와 맞물려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SK텔레콤과 한국통신프리텔 등은 3세대 서비스 내용과 엇비슷한 동기식(cdma2000-1x)에 각각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 업체들이 내년 5월부터 다시 비동기식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1조~2조원에 이르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NTT도코모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서비스 연기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엄청난 투자 규모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서비스 연기론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사정이 딴판이다.
당시에는 비동기식 사업자들이 IMT-2000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내세운 명분 성격이 짙었다.
국내 비동기식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도 있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이에 비해 비동기식 사업권을 이미 따낸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부딪히고 있는 문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장비, 단말기, 콘텐츠, 시장 여건 등 서비스 성공의 4박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완벽’한 게 없는 것이다.
비동기식 규격은 아직 미완성 우선 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비동기식 표준 규격은 아직 최종안이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비동기 규격(Rel5)은 내년 초나 돼야 나온다.
따라서 최종 규격에 맞춰 개발한 장비는 내년 말이나 2003년 초께 선을 보인다.
망을 깔고 안정화 시험을 거친 다음 본격 서비스를 하려면 2003년 말쯤이나 가능한 것이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최종 규격으로 내년 6월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99년이나(Release99)이나 2000년에 발표된(Release2000) ‘미완성’ 규격으로 장비를 깔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규격만으로는 가입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하기엔 부족하다.
속도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자격조건’으로 정한 2Mbps에 한참 못미칠 뿐 아니라 위치추적 서비스도 지원되지 않는다.
일단 서비스를 시작해도 추가적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것이다.
미완성 규격으로 서비스를 시작해도 시간은 빠듯하다.
우선 서비스 사업자들은 장비공급업체 선정을 위해 제안공고와 제안요청서를 보낸다.
그 다음에 성능시험(BMT)을 거쳐 장비공급업체를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장비를 깔고 안정화 테스트를 거치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성능시험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는 이미 시스템이 안정된 코드분할다중방식(cdma) 조차 1년여의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동기식 사업자들은 아직까 성능시험 시기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한국통신의 IMT-2000법인인 KT아이컴은 7~8월께 성능시험을 한다는 계획이고, SK텔레콤의 IMT-2000법인인 SKIMT는 아직 제안요청서조차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동기식의 경우 아직 상용화가 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안정화를 위해서는 cdma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직은 모든 게 암초인 셈이다.
물론 서비스 사업자들은 내년 5월부터 상용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기술 수준이나 일정을 고려할 때 상용 서비스가 아니라 ‘시험’ 서비스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비스 사업자들은 서울지역 가운데도 광화문이나 강남 등 아주 일부 지역에만 서비스를 할 공산이 크다.
“3세대 이통통신을 선도한다”는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실질적 서비스보다는 시늉만 내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단말기 가격도 걸림돌이다.
2세대 통신서비스와 3세대 통신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는 컬러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컬러 액정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80만~100만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물론 서비스 사업자들이 지난해처럼 대리점에 보조금을 풀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시장여건도 3세대 통신 사업자들에게 호의적인 편이 아니다.
경기침체는 제쳐놓고라도 1시간30분 분량의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가입자들은 8만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비싼 무선통신보다는 비디오나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는 편을 택할 게 뻔하다.
기술적으로 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도 일반 가입자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듀얼모드 칩은 정책적 걸림돌 초기 투자비 때문에 가입비나 사용료도 현재의 휴대전화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단말기 기능이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40대 이상 소비자들에겐 당분간 먹혀들기 힘들다.
무엇보다 서비스 사업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신규 가입자 유치는 힘들고 결국 기존 가입자를 3세대 가입자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현재 휴대전화 이용료보다 더 비싼 요금을 내게 할 수 있을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업계에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는 형편이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진행되더라도 마지막 관문이 있다.
동기식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정부가 비동기식 사업자들에게 듀얼모드 칩 내장을 의무화한 조건을 풀지 않으면 예정대로 서비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듀얼모드 칩을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인 퀄컴이 2003년 하반기나 돼야 칩이 나올 수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가 안정화되고 가입자가 늘면 서비스 사업자의 수익도 오르고 요금도 내려간다.
비동기식이 안고 있는 숱한 시련과 난점도 2005년께 전국망 서비스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02년 5월, 월드컵 시작전’이란 시간의 ‘마술’에 사로잡혀 매를 자청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한국통신·SK텔레콤, 엇갈린 잇속
같은 비동기식 사업자이지만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서비스 시기를 놓고 잇속이 엇갈린다.
SK텔레콤은 굳이 비동기식 사업을 2002년 5월로 못박고 싶지 않은 눈치다.
SK텔레콤은 2.5세대인 IS-95C(cdma2000-1x)에 올해만도 7천억원을 투자한다.
전체적으로는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cdma2000-1x보다 진화한 서비스인 1x EV-DO(데이터 전용 무선기술로 최대 2.4Mbps까지 구현할 수 있다)로 업그레이드하기만 하면 3세대 동기식 서비스가 된다.
따라서 SK텔레콤은 이미 투자하고 있는 1x 서비스를 최대한 길게 끌고가 투자비를 뽑고 싶어한다.
SK텔레콤은 한국통신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서비스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통신은 KTF와 KT아이컴의 처지가 다소 다르다.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엠닷컴의 합병 법인인 KTF는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IS-95C에 좀더 힘을 쏟고 싶어한다.
KTF가 지난 3월 말 1x EV-DO(HDR)를 국내 처음으로 시연한 것도 이런 내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IMT-2000법인인 KT아이컴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비동기식 서비스를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3세대 서비스를 통해 한국통신이 이동통신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KT아이컴이 SK텔레콤보다 먼저 장비업체들에게 제안요청서를 보낸 것이나, 3세대 서비스 연기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현재 내부 교통정리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xEV-DO란
퀄컴은 지난 98년 6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3세대 동기식 표준 규격으로 cdma2000-1x와 cdma2000-3x 등 두가지를 제출한다.
따라서 현재 2.5세대로 불리는 cdma2000-1x도 사실은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승인한 3세대 표준 규격인 셈이다.
하지만 cdma2000-1x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초당 144kbps 속도로, 정지 상태에서 최대 2M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내도록 규정한 ‘3세대 통신’의 자격조건에 다소 모자란다.
때문에 동기진영에선 cdma2000-1x를 좀더 발전시켜 데이터의 전송 속도를 최대 2.4Mbps까지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게 된다.
EV(Evolution)란 cdma2000-1x에서 ‘진화’했다는 뜻이며, DO(Data Only)란 데이터 전용서비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퀄컴이 개발한 고속데이터 전송기술인 HDR(고속데이터전송기술)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정식 표준명칭은 1xEV-DO가 맞다.
1xEV-DO는 오는 10월 ITU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애초 3세대 동기식 표준으로 알려진 cdma2000-3x는 기술적인 구현의 어려움 등으로 규격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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