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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점포 탐방]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금융기관 점포 탐방]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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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금융상담 한곳에서 창구 통폐합해 원스톱 서비스… 금리 낮은 사이버론도 이용해 볼 만 고객들이 은행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받는 첫 느낌은 ‘돗대기 시장’처럼 북적댄다는 것이다.
그 복잡함 속에서 현금자동인출기가 더 빠를까, 아니면 창구를 이용하는 게 더 빠를까 하고 머릿속에서 주판알을 튕기면서 줄을 선다.
월말이면 그나마 앉을 자리도 없어 번호표를 뽑고 나서 쭈뼛쭈뼛 서성거리게 마련이다.
은행에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일이 서너가지 정도라면 더욱 성가시다.
예컨대 입금을 하고 신용카드 재발급을 받은 다음, 대출상담을 받으려면 창구 3개는 돌아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일단 번호표를 뽑고 나서 한뼘짜리 전광판에 자신의 번호가 찍히기를 기다려야 한다.
간신히 입금을 하고 나서는 ‘카드상담’이라고 쓰인 창구에 가서 용무를 밝힌다.
다시 대출을 받으려면 이번엔 융자창구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단순 입출금은 빠른 창구에서 그런데 상담이란 게 대개 20~30분씩으로 길어지는 건 보통이다.
앞손님은 뒷손님 때문에 눈치가 보여 충분히 상담을 받기 어렵고, 뒷손님은 앞손님이 언제 끝날지 몰라 연신 시계만 쳐다보기 마련이다.
옆창구에 있는 손님이 행여 직원과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닐까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대개의 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이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는 없다.
지난 7월4일부터 창구가 기존 은행과 완전히 다르게 배치됐다.
신용카드, 예금, 대출, 외환 따위의 창구는 아예 없어지고, 대신 ‘빠른 창구’와 ‘OK 창구’, ‘VIP 창구’로 단순화됐다.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이 새로운 ‘레이아웃’은 본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구 바꾸기 작업, 즉 MRB(Millennium Retail Branch)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새천년을 맞아 개인고객들에게 좀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MRB 프로젝트는 은행 거래를 간편하게 하고 상담은 충분히 받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빠른 창구’에선 입출금이나 공과금 처리 같은 단순 거래를, ‘OK 창구’에선 긴 상담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MRB 프로젝트의 핵심은 ‘OK 창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OK 창구’는 모두 6개의 창구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창구에는 직원들이 한명씩 앉아 있다.
여기서 한 직원으로부터 예금, 신탁, 대출, 외환 등 모든 업무를 상담받을 수 있다.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선임상담역 강범현(40) 차장은 “고객의 금융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를 주는 금융거래는 모두 OK 창구로 돌렸다”고 말한다.
때문에 OK 창구는 번호표부터 일반 입출금 창구 번호표와 다르다.
번호표를 토해내는 기계에는 6명의 OK 창구 직원 이름이 붙어 있고, 이름 옆에는 대기하고 있는 고객 수가 표시된다.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골라 기다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손님이 적게 기다리는 직원의 번호표를 뽑아도 되는 것이다.
창구별로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한 것도 특색이다.
최근 들어 고객들은 개인정보 누출을 꺼린다.
기존 은행창구에선 혹시 옆사람이 대화를 듣지 않을까 신경을 쓰며 조그맣게 얘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OK 창구에선 칸막이 덕분에 고객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강범현 차장은 “충실한 상담 분위기를 살릴 수 있고, 고객들과 직원들의 친밀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상담이 필요없고 단순 입출금 거래를 원한다면 ‘빠른 창구’를 이용하는 게 고객입장에선 훨씬 낫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담 업무는 모두 OK 창구에서 처리한다.
따라서 입출금 거래만 처리하는 빠른 창구에선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짧아지는 것이다.
레이아웃을 바꾸면서 결제 단계도 크게 줄여 웬만한 사항은 일선 창구 직원이 처리한다.
고객입장에선 그만큼 업무처리가 빨라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MRB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현금인출기도 2대나 더 늘려 고객들의 빠른 처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일선 지점에 ‘VIP 창구’가 따로 마련돼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은행 지점에선 대개 ‘귀한 손님’은 지점장실에서 접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소문 지점에선 지점장실 바로 옆에 VIP 창구를 따로 마련했다.
전담직원 2명을 두고 신한은행 주거래 고객들이 좀더 편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정해선(44) 지점장은 서소문 지점의 특성으로 볼 때 앞으로 은행창구 시스템 개선이 크게 빛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한다.
서소문 지점은 시청과 언론사, 항공사 등 오피스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다.
때문에 주요 고객도 직장인일 수밖에 없다.
“직장인들은 시간이 부족해 빠른 처리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게다가 이곳저곳 창구를 이동하다 시간을 뺏기면 직장에서 눈치가 보이잖아요. 아마 직장인들에게 딱 맞는 금융서비스가 될 겁니다.
” 물론 MRB 창구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을 때 고객들이 낯설어 했던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대출업무를 보러온 고객이 ‘빠른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빠른 창구’에서 상담을 해줬다.
하지만 한두번 방문한 고객들은 원하는 업무에 따라 자연스레 창구를 찾아갔다.
창구 시스템을 바꾸기 전부터 고객에게 우편이나 메일을 보내 알린 것도 초기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사실 서소문 지역은 주변 지역에 거의 모든 은행 지점이 들어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든 은행들이 서소문 지점을 이른바 ‘중심점포’ 또는 ‘전략점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지점들의 부담은 이만 저만 큰 게 아니다.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도 여기서 예외일 수가 없다.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이 MRB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터넷 대출, 금리 0.5% 저렴 MRB 이외에 ‘인터넷 대출’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인터넷 접근이 쉬운 편이다.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한 지점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현재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서 사이버론과 창구 대출 건수를 비교하면 8 대 2 정도로 사이버론 비중이 훨씬 크다.
서소문 지점의 특성 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사이버론은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0.5%포인트 싼 편입니다.
보증이 필요 없어 이용자들에게도 상당히 편리하고요.' 물론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돈 굴릴 데가 없는 은행 입장에서도 사이버론은 짭짤한 수익원이다.
때문에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은 한달에 한두번 정도 지하철 2호선 시청역 부근에서 출근길 직원들을 상대로 인터넷 대출을 홍보하는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 뱅킹이나 인터넷 대출이 활성화되면서 점포를 찾는 고객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은행도 이제 고차원적인 자산관리 컨설팅 체제로 바뀔 것입니다.
” 정해선 지점장은 서소문 지점이 시대 흐름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정해선/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장
전문 컨설팅위해 더욱 노력할 터

-‘OK 창구’는 상담전용 창구이므로 한번 줄을 서면 고객이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직원 한명이 맡은 고객 숫자가 몇백명 정도로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물론 점심시간이나 월말에는 다소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굳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손님 입장에선 원스톱 서비스가 좋지만 한 직원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MRB를 위해 사전 교육을 많이 받았다.
지점 안에서도 업무가 끝난 뒤 비공식적으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게다가 적금이나 대출, 카드 업무란 게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한두달 정도 지나니까 대개 직원들이 무리없이 일을 처리하고 있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완전히 숙달될 것으로 본다.
-어느 회사든 시스템을 바꾸면 직원들의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경력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예컨대 OK 창구에서는 예금이나 카드 등 종합적인 업무를 한다.
여기서 경력을 쌓으면 어느 부서에 가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융자 등 중요 업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직원들의 반응이 좋다.
OK 창구 직원 6명 가운데 3명이 여직원이다.
-OK 창구의 취지는 자산관리 컨설팅 따위의 질 높은 상담을 해주기 위한 것으로 안다.
재테크 컨설턴트는 몇명 정도 되는가. =6명의 OK 창구 직원이 모두 컨설턴트라고 볼 수는 없다.
2명 정도가 재테크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고도의 전문가는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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