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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몸사린 미국 벤처캐피털들
[머니] 몸사린 미국 벤처캐피털들
  • 박종생
  • 승인 2001.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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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투자 전분기 대비 40% 감소… 거품 제거 효과·기술 둔화 우려 동시에 제기돼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해 4월 나스닥 대폭락 이후 벤처캐피털들이 벤처 투자 규모를 줄이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그 낙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벤처원과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머니트리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올 1분기 투자 규모는 101억달러로 전분기(168억달러)에 견줘 무려 40%나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 역사상 전분기 대비 낙폭이 가장 큰 것이다.
또 분기 투자 규모 101억달러는 99년 초 수준으로 투자 규모가 감소했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분기별 투자 규모는 지난해 1분기 때 260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이후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의 이런 투자규모 축소는 벤처캐피털들의 유력한 투자회수(Exit) 경로인 IPO(기업공개) 시장과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냉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350여개의 기술 기업들이 IPO를 했지만 올 들어서는 단지 5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기업 합병 시도도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에 따라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느낀 벤처캐피털들이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99년 이전 비하면 여전히 2배 높은 수준 벤처에 대한 투자 규모 축소는 99년 이후 절정을 이뤘던 벤처 거품이 제거되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이처럼 급격한 축소는 기술 혁신을 둔화시킬 수 가능성도 있다.
미국 경제는 벤처캐피털이라는 모험자본을 통해 벤처 산업을 일으켰고, 벤처 산업은 기술혁신을 가져옴으로써 90년대 신경제로 표현되는 장기간의 저물가 고성장을 구가해왔다.
벤처캐피털의 위축은 이런 기술혁신의 기운을 잠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벤처캐피털들의 벤처 투자 규모가 절대 규모에서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99년 이후 인터넷 붐이 일기 전과 견줘보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97년 1분기에는 23억3900만달러, 98년 1분기에는 44억3200만달러, 99년 1분기에는 58억8200만달러에 불과했다.
좀더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벤처 투자 규모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벤처원의 데이브 위더로우 최고경영자(CEO)는 “벤처 투자는 99년 2분기와 2000년 1분기 사이에 최절정을 이뤘다”며 “올 1분기에 투자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2년 전과 비교하면 두배나 많은 규모”라고 말했다.
특히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의미하는 초기 투자(First-Round)가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초기 투자 건수가 지난해 4분기에 견줘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총 투자 건수에서 초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분기 49%에서 39%로 감소했다.
투자 규모로도 지난해 4분기에는 전체의 30%를 차지했으나, 올 1분기에는 24%로 줄어들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파트너인 트레이시 레프트로프는 “이런 투자 감소는 증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미 예견돼왔던 일”이라며 “벤처캐피털들은 신규 투자를 물색하기보다는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후속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최근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Early Stage)보다는 확장 단계에 있는 벤처기업(Expansion Stage)이나 후기 단계에 있는 벤처(Later Stage)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와 벤처이코노믹스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올 1분기에 총 투자금액 중 48.7%를 확장 단계의 벤처에 투자했으며, 27.7%만을 초기 단계의 벤처에 투자했다.
또 IPO 직전의 후기 단계에 있는 벤처에 대한 투자는 22.6%를 차지했다.
NVCA는 “1년 전과 비교해볼 때 후기 단계의 벤처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며 “이는 벤처캐피털들이 초기 투자보다는 후속 투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통신·생화학 부문, 상대적으로 덜 위축 머니트리서베이의 산업별 조사결과를 보면 소비자 및 비즈니스 서비스, 전자 및 컴퓨터 하드웨어,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가 가장 크게 위축됐다.
이들 세부문에 대한 투자 규모는 전분기에 견줘 50%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해에도 내성이 강함을 보여줬던 통신과 생화학 부문은 올 1분기에도 다른 부문에 견줘 상대적으로 덜 위축됐다.
통신과 생화학 부문에 대한 투자는 전분기에 견줘 각각 38%, 37%씩 줄어들었다.
올 1분기 산업별 투자 규모는 통신 부문이 30억1700만달러로 수위를 차지했고, 이어 소프트웨어(19억700만달러), 소비자 및 비즈니스 서비스(17억2900만달러), 정보서비스(7억8600만달러), 생화학(5억5500만달러), 반도체(4억3200만달러), 의료기기(4억6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NVCA는 머니트리와 좀 다르게 산업분류를 하고 있다.
NVC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부문(Internet Specific)이 40억9300만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34.9%를 차지했으며, 이어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21억9600만달러, 18.7%), 통신 및 미디어(17억6500만달러, 15.1%), 반도체 및 전자(13억6800만달러, 11.7%), 의료 및 건강(8억4500만달러, 7.2%), 생명공학(5억2300만달러, 4.5%) 등의 순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당 기간 동안 2위 자리를 고수했던 통신 및 미디어 부문이 3위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관심의 대상인 인터넷 부문만을 따로 살펴보자. 우선 머니트리서베이에서는 인터넷 부문에 대한 투자가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분기에 85%에서 올 1분기에는 75%로 크게 줄어들었다.
인터넷 부문에 대한 투자 규모가 지난해 4분기에 134억달러에서 올 1분기에는 76억달러로 감소했다.
인터넷 부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인터넷 부문 내에서는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가장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전분기에 견줘 52%나 감소했다.
반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에 대한 투자는 전분기에 8억2400만달러에서 10억5700만달러로 늘어났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트레이시 레프트로프는 “벤처캐피털들이 인터넷 부문에 대한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은 서서히 기업들의 업무 수행의 한부분으로 통합되고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들은 인터넷 관련 기술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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