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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운명공동체의 닮은꼴 인생
[e비즈니스] 운명공동체의 닮은꼴 인생
  • 임채훈
  • 승인 2000.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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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띠앙·심마니, CRS와 ‘유로코’ 설립…내실 다지면서 독일에 공동 현지법인 세워
한글과컴퓨터 가문의 두 형제가 드디어(?) 손을 잡았다.
네띠앙 www.netian.com과 심마니 www.simmani.com가 공동으로 해외진출에 나선 것이다.


두 회사는 지난 6월 게임 업체인 CRS와 함께 ‘유로코’라는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이 유로코가 조만간 낯선 땅 독일에 깃발을 꽂을 태세를 갖춘 것이다.
심마니의 검색 솔루션과 네띠앙의 커뮤니티 솔루션이 CRS의 게임과 함께 게르만 점령에 나선다.
유로코는 독일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인터넷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닮은꼴 두 업체 독일이라는 생소한 나라에 국내 인터넷 업체가 공동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눈길을 끄는 소식이다.
하지만 공동전선을 구축한 업체가 심마니와 네띠앙이라는 데 더욱 관심이 쏠린다.
두 회사의 출신성분이나 성장과정이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네띠앙과 심마니는 둘다 한글과컴퓨터에서 탄생했다.
심마니는 한컴이 97년 7월 설립한 한컴네트의 한 사업부였고, 네띠앙도 한컴네트 네띠앙 사업부로 같은 해 12월 설립됐다.
한컴을 모태로 한 형제인 셈이다.
한컴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연유도 유사하다.
형편이 어려워진 한컴으로부터 떠밀려나온 것이다.
심마니는 98년 2월 데이콤에 팔렸고, 네띠앙은 별도법인으로 독립했다.
출가한 시기마저 거의 같다.
형제라 하더라도 출가를 하면 다른 길을 가게 마련. 하지만 이 둘은 한핏줄인 것을 속일 수 없었던 듯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했다.
검색하면 심마니를 떠올릴 정도로 심마니는 검색시장에서 우위를 나타냈다.
네띠앙은 무료 홈페이지와 무료 이메일 제공을 통해 메이저 업체로 성장했다.
98년 심마니는 천리안의 검색엔진으로 채택되고, 네띠앙은 99년 초 알렉사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이트에서 77위에 오를 정도로 고속성장 했다.
출가 후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잘 나가다 곤경에 빠진 것도 비슷하다.
99년부터 조금씩 후발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번씩 메일서버가 다운되고 속도가 느려터지자 네띠앙을 찾던 네티즌들은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심마니도 대기업 품에서 자칫 안일한 삶을 영위하며 검색엔진 개발을 하지 않다가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운명공동체의 공생전략, “함께 가자 독일로”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두 업체들은 새 CEO를 데려왔다.
한집안 출신이라는 것은 여기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네띠앙은 당시 유니텔 마케팅 책임자였던 홍윤선(38) 현 사장을 영입했다.
두달 뒤 심마니도 당시 한국통신인터넷 부국장이던 손승현(41) 현 사장을 영입했다.
두사람 모두 지분 한푼 없는 전문경영인이다.
변신을 시도한 지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본격적인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영역을 건드리기보다는 처음 시작했던 사업영역을 더 강화했다.
네띠앙은 지난 9월 사이트를 대폭 개선하면서 주력사업이던 커뮤니티를 더욱 굳혔다.
홍 사장은 “유료화를 해도 이탈 회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서비스를 철저히 개선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심마니도 검색엔진을 대폭 개선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손 사장은 “기존 검색 개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이다.
닮은꼴 경쟁을 해왔지만 두 회사는 처음으로 함께 가는 길을 택했다.
그 첫 시도가 독일 공동진출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또 같은 운명을 걷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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