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펀드인사이드] 왜 펀드 포트폴리오를 감출까
[펀드인사이드] 왜 펀드 포트폴리오를 감출까
  • 최상길(제로인 펀드닥터부장)
  • 승인 2000.10.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 펀드 포트폴리오를 감출까
은밀한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좋아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일반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은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펀드가 돈을 맡긴 고객의 자산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다른 까닭도 숨어 있다.
우선 펀드매니저 개인 입장에서 살펴보자. 매니저들은 무한경쟁에 가까운 주식시장에서 수익률 레이스를 벌이는 전사들이다.
경쟁상대는 넓게는 시장 전체지만 좁게는 투신업계의 다른 펀드매니저들이다.
간혹 수익률 자체보다 경쟁 매니저와의 상대수익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곤 한다.


경쟁 매니저간에 접전을 벌이는 찰나 어느 한쪽의 포트폴리오가 알려지면 공개된 쪽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상대의 종목구성을 알게 되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적게 가진 종목을 하한가에 집중 매도해 상대방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비신사적 전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런 제살깎기 경쟁은 거의 벌어지지 않지만 투신사들은 항상 이같은 불안 때문에 자산내역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린다.
또다른 이유는 투신사가 안고 있는 부실자산이다.
기업부도는 어느 시대에도 존재하는 것이기에 펀드의 부실자산 보유는 어쩌면 불가피하다.
간혹 투신사들은 의도적으로 부실자산을 대량으로 사들이기도 한다.
투신사간 수익률 경쟁이 벌어지게 되면 부도까지는 아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즉 고율 채권 매입을 통해 수익률 높이기 전략을 채택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신사들은 펀드내역 열람권을 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객들에게조차 자산명세서를 보여주길 꺼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관행이 변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의 자산운용사들은 투신협회 등을 통해 펀드가 가진 자산 100%를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펀드평가사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형화된 수단을 사용해 펀드의 스타일을 공표하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펀드를 선택해 투자하는 것이 관례로 정착돼 있다.
투자자들도 특정 펀드의 고수익이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많이 투자한 결과라는 것을 이미 알고 투자하므로 사후 분쟁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펀드를 운용하는 주체들도 고객들이 자신들의 운용성향을 선택해준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일관성 있는 자산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
투명한 펀드공개, 일관성 있는 자산운용, 성향에 맞춘 투자, 이런 것들이 내가 그리는 우리나라 투신산업의 발전된 모습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