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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선거 이기려면 '보트'를 타라
[페이스] 선거 이기려면 '보트'를 타라
  • 김윤지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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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문 사이트 ‘보트컴’ 개설…나스닥 상장 위한 투자유치 활동 벌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가 왔다.
모리스가 자문을 맡은 선거에서는 패배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고 선거전략가이다.
시골 출신의 무명 정치가 클린턴에게 92년과 96년 대권을 안겨준 것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특히 그는 정치에서 텔레비전의 힘과 역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용한 대표적인 ‘미디어전략가’로 통한다.
70년대 후반 클린턴과 처음 만나 그의 정치적 조언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처음 한 일이 클린턴의 가늘고 높은 음색을 매력적인 저음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다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하게 될 때까지 클린턴의 배후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거짓말’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이 정치적 입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공로도 한몫했다.


정상을 달리던 그는 워싱턴 고급 창녀와의 염문으로 백악관 정치고문 자리를 떠난 뒤 보트컴 www.vote.com이란 정치전문 사이트를 만들었다.
보트컴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을 투표에 부치고 그 결과를 관련 정치인들에게 전달하는 사이트이다.
사안마다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응답자 수가 2만여명을 넘을 정도로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리스는 이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정치(e-Politics)의 선구자로 자리잡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나온 그의 저서 에도 그런 그의 열망이 잘 나타나 있다.
‘인터넷과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쌍방향 대화’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이 책에서 인터넷이라는 일련의 정보통신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힘이 어떻게 재구성되고, 이것이 미국과 세계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가를 전망한다.
그는 인터넷이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은 ‘권력의 제5부’로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확실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돈선거’로 불리는 선거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면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에 접근하게 만들 수 있는 기제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유권자들의 흔적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여론조사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인터넷 정치가 궁극적으로 로비스트와 의회, 전통적 정당구조까지도 해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인터넷의 쌍방향성이 가지는 영향력을 강조한다.
그가 지난해 10월 보트컴을 연 뒤 처음 던진 설문은 ‘미 연방항공국은 항공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에 응답한 2만여명의 목소리를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백악관으로 날려보냈다.
1주일 동안 8만여건에 해당하는 유권자들의 의견이 날아들자, 백악관은 보트컴 이름으로 오는 메일을 1시간에 70통만 수신하도록 차단했다.
모리스는 그때 백악관이 21세기로 가는 다리를 불태웠다며 비난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정치가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 사이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리스는 서울에서 인터넷 정치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전달하고, 보트컴을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투자를 권했다.
‘딕 모리스와의 새로운 만남’이란 행사에서 미국 정치에서 인터넷이 몰고온 변화를 설파하더니, 투자자들과 이만섭, 한화갑, 최병렬 의원 등을 만났다.
우리나라에 오기 전 들른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을 만나 대규모 투자유치를 논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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