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1. '불안한 동거'냐 '행복한 결혼'이냐
1. '불안한 동거'냐 '행복한 결혼'이냐
  • 유춘희
  • 승인 2000.10.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 CEO제 성공비결...역활분담을 명확히 하라
최근 적잖은 벤처기업들이 ‘공동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M&A(인수합병)에 따라 이질적 조직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권력을 나눈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엔지니어 출신인 창업 CEO가 마케팅과 대외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군을 끌어들인 형식이다.
이때 등장하는 지원군이 주로 대기업 출신 ‘노장’들이다.
이들은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기획·마케팅 경험도 풍부하다.
외국기업 출신이라면 경영 프로세스를 선진화하는 특기를 발휘한다.

경험많은 경영자를 영입하는 것은 벤처기업이 회사의 틀을 갖추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필수 절차일지도 모른다.
창업 사장이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또 한사람의 사장을 영입하는 건 용기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떻게 운용하는가’다.
한 회사에서 두명의 사장이 조화로운 경영을 펼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제대로 된 권력 부활이 성공변수 VoIP 장비 개발업체인 ㅋ사의 공동대표였던 ㄱ사장은 이달 중순부터 통신 에뮬레이터 개발 벤처기업으로 출근한다.
ㅋ사에서 연구개발과 대외투자를 맡은 오너를 도와 영업과 내부조직을 챙기기로 했지만 6개월만에 자리를 차고 나왔다.
그는 “업무 영역이 확실하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결국 오너의 생각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동경영 체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나모인터랙티브의 김흥준-박흥호 체제. 각각 마케팅과 기술개발을 나눠 맡았다.
나모는 해외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코스닥에서도 우량주로 자리잡았다.
두사람은 한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창업을 같이 해 이해의 폭이 넓고 역할을 분명히 나눠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
옥션도 이금룡-오혁 두사람의 성격에 맞게 업무를 나눠 트러블 없이 운영되는 사례로 꼽힌다.
나모나 옥션의 공동경영 성공비결은 ‘명확한 역할 분담’이다.
전문가들은 공동경영이 성공하려면 권력 분할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명은 안쪽을 맡아 COO(최고관리책임자)로서 조직관리와 직원교육 등 내부 경영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다른 한명은 바깥쪽을 맡아 마케팅과 영업, 투자를 이끌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 CEO들은 공동경영 체제에 대해 부정적이다.
<닷21>이 23개 벤처기업 사장에게 물었더니, 19명의 사장이 “비효율적 것으로 도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대부분이 “전문경영인에 대한 오너의 간섭이 너무 심할 것”이라는 우려를 앞세웠다.
의도는 훌륭하고 창업 초기에 고려할 만하지만, 운용하면서 두사람의 비전과 마인드가 틀어지면 조직 전체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컨설팅 업체의 공동대표로 취임한 ㅇ사장은 “소유경영에서 전문경영으로 가는 과정에서 도입할 만한 제도”라며 “대주주(창업자)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주주로서 감시 역할만 하기에는 불안할 때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의사전달 시스템이 미숙한 상황에서 단독대표 체제는 정책결정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때 공동CEO 가운데 한명이었던 또다른 ㄱ사장은 “태양은 하나”라는 말로 공동CEO의 폐해를 지적한다.
“경영은 합의가 아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서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양보하거나 모른 척 넘어갈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공동CEO라도 둘 사이에 ‘확실한 상하 체계’를 갖추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