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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법무장관님'의 수익모델
[페이스] '법무장관님'의 수익모델
  • 이정환
  • 승인 2000.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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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포털서비스 로우시컴 사장된 김태정 전 장관…무료 서비스 통해 “낮은 데로 임하겠다”
“장관이야 며칠밖에 안 해봤으니 잘 모르겠고 검찰총장하던 때보다 훨씬 힘들어. 저녁에는 잠이 안 올 지경이야.”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이 돌아왔다.
몇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로우시컴 www.lawsee.com이라는 법률 포털서비스 업체 사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곤혹스런 몇장면을 마지막으로 여론의 이목에서 사라졌던 그는 벤처기업에 뛰어들면서 과거 검찰총장 시절의 자신만만함과 여유를 완전히 되찾았다.
수익모델을 생각하고 콘텐츠 유료화를 걱정하는 그는 이제 영락없는 벤처기업인이다.


잠깐 구치소에 다녀왔던 지난 1월 김 사장은 법률 서비스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변호사는 왜 그렇게 만나기 힘든지, 갑자기 일이 닥쳐 허둥대는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유전무죄’도 문제지만 ‘무지유죄’도 문제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단다.


김 사장은 모든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 인터넷을 통한 법률 서비스 구상까지 닿았다.
보석으로 석방된 후 몇달 동안 김 사장은 인터넷과 컴퓨터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컴맹’이나 다름없던 그가 ‘컴광’이 된 것이다.
닷컴기업 CEO가 된 뒤로 부쩍 바빠졌다.
사이트를 꼼꼼히 뒤지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고객들 메일에 일일이 답장을 보낸다.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변호사 수임에 역경매 방식을 도입한 ‘오아시스’ 서비스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법률정보 서비스 등도 김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는데 300만원밖에 없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하루 만에 서너명의 변호사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200만원에 맡아주겠다는 변호사도 있다.
의뢰인들은 전국 변호사들을 검색하고 입맛에 맞는 변호사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문을 받을 수도 있고 의뢰인들끼리 의견을 교환할 수도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기술투자와 미래에셋벤처캐피털, SK텔레콤 등에서 10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수익을 목표로 한 말 그대로의 투자였다고 한다.
투자자들 앞에서 수익모델을 설명할 때는 식은땀이 흘렀다.
“무료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변호사들에게는 상담료를 준다고? 그러면서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인가?” “유료서비스는 실효성이 있는가?” “회원은 어떻게 확보할 생각인가?” 등등 질문이 쏟아졌다.
물론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애초부터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주주들을 위해 수익이 필요하다면 유료회원을 따로 모집하면 된다.
로우시컴은 화상면담이나 법률자문 서비스 등 등급별로 차별화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수익모델과 성공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는 요즘 휴식이 아깝다.
로우시컴의 로우시는 ‘낮게 보다’(low see)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위세당당했던 과거를 잊고 스스로 낮아지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세간의 부정적인 눈초리가 불편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로우시컴이 김태정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모든 열정과 경험을 쏟아붓고 있다.
한번 장관은 영원한 장관일까. 로우시컴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장관님이라고 부른다.
사실 ‘장관님’의 수익모델은 아직 그다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많은 닷컴기업 사장님들처럼 그도 수익모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닷컴 CEO는 검찰총장보다 어려운 자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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