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비즈니스 도구로 쓰이면서부터 활약했지만 닷컴기업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홈페이지 구축업체. 회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 모델도 단순하고, 성장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자로부터 주목받지 못한 단순 하청업체. 좋든 싫든 ‘웹 에이전시’는 지금까지 그렇게 불려왔다.
그러던 웹 에이전시가 ‘e비즈니스 컨설팅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웹사이트 구축은 기본이고, 고객의 비즈니스 모델을 웹에서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고, 기존 시스템과 효율적인 연동까지 조언한다.
세계 최대의 웹 에이전시로 꼽히는 에이전시닷컴 www.agency.com이 한국 진출을 선언해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재미동포 서찬원(미국명 챈 서)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회사 ‘에스나벤처그룹’과 15억원씩을 출자해 ‘에이전시닷컴코리아’를 출범시켰다.
사장은 컨설팅업체인 AT커니 서울지사의 조민영 이사를 선임했고, 매킨지와 앤더슨컨설팅, 삼성SDS, 제일기획에서 스카우트한 20여명으로 팀을 꾸렸다.
“나스닥 최고의 블루칩 될 자신 있다” 아시아 최초의 지사를 한국에 세운 서 회장은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흥겨워 했다.
그는 “홍콩과 중국, 일본도 검토했지만 인터넷 사용자층이 두텁고 무선통신 분야가 급속히 성장하는 한국이 아시아 진출의 전진기지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장도를 자축했다.
그는 “나의 일가친척이 있는 곳에 먼저 진출하고 싶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에스나벤처그룹과 합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란다.
서 회장은 5년 전에 단돈 80달러를 갖고 회사를 설립해 이제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컨설팅회사를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에이전시닷컴은 지난해 말 나스닥에 상장돼 첫날부터 공모가보다 4배 높게 거래되는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 14개 사무소를 두고 1600여명의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맥도날드, 컴팩, K마트, 코카콜라, 포드자동차, 나이키, 브리티시항공 등이다.
서 회장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을 떠나 뉴욕의 한 전문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대학을 나와선 직장을 구하지 못해 나이트클럽 종업원과 <타임>의 판매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타임> 자매지인 <바이브>(Vibe)의 온라인 책임자로 일하게 됐고, 인터넷 채팅을 하다 우연히 만난 케인 섀넌(현재 CTO)과 온라인 광고회사를 만들었다.
잡지 판매사원을 하면서 광고의 중요성을 깨달아 사업모델을 구상했다고 한다.
아직 독신인 그는 맨해튼의 단칸 아파트에서 브로드웨이 사무실까지 걷거나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하지만 에이전시닷컴은 설립 4년 만에 매출 1억달러를 달성했고 자신은 2억달러 재산가로 변신했다.
2003년 매출 목표는 10억달러.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나스닥 상장 이전에 <포천>지가 선정한 40살 이하 갑부 40명 가운데 들기도 했다.
최근 나스닥 증시 폭락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 대해선 “주가는 우리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며 느긋해 했다.
그러면서 “에이전시닷컴이 분기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올해 400% 가까운 성장 실적이 반영되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고의 블루칩 회사가 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에이전시닷컴의 한국 진출로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은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익인터넷을 위시한 토종 업체와 e삼성 계열의 오픈타이드코리아, 삼성SDS, 한국IBM 같은 대기업, PWC, 앤더슨컨설팅, 매킨지 같은 메이저 컨설팅 업체가 웹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판이다.
글로벌 업체의 상륙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올해 한국의 웹 에이전시 시장 규모는 4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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