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정글’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공중파 방송사들이 마침내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엄청난 속도로 뛰어들고 있다.
더이상 머뭇거리다간 ‘어느날 갑자기’ 먹이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뻗친다.
‘공공성’이라는 족쇄에 붙잡혀 ‘체통’을 지켜야만 했던 방송사들은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고 외친다.
이제 세마리의 사자들은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이빨’ 삼아, 숙련된 기술과 장비를 ‘발톱’ 삼아, 그리고 브랜드 파워라는 ‘갈기’를 휘날리며 본격적인 인터넷 방송가 평정에 나섰다.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앞길을 막는다면 결투도 불사할 태세다.
이 거대한 사자들은 숙명처럼 간직한 ‘위엄’을 지키면서 정글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인가.인터넷 방송은 멀티미디어 포석 KBS, MBC, SBS가 드디어 인터넷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공중파라는 이미지 때문에 겉으론 점잖은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속으론 뒤늦은 시장 진입을 보완하기 위해 바짝 신경을 조이고 있다.
공중파 3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차세대 멀티미디어 선두주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각 독립된 인터넷 방송국을 세웠다.
이들의 으르렁대는 소리로 지금 인터넷 정글이 뒤숭숭하다.
가장 발빠르게 정글에 뛰어든 사자는 SBS다.
지난해 8월 SBS의 데이터 정보팀과 PC통신 부서를 분리해
현재
KBS가 뒤를 쫓아 초원과의 경계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한국통신과 뉴미디어 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제휴하고, 그해 11월부터 인터넷 방송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주주총회를 열어 KBS와 한국통신이 50대 50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인터넷 방송국 <크레지오> www.cregio.com를 출범시켰다.
<크레지오>는 KBS의 콘텐츠를 서비스 하고 있으며, 최근 아셈정상회의를 생중계하는 공식 방송사로 지정됐다.
MBC는 가장 늦게 새로운 사냥터로 뛰어들었다.
올해 3월 <인터넷MBC>를 설립하고 7월부터
후발주자의 약점을 간직한
공중파 3사들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할 것을 대비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인터넷 방송의 노하우을 얻고, 콘텐츠를 멀티미디어로 전송하는 기술을 미리 확보하자는 것이다.
당장 먹을 사냥감보다는 정교하고 실질적인 사냥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인터넷 방송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이들의 도전을 부추긴다.
현재 인터넷 방송을 보는 네티즌들은 평균 체류시간이 일반 사이트보다 3~4배나 길다.
인터넷 커머스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물론 모든 조건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공중파라는 위상 때문에 본격적인 인터넷 방송 사업과 비즈니스를 펼치기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
공영 방송사라는 금제를 최대한 피해가며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공공성과 비즈니스의 조화를 찾아라 KBS가 50%를 투자한 <크레지오>는 KBS와는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된다.
이것은 다른 경쟁자에 비해 모기업의 콘텐츠나 브랜드 지원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크레지오> 이홍기 사장은 “
반면 “<크레지오>는 기업으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는 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지오>는 웹캐스팅뿐만 아니라 다각도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대형 약국 프랜차이즈 및 의약품 공동구매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교육업체에 지분을 투자해 ‘크레지오에듀’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다.
KBS는 국영방송이라는 점에서 인터넷 사업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다.
KBS가 한국통신과 함께 운영한 <크레지오>를 지분투자 회사로 독립시킨 것도 이런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시험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중파 방송에서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던 것이다.
KBS는 최근 대담한 뉴미디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KBS는 10월 초 혁신적인 ‘뉴미디어 벤처 지주회사’ 설립안을 이사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획안은 인터넷, 데이터방송, 무선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 관련 사업을 관할하는 지주회사(가칭 e-KBS)를 설립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소프크뱅크처럼 7~8명 안팎의 최소한의 인원이 신기술 동향과 경제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자회사 설립, 제휴, 합작, 투자 등의 뉴미디어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공정표 뉴미디어센터장은 “아직 이사회에 계류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BBC의 뉴미디어회사나 NHK의 자회사들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모델”이라고 귀띔했다.
지금도 가장 적극적으로 인터넷 방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골프, 축구 등 스포츠와 관련된 케이블TV 채널을 이미 확보하고, 스포탈아시아와 제휴해 SBS스포탈닷컴 www.sbssportal.com을 세웠다.
최근에는 엘지텔레콤과 손잡고 무선 콘텐츠 사업에도 진출했다.
다른 경쟁자들이 내부인력 중심으로 경영진을 구성한 것과 달리
김춘상 사장은 “우리가 가진 특화된 장르에 비즈니스가 흐르도록 할 계획”이라며 “투자를 무분별하게 하기보다 파트너십을 잘 활용해 최소 인력으로 최대 비즈니스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개편안에는 데이터베이스 기반을 마련하고 쾌적한 인터넷 방송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서버와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일정이 담겨 있다.
특히 캐스팅 패밀리 채널을 두어 인디채널이나 중소 인터넷 방송사들을 공영방송의 무대로 끌어올리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다양한 수익모델 발굴이 과제 현재 공중파들의 인터넷 방송국 수입원은 광고와 콘텐츠 제작 협찬, 콘텐츠 VOD(주문형 비디오) 판매, 각종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이벤트 사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크레지오>는 교육 콘텐츠 부분에서 유료화를 시행중이다.
다른 인터넷 비즈니스에 비해 인터넷 방송에서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수익모델도 다양하다.
현재
PPL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스타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나 소품을 보는 즉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벤트나 세미나 중계를 통한 수익도 주요한 수입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수익모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중파 인터넷 방송은 공공성이라는 부담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e커머스로 가기에는 발걸음이 경쾌하지 못하다.
분쟁의 소지가 가라앉지 않은 저작권 문제도 복병으로 남아 있다.
한 인터넷 방송 관계자는 “공중파 인터넷 방송사는 브랜드 파워 때문에 기득권을 누리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비즈니스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중파 방송사들에게 인터넷 방송 시장은 황금시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공성 속에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를 건너뛰지 않으면 상상 속의 엘도라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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