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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공중파는 지금 인터넷으로 간다.
[커버스토리] 공중파는 지금 인터넷으로 간다.
  • 한정희
  • 승인 2000.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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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3사 인터넷 방송 신설…‘공공성’과 ‘상업성’ 행진곡 울릴 것인가
인터넷 방송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정글’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공중파 방송사들이 마침내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엄청난 속도로 뛰어들고 있다.
더이상 머뭇거리다간 ‘어느날 갑자기’ 먹이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뻗친다.
‘공공성’이라는 족쇄에 붙잡혀 ‘체통’을 지켜야만 했던 방송사들은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고 외친다.


이제 세마리의 사자들은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이빨’ 삼아, 숙련된 기술과 장비를 ‘발톱’ 삼아, 그리고 브랜드 파워라는 ‘갈기’를 휘날리며 본격적인 인터넷 방송가 평정에 나섰다.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앞길을 막는다면 결투도 불사할 태세다.
이 거대한 사자들은 숙명처럼 간직한 ‘위엄’을 지키면서 정글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인가.인터넷 방송은 멀티미디어 포석 KBS, MBC, SBS가 드디어 인터넷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공중파라는 이미지 때문에 겉으론 점잖은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속으론 뒤늦은 시장 진입을 보완하기 위해 바짝 신경을 조이고 있다.
공중파 3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차세대 멀티미디어 선두주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각 독립된 인터넷 방송국을 세웠다.
이들의 으르렁대는 소리로 지금 인터넷 정글이 뒤숭숭하다.
가장 발빠르게 정글에 뛰어든 사자는 SBS다.
지난해 8월 SBS의 데이터 정보팀과 PC통신 부서를 분리해 을 만들더니, 올해 2월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이름을 로 바꿨다.
현재 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조직구조를 9팀 체제로 개편했다.
KBS가 뒤를 쫓아 초원과의 경계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한국통신과 뉴미디어 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제휴하고, 그해 11월부터 인터넷 방송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주주총회를 열어 KBS와 한국통신이 50대 50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인터넷 방송국 <크레지오> www.cregio.com를 출범시켰다.
<크레지오>는 KBS의 콘텐츠를 서비스 하고 있으며, 최근 아셈정상회의를 생중계하는 공식 방송사로 지정됐다.
MBC는 가장 늦게 새로운 사냥터로 뛰어들었다.
올해 3월 <인터넷MBC>를 설립하고 7월부터 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간직한 는 지난 15일 확대개편안을 통해 기초작업을 정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방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공중파 3사들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할 것을 대비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인터넷 방송의 노하우을 얻고, 콘텐츠를 멀티미디어로 전송하는 기술을 미리 확보하자는 것이다.
당장 먹을 사냥감보다는 정교하고 실질적인 사냥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인터넷 방송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이들의 도전을 부추긴다.
현재 인터넷 방송을 보는 네티즌들은 평균 체류시간이 일반 사이트보다 3~4배나 길다.
인터넷 커머스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물론 모든 조건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공중파라는 위상 때문에 본격적인 인터넷 방송 사업과 비즈니스를 펼치기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
공영 방송사라는 금제를 최대한 피해가며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공공성과 비즈니스의 조화를 찾아라 KBS가 50%를 투자한 <크레지오>는 KBS와는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된다.
이것은 다른 경쟁자에 비해 모기업의 콘텐츠나 브랜드 지원이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크레지오> 이홍기 사장은 “는 모방송국과 동일시돼 브랜드 파워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벽을 뛰어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크레지오>는 기업으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는 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지오>는 웹캐스팅뿐만 아니라 다각도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대형 약국 프랜차이즈 및 의약품 공동구매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교육업체에 지분을 투자해 ‘크레지오에듀’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다.
KBS는 국영방송이라는 점에서 인터넷 사업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다.
KBS가 한국통신과 함께 운영한 <크레지오>를 지분투자 회사로 독립시킨 것도 이런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시험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중파 방송에서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던 것이다.
KBS는 최근 대담한 뉴미디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KBS는 10월 초 혁신적인 ‘뉴미디어 벤처 지주회사’ 설립안을 이사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획안은 인터넷, 데이터방송, 무선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 관련 사업을 관할하는 지주회사(가칭 e-KBS)를 설립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소프크뱅크처럼 7~8명 안팎의 최소한의 인원이 신기술 동향과 경제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자회사 설립, 제휴, 합작, 투자 등의 뉴미디어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공정표 뉴미디어센터장은 “아직 이사회에 계류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BBC의 뉴미디어회사나 NHK의 자회사들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모델”이라고 귀띔했다.
는 민간방송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략을 구사한다.
지금도 가장 적극적으로 인터넷 방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는 향후 의 디지털 방송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면서, e비즈니스를 펼쳐가는 벤처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는 <크레지오>나 와 달리 본사의 디지털 콘텐츠 판권을 완전히 넘겨받았다.
뿐만 아니라 골프, 축구 등 스포츠와 관련된 케이블TV 채널을 이미 확보하고, 스포탈아시아와 제휴해 SBS스포탈닷컴 www.sbssportal.com을 세웠다.
최근에는 엘지텔레콤과 손잡고 무선 콘텐츠 사업에도 진출했다.
박찬근 사장은 “다른 공중파의 인터넷 방송사는 안 벌어도 먹고 살 수 있는 기업이지만 우리는 철저히 수익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기업”이라며 “데이터 방송과 관련한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는 내부를 다진 뒤 탄탄한 콘텐츠와 풍부한 맨파워를 무기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다른 경쟁자들이 내부인력 중심으로 경영진을 구성한 것과 달리 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잔뼈가 굵은 CEO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김춘상 사장은 “우리가 가진 특화된 장르에 비즈니스가 흐르도록 할 계획”이라며 “투자를 무분별하게 하기보다 파트너십을 잘 활용해 최소 인력으로 최대 비즈니스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는 15일 서비스 확대 개편안을 선보였다.
이 개편안에는 데이터베이스 기반을 마련하고 쾌적한 인터넷 방송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서버와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일정이 담겨 있다.
특히 캐스팅 패밀리 채널을 두어 인디채널이나 중소 인터넷 방송사들을 공영방송의 무대로 끌어올리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다양한 수익모델 발굴이 과제 현재 공중파들의 인터넷 방송국 수입원은 광고와 콘텐츠 제작 협찬, 콘텐츠 VOD(주문형 비디오) 판매, 각종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이벤트 사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의 경우 드라마 한편이 평균 300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는 하나로통신이나 두루넷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대가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크레지오>는 교육 콘텐츠 부분에서 유료화를 시행중이다.
다른 인터넷 비즈니스에 비해 인터넷 방송에서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수익모델도 다양하다.
현재 에서 진행하는 PPL(Product in Placement) 쇼핑몰은 좋은 예다.
PPL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스타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나 소품을 보는 즉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벤트나 세미나 중계를 통한 수익도 주요한 수입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수익모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중파 인터넷 방송은 공공성이라는 부담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e커머스로 가기에는 발걸음이 경쾌하지 못하다.
분쟁의 소지가 가라앉지 않은 저작권 문제도 복병으로 남아 있다.
한 인터넷 방송 관계자는 “공중파 인터넷 방송사는 브랜드 파워 때문에 기득권을 누리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비즈니스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중파 방송사들에게 인터넷 방송 시장은 황금시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공성 속에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를 건너뛰지 않으면 상상 속의 엘도라도일 뿐이다.
‘공익’ 추구하는 뉴미디어벤처지주회사 설립할 터 KBS뉴미디어센터 공정표 센터장 뉴미디어벤처 지주회사 설립안이 이사회에 상정되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지금같은 격변기에 신사업을 내부에서 처리하려 들면 계속 조직을 만들고 없애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바깥조직에서 그 역할을 하면 본체의 부담이 줄어든다. 그래서 별도법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KBS 조직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의 다른 IT 업체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키워주고 활용하기 위해서다.” 크레지오는 어떻게 되나. “자생력 있는 조직이다. 본체와 연계도 지속될 것이다. 크레지오를 통해 인터넷 방송에 대한 개념을 세울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상당한 무형자산이다.” 뉴미디어 사업에 대한 전망은? “통신, 전자, IT 업체들과 손잡고 IS-95C 동영상제공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현재 발표 직전의 단계에 와 있다. 무선인터넷, PDA처럼 뉴미디어 영역은 앞으로 계속 TV 영역과 겹칠 것이다. 당연히 디지털 체질로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 패션을 걸치는 것만으론 안 된다. 물론 그 시대에도 공익성은 KBS 사업의 근본가치다.”
부가가치가 있는 콘텐츠로 승부걸겠다 인터넷MBC 김춘상 대표 경쟁사와 비교해볼 때 iMBC의 포지셔닝이 어중간한 것 같다. “일반인들도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도우미가 iMBC가 추구하는 역할이자 전략이다. 기업으로서 상업성을 추구하지만 방송을 공공재로 이해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공익적인 서비스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10월 개편은 iMBC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집짓기로 얘기하면 기초공사라고 할 수 있다. 편한 생활공간으로 인터넷 서비스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초가 될 만한 서비스 환경을 만들어놓자는 것이다. 각종 정보의 데이터베이스 기반을 마련하고 서버,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그런 작업들의 일환이다” 인터넷 방송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인터넷 방송이 매체로서 가진 차별점, 즉 쌍방향성, 멀티미디어성, 축적성, 기능성 등을 살린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비즈니스적으로는 그와 더불어 인프라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콘텐츠, 유료로 제공하더라도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부가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핵심이다.”
디지털 센터로 시너지 높일 터 SBSi 박찬근 대표 SBS가 SBSi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SBSi는 SBS의 ‘디지털 윈도우’다. 즉 디지털 센터를 SBSi로 일원화해 차세대 멀티미디어 전략을 준비해 나가게 될 것이다. 본사와는 협력모델을 계속 유지하지만 대등한 입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펼칠 것이다.” 공중파 방송사라는 것 때문에 상업성에 제약을 받은 적이 있나? “쉽게 수익모델을 찾으려 하면 유혹은 있게 마련이다. 성인방송에 대한 유혹은 있었지만 공중파로서 그럴 수는 없지 않겠나?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중파에게 유리한 콘텐츠를 특화할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적극적이다. 콘텐츠 유료화 계획은 어떤가? “유료화에 대해 아직은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유료화 모델은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전략이다. 네트워크 등 인프라가 안정되고 콘텐츠가 상품으로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유료화를 시행할 생각이다.”
우리 시장에 맞는 e비즈 모델 정립중 크레지오닷컴 이홍기 대표 모회사 KBS와 한국통신이 각각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크레지오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 아닌가. “우리는 모회사들에서 독립적이다. KBS에서 방송전문가가, 한국통신에서 통신전문가가 와서 인터넷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크레지오라는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데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자율권이 높다는 점은 벤처를 지향하는 우리로선 장점이다.”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풀어나갈 것인가. “모회사와 크레지오는 보완적 관계다. 가령 우리는 KBS의 아날로그 영상물을 디지털화하는 대신 인터넷 상영권을 얻는다. 지난 한달간의 프로그램 전부는 크레지오에 와야 볼 수 있다. 한국통신과도 인터넷 방송 서비스 노하우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통신망을 확보하는 상호보완 관계를 맺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전망은? “웹 환경에 맞는 콘텐츠 개발은 우리의 기본 영역이다. 하지만 웹 콘텐츠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온라인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 모든 영역이 우리의 비즈니스 영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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