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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 성미전자 유완영 사장
[디지털리더] 성미전자 유완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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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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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종합 통신장비업체로
* 유완영 44년 출생 66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77년 벨연구소 책임연구원 7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87년 한국통신 대외협력실장, 사업개발단장, 통신연구소장 등 95년 LG전자 통신사업기획단 전무, LG정보통신 전무 등 99년 1월 성미전자 대표이사
  • 성미전자는 요즘 성인식 준비로 부산하다.
    종업원 550여명, 올해 매출액 3700억원(추정)으로 ‘성인’에 걸맞은 덩치를 갖췄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국내 유·무선 통신장비업체 가운데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부쩍 컸다.
    11월 초면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회사 이름을 ‘이스텔시스템즈’(EASTEL SYSTEMS)로 바꾸게 된다.
    회사 크기로 보면 이제 대기업 수준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속에서도 경쟁할 수 있어야 된다는 얘기죠. 성미전자라는 회사 이름이 창업할 당시에는 괜찮았고, 정든 이름이긴 합니다.
    하지만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아무래도 국제감각에는 뒤처진 감이 있어 바꾸기로 했습니다.
    한국이 위치한 아시아 동쪽에서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시스템 업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2004년까지 매출액 1조억원을 달성해 국내 최대의 종합 통신장비 기업으로 올라설 겁니다.
    2004년 매출액 1조원 목표
  • 애초 성미전자는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외국 시스템 업체의 유선 광전송장비를 국내에 들여와 통신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중개회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94년부터 광전송장비를 자체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런 성미전자가 최근 들어선 무선 시스템 장비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5월엔 국내 최초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비동기식 기지국을 개발해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성미전자 입장에서는 유선 쪽인 비대칭디지털가입자망(ADSL) 장비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만큼 모험을 걸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2세대 이동통신에서도 무선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중국에 동기식 중계기를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도 있지요. 3세대인 차세대이통통신에서는 중계기뿐 아니라 한단계 기술수준이 높은 기지국까지 직접 만들어 승부를 걸려고 합니다.
    4세대가 등장하면 핵심망인 교환국을 포함해 이동통신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2세대 중계기, 3세대 기지국, 4세대 교환국 등 이런 식으로 점점 핵심기술에 접근하는 것이지요. 어차피 통신시장은 무선과 이동성이 커다란 흐름이기 때문에 그쪽에 역량을 쏟아붓지 않고는 회사가 성장할 수 없습니다.
    광전송장치는 우리 회사의 주력상품이니까 그것대로 발전시켜야겠죠.
  • 내친 김에 차세대이동통신을 준비하는 성미전자의 입장을 물어봤다.
    성미전자는 차세대이동통신 표준논쟁에서 이른바 ‘비동기 진영’으로 분류돼 있다.
    비동기식 기지국 제품으로 시연회까지 열었으니 한쪽으로 편가름이 된 것은 그럴만 했다.
    그렇다고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사실 그럴 처지도 못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이 동기식 제품 개발에 주력해온 것에 비하면 독특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3, 4년 전부터 비동기식 장비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갔지요. 세계 시장 흐름을 보면 비동기식이 먼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IMT-2000 서비스를 시작하는 일본 NTT도코모가 좋은 예지요. 게다가 전문가들은 비동기식이 전체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유럽 쪽 에릭슨이나 노키아는 말할 것도 없고 북미 쪽 루슨트테크놀로지나 모토로라 등 대부분의 통신장비 개발업체들이 비동기식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지요. 우리 입장에선 분명 모험입니다.
    하지만 비동기식을 선택한 데는 이런 시장 분석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했습니다.
  • 그렇다고는 해도 성미전자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른 게 사실이다.
    세계 시장이 넓다지만 비동기식 장비의 기술력으로 따지면 에릭슨이나 노키아 따위를 따라잡기 힘들다.
    게다가 세계 메이저 장비업체들은 국내 차세대이동통신 장비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기지국과 교환국를 합쳐 ‘세트’로 무장한 이들과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해야 할 상황이다.
    성미전자가 파고들 틈새는 어디에 있을까. 외국 업체와 공동개발이나 공동수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동기식으로 준비했어도 상황은 엇비슷할 겁니다.
    사실 동기식 장비도 국내에선 개발되지 않았어요. 때문에 외국 장비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은 동기나 비동기나 도토리 키재기로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 메이저 회사들과 경쟁하기는 힘들지요. 성미전자는 핵심망인 교환국를 개발해온 업체가 아니니까요. 때문에 3세대에서는 외국 업체의 교환국 장비를 들여와 성미전자에서 개발한 기지국 장비와 합쳐 판매할 예정입니다.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외국 장비업체와 이런 협력 관계를 약정했습니다.
    기지국 장비가 전체 장비의 70%를 차지하니까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교환국 장비도 단계적으로 개발해나갈 겁니다.
    비동기식 선택은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 유 사장은 차세대이동통신 표준 문제가 나오자 신중해졌다.
    대기업과 정부에 할 말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워낙 미묘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성미전자의 ‘주력상품’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성미전자는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등에 DSLAM(사업자 쪽에 설치되는 중대형 장비로 ADSL망 접속장치), FLC(아파트 단지와 전화국 양쪽에 설치되는 광가입자전송장치)), WDM(서로 다른 파장을 한데 묶어 한개의 광섬유를 통해 전송하는 파장분할다중화장치) 같은 광전송망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 3대 주력 제품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에 그쳤다.
    시스템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표인 셈이다.
    지난해 매출이 안 좋았어요. 원래 목표했던 매출액이 1800억원이었는데 1523억원에 그쳤습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이 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계약을 했던 몇몇 관납사업이 올해 사업으로 미뤄졌어요. 덕분에 올해는 매출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아마도 11% 안팎의 영업이익률이 나올 것 같습니다.
  • 성미전자는 주식시장에서 늘 우량종목으로 손꼽혀왔다.
    자체 개발한 몇몇 광전송장치들이 시장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대 주력상품은 대부분 도입품이다.
    외국 장비회사들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 판매하는 식인 것이다.
    때문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영업수익률이 낮은 것을 두고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유 사장은 이런 질문에 다소 곤혹스러워했다.
    아직도 수입품 판매 비중이 높은 것이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도입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WDM은 자체 개발한 제품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됩니다.
    대기업들도 개발하다가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죠. 신형 FLC도 올해 말까지 개발이 끝납니다.
    DSLAM도 삼성과 현대보다는 늦었지만 올해 말이면 국내업체로는 세번째로 자작품 개발이 끝납니다.
    주력 제품들의 자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내년에는 주목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성미전자는 올해 6월 처음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났다.
    그동안 내수시장에 주력했던 데서 벗어나 중국 상하이에 상해성미전자통신유한공사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중국에 거는 유 사장의 기대가 남달라 보였다.
    몇달 안됐지만 그동안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서 계약이 성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2세대 동기식 중계기 쪽인데요, 100억원 이상은 수출할 것 같습니다.
    중국 동기 시장이 작기는 해요. 그래도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크니까 상당한 물량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발판을 마련해보자는 거지요. 2세대에서 중계기를 팔고 3세대에서는 기지국을 파는 식입니다.
    2004년엔 수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실사구시로 끝까지 돌파한다
  • 유 사장은 소곤소곤, 조용조용 인터뷰에 응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녹음기를 바짝 갖다대기도 했다.
    말을 에둘러 하거나 화려하게 포장하지도 않았고, 애써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다.
    농담을 던지거나 부드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주는 더더욱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도중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어서 큰일이네”라며 되레 걱정을 해주기도 했다.
    대표이사로서는 ‘컴플렉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굉장히 재미없다고 해요. 집에서도 별로 말이 없으니까요.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대표이사가 되니까 그게 단점이에요. 대표이사는 때때로 낭만도 있어야 되고, 고상한 취미도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실 저도 경영을 하면서 그럴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노력을 해보기는 했어요. 근데 잘 안되더군요. 요즘은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흉내낼 필요가 있나 싶어 포기했습니다.
    잘하는 것이나 잘하자는 식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죠.
  • 경영철학을 물어보는 질문에서도 단박에 이거다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뜸을 들인 다음에 그가 내린 결론은 ‘실사구시’였다.
    남앞에 내놓기 위해 딱 하니 포장된 말을 준비하는 성격은 아닌 것이다.
    그런 것 물어보는 게 제일 어려운데…. 잡지에 번듯하게 나오는 거나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경영철학은 사실 없어요. 방향을 잘 세워 그대로 밀어붙이면 되지요. 다만 매일매일 현실은 역동성이 있기 때문에 실사구시를 해야 합니다.
    성미전자의 현실에 가장 적합한 판단을 내려 진로를 정하고, 수시로 바뀌는 시장이나 기술 동향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이죠.
  • 유 사장은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지난해 1월 엘지정보통신 전무로 있다가 동원그룹 계열사인 성미전자 사장으로 영입됐다.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 연구원,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장과 기술개발단장 등 통신 기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경영이란 게 시장이나 기술 흐름만 파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인사, 조직, 재무 등 모든 면을 살피고, 판단하고 대처해나가는 ‘종합예술’인 것이다.
    최고경영자 자리는 그래서 특정 업무에만 정통한 대기업 전무와는 또다른 자질을 요구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전문경영인은 ‘파리 목숨’이 아닌가.
    대표이사는 외롭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고, 결국은 혼자 판단해야 하지요.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회피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남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보다는 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성미전자가 동원그룹 계열사이긴 하지만 회사 경영은 대부분 혼자 알아서 결정합니다.
    자리에 연연해 몸 사리는 성격도 아니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성과를 낼 때까지 끝까지 합니다.
    이제 은퇴할 나이인데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고 매달리고 있습니다.
    멋있는 착지를 꿈꾸며 도약대로
  • 지나고 보면 굴곡 없는 삶이었다고 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
    그래도 누구에게나 인생의 고비는 있게 마련이다.
    유 사장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을까.
    26살인 70년에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장학금이 보장 안됐는데 한학기 정도 지나면 나오겠지 하고 막연히 떠났지요. 하지만 막상 유학을 가보니 대학의 연구기금이 귀했어요. 두번째 학기에도 장학금이 안될 것 같더라구요. 결혼은 했지, 갓 낳은 아기는 있지, 앞이 캄캄했습니다.
    다행히 지도교수가 백방으로 뛰어다녀 장학금을 구해주긴 했지만요. 그게 처음으로 내 뜻대로 안된 사건이었지요. 어쩌면 유 사장은 지금 또 한번 인생의 고비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좀체 속내를 내비칠 것 같지 않던 그도 걱정을 떨쳐버리지는 못하는 듯했다.
    인터뷰 말미에 비동기식 장비 개발이라는 ‘모험’ 앞에서 솔직히 어깨가 무겁다고 토로했다.
    도약대 앞에 선 그가 멋있는 ‘착지’를 이끌어내 관중의 환호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집은 세지만 뒤끝은 없어요”
    직원들은 유 사장이 고집이 세다고 했다.
    ‘불도저’ 스타일이란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다소 피곤할 수도 있다.
    유 사장도 그 부분이 신경이 쓰였는지 “조직이나 개인이 잘했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에 그런 거지”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직원들은 유 사장이 “뒤끝이 없다”고 했다.
    직원들이 한번 잘못한 일을 가슴에 꽁하고 묻어두었다가 다시 꺼내쓰는 법은 없다고 한다.
    성미전자 사옥 이전 문제도 직원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사실 안양에 위치한 성미전자는 정보통신업체로서는 입지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바로 옆 건물인 페인트 회사에서 나오는 화학약품 냄새와 앞에 있는 도축장 냄새가 묘하게 뒤범벅돼 들어온다.
    위치로만 보면 ‘굴뚝기업’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회사를 옮길 의향이 없느냐고 유 사장에게 물었다.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 때문에 사람을 뽑기가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회사를 옮기는 방안을 생각했단다.
    그런데 직원들 의견을 수렴해보니 아직은 정든 곳이 편리하다는 대답이 대다수였다.
    직원들이 계속 불어나면 연구소와 영업팀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차근차근 생각해보겠다고 유 사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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