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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충무로는 '닷컴필름' 상영중
[e비즈니스] 충무로는 '닷컴필름' 상영중
  • 임채훈
  • 승인 2000.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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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츠닷컴, 심마니 등 영화사업 진출…‘수익성, 넓은 시장’ 시나리오 들고 직접 제작계획도 지난 9월9일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개봉 한달을 갓 넘어선 지난 10일 서울관객 172만명, 전국관객 372만명을 돌파했다.
<쉬리>가 150만명을 돌파한 시점이 개봉 뒤 36일째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국관객 530만명의 기록을 깨는 건 시간문제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제작사인 명필름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에 3억원을 투자한 인츠닷컴 www.intz.com도 표정관리에 바쁘다.
안성기와 박신양이 주연한 <킬리만자로>를 제외하고는 손을 대는 영화마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츠닷컴은 지난해 10월 사이트 안에 인츠필름을 개설했다.
처음에는 네티즌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펀드를 조성한 뒤 투자하는 수준이었다.
규모도 1억원을 넘지 않았다.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반칙왕> 96%, <동감> 46%,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30%의 짭짤한 수익률을 올렸다.
인츠닷컴은 자신감을 얻어 <공동경비구역 JSA>부터는 네티즌 펀드 1억원 외에 회사자본 2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300%의 수익률은 가뿐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억원을 투자해 9억원을 회수하는 것이다.
회수기간도 무척 짧다.
펀드를 조성한 때가 지난 8월이고,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2개월 뒤에 수익배분을 하는 것을 고려하면 회수에 6개월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지난 7월에는 오는 11월 개봉할 <단적비연수>에 대한 네티즌 펀드를 모집했다.
포털 사이트인 심마니도 지난 4일 엔터펀드 enterfund.simmani.com를 개설했다.
네티즌 펀드를 조성해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에 8천만원을, 양윤호 감독의 <리베라메>에 1억원을 투자한다.
심마니 윤제균 영상사업팀장은 “펀드모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청약예금이 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네티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라고 말한다.
심마니는 이달 중으로 윤다훈, 임창정 등이 출연하는 <자카르타>에 대한 네티즌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새로운 자금원? 아직 미지수 인츠닷컴과 심마니가 이렇게 경쟁적으로 네티즌 펀드를 조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인츠닷컴 한혜진 홍보팀장은 “영화제작은 인츠닷컴이 평소 주력사업으로 삼았던 엔터테인먼트에 딱 들어맞는 사업모델”이라며 갑자기 시작한 사업이 아님을 강조한다.
심마니도 이번 네티즌 펀드 조성이 영화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간단계인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윤제균 영상사업팀장은 “모기업과 협의를 더 해야 하지만 영화제작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기존 사업영역인 인터넷을 넘어서 오프라인 사업인 영화판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투자자금 회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심마니는 97년에, 인츠닷컴은 98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영화는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시장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과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들의 영화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영화제작을 직접 하지 않고 네티즌 펀드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충무로에 들어가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인츠닷컴 조진태 온라인 마케팅팀장은 “충무로는 배타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이 들어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며 “네티즌 펀드 조성도 충무로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한다.
인츠닷컴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만 네티즌 펀드를 조성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제작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고 <공동경비구역 JSA>나 <화양연화>처럼 제작이 어느 정도 끝난 영화의 마케팅 비용에만 투자하는 것도 영화제작에 참여하는 이들의 조심스러움을 드러낸다.
마케팅이 필요한 영화사와 영화에 관심이 많아 제작에 조금이라도 참여하고 싶은 네티즌, 그리고 진입장벽이 높은 충무로에 조금씩 얼굴을 알리고 싶은 닷컴기업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네티즌 펀드는 성공할 수 있었다.
약간 경우는 다르지만 엔젤클럽인 엔젤월드 www.angelworld.co.kr가 40억원 규모의 영화 <비너스>에 자금을 모집중이다.
PC통신 업체인 나우누리는 총제작비 40억원 규모의 영화 <쿠>를 위해 네티즌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인터넷 업체 한스글로벌도 한스붐 www.hansboom.com에서 영화 <천사몽>의 네티즌 펀드를 최근 조성했다.
충무로 반응은 지금까지는 좋은 편이다.
명필름 정금자 실장은 “인츠닷컴의 투자를 받은 건 네티즌 펀드가 가지는 마케팅 효과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다.
“영화제작은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닷컴기업이 아직 직접 제작한 영화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이 충무로의 새로운 자금원으로 등장할지 아닐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닷컴기업 충무로 입성’이라는 영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엔젤월드 등 엔젤들도 진출
닷컴 투자에 주력하던 엔젤들도 충무로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벤처기업 위주로 투자를 진행하던 엔젤월드는 최근 영화 투자에 직접 나섰다.
엔젤월드는 합동영화사와 함께 40억원 규모의 하이테크 첩보 액션물 <비너스>에 최대투자자로서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10월 21일까지 엔젤월드 회원을 대상으로 10억원 정도의 투자자금을 모집해, 이 금액을 전액 투자한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엔젤월드 민경철 투자기획 팀장은 “4년간 치밀한 준비를 거쳤고 시나리오도 탄탄하기 때문에 흥행을 자신한다”며 “내년 5월에 개봉할 예정이어서 자금회수도 짧은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로 진행해왔던 한스글로벌도 지난 6월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발족한 뒤 온라인 엔젤들로부터 2억원 정도의 펀드를 모집했다.
한스글로벌은 최근 촬영을 마친 27억원 규모의 영화 <한스몽>에 자체자금 6억원과 펀드 자금 2억원을 동등한 조건에서 투자했다.
한스글로벌 이재원 심사역은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시장 상황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코스닥이 폭락하면서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작품성만 좋으면 대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폭락하는 등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여건이 악화되자 자금 회수기간이 짧은 영화산업으로 엔젤들이 몰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의 이런 흐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영화를 흥행시킨 충무로의 한 기획자는 “투자 이익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요소가 많다는 방증”이라며 “많은 제작비가 바로 흥행과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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