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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흔들리는 프라이스라인
[미국] 흔들리는 프라이스라인
  • 이철민
  • 승인 2000.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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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매 모델 대표주자 위기상황 가속…핵심 서비스마저 손실입어 회생 가능성 미지수 역경매라는 개념은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정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사람들이 먼저 가격을 제시하고, 그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는 업체가 낙찰을 받는 역경매는 구매자가 주도권을 갖기 때문에 아주 독특한 경매방식으로 관심을 끌었다.
다만 소수의 구매자들을 위해 다수의 판매자들을 불러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아 대중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PC통신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공동구매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구매자들이 모여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판매자들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런 PC통신의 역경매 모델을 인터넷으로 확장시켜 이른바 ‘주문집중방식’(demand collection system)의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한 것이 바로 프라이스라인 www.priceline.com이다.
확실한 전망이 악화 불러와 프라이스라인은 최근까지 야후, e베이, AOL, 아마존 등과 함께 인터넷 비즈니스의 대표주자로 인정을 받았다.
특히 역경매 시장에서는 유사한 서비스들과 차별화되는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항공권, 호텔, 렌터카 등 여행 관련 아이템을 시작으로 자동차, 장거리 전화, 휘발유, 식료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매번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런 프라이스라인이 얼마 전부터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었다.
한때 160달러에 가까웠던 주식가격이 5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위기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전반적인 닷컴 주식의 폭락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프라이스라인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영향을 끼쳤다.
특히 지난 9월 말 예상 매출액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걸어오고, 프라이스라인이 있는 코네티컷주의 한 검사가 프라이스라인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100여통의 청원을 바탕으로 프라이스라인의 항공권과 휘발유 가격에 대한 정밀 조사를 펼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기는 극에 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월5일엔 프라이스라인 창립자인 제이 워커가 무려 1억8천만달러를 들여 설립한 웹하우스클럽(WebHouse Club)이 문을 닫았다.
휘발유와 식료품을 전문적으로 역경매하는 웹하우스클럽이 문을 닫은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전역에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서였지만, 그보다는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방식이 휘발유와 식료품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시스템을 중고품 판매에 도입한 퍼펙트 야드세일(Perfect Yardsale) 또한 같은 날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제이 워커를 비롯한 프라이스라인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애써 무시하려 한다.
두 회사와 프라이스라인의 비즈니스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복잡한 투자관계로 프라이스라인이 3분기에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지 못했다.
게다가 프라이스라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권 역경매를 제외하고는 역경매 모델이 성공적으로 이식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핵심 사업이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그 확장 또한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고 말았다.
프라이스라인이 다시 ‘역경매 문제없음’이란 투자자들의 평판을 얻기에는 힘이 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잘되고 있는 항공권 역경매 사업조차도 구매자들이 스케줄을 선택할 수 없고, 구매한 표를 반환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점차 소비자단체를 통해 쟁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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