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e비지니스] 통신업체 공생의 길 ‘MVNO’
[e비지니스] 통신업체 공생의 길 ‘MVNO’
  • 최욱(와이즈인포넷 연구원)
  • 승인 2001.03.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UMTS 희망업체들, 사업권·네트워크 없이 망 빌려 서비스

흔히 IMT-2000이라고 하는 3세대 이동통신. 한국에서는 비동기식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LG텔레콤의 동기식 사업 참여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고도 UMTS(유럽에서는 IMT-2000 대신 UMTS라고 부른다)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통신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선 가상네트워크 운영업체’(MVNO)라고 하는 통신업체들이 그 주인공들이다네트워크 대여로 3세대 이동통신 참여 MVNO란 한마디로 다른 통신업체의 네트워크를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한 통신사업자들이 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들의 네트워크를 빌려 자신들의 이름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MVNO들은 사업권 획득이나 네트워크 구축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UMTS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MVNO라는 개념이 UMTS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미 기존의 2세대(2G) 이동통신에서도 MVNO는 존재한다.
영국의 버진모바일(Virgin Mobile)과 노르웨이의 젠스(Sense)는 현재 다른 통신업체의 네트워크를 대여해 자신들의 이름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원텔(One Tel) 역시 영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BT셀넷(BT CellNet) 및 네덜란드 KPN모바일(KPN Mobile)과 2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대여하는 MVN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2세대 이동통신에서의 MVNO는 숫자도 적고 보편적이지도 못했다.
3세대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현재 유럽에서는 UMTS 서비스의 MVNO가 되려는 통신업체들이 줄을 서고 있다.
UMTS 사업권을 획득한 업체들조차도 MVNO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의 거대 통신사업자들인 도이체텔레콤이나 프랑스텔레콤 역시 MVNO 후보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왜 유럽의 통신업체들은 MVNO가 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UMTS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UMTS 사업권 획득과 네트워크 구축에 2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세계 통신업계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것도 이런 엄청난 투자액수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UMTS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하지만 휴대전화로 동영상이나 데이터를 받아보는 UMTS 서비스는 이미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대세를 굳혀가고 있다.
따라서 통신업체들은 아무리 많은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UMTS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세계 통신업체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UMTS는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최근 들어 이 뜨거운 감자를 솜씨좋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인수합병, 인프라 공동구축, 그리고 MVNO 등이 대표적이다.
인수합병은 모든 산업에서 격변기에 등장하는 가장 보편적인 업계재편 방안으로 통신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막대한 자금지출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로 업계가 양분될 경우 인수합병처럼 좋은 해결책도 드물다.
인프라 공동구축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 네덜란드 KPN의 이플러스(E-Plus), 핀란드 소네라(Sonera), 스페인 텔레포니카(Telefonica) 등이 현재 인프라를 공동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라이선스 비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이들로서는 인프라 구축비용이라도 줄여야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MVNO는 라이선스 획득업체들에게도 유리 마지막으로 제기되고 있는 방안이 바로 MVNO다.
MVNO는 단지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한 업체들이 UMTS 사업에서 ‘왕따’당하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만은 아니다.
오히려 MVNO는 사업권를 따낸 업체들과 그렇지 못한 업체들이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UMTS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한 업체들은 어떻게든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규모가 작고 자금도 부족한 중소 통신업체들이 통신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하나의 생존방안인 것이다.
하지만 MVNO가 이들 중소 통신업체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권을 획득한 대형 통신업체들에게도 MVNO는 구미가 당기는 짭짤한 수익원이다.
사업권을 획득한 통신업체들은 한결같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라이선스 비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게다가 UMTS의 수익성이 의문시되면서 투자자들은 당장 눈앞에 돈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적어도 향후 수년은 지나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UMTS 서비스 업체들로서는 그저 한숨만 쉬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다른 통신업체들에게 네트워크를 대여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여료를 통한 수입이 생기므로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비싼 사업권 비용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만 사업권을 따낸 상태여서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영국 보다폰(Vodafone)만이 유럽의 다수 지역에서 사업권을 획득했을 뿐, 다른 통신업체들은 지역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역적 한계를 지닌 업체들이 다른 지역에서 MVNO가 된다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MVNO에 대한 규제당국의 태도 역시 호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규제당국들이 아직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으나, 분석가들은 경쟁촉진이라는 측면에서 규제당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못한 업체들이 신규사업자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MVNO에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MVNO는 네트워크를 빌려 자신들의 독자적인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만약 MVNO가 네트워크를 대여해준 업체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훨씬 광범위한 고객기반을 확보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입자가 주인보다 더 떵떵거리고 사는 셈이기 때문이다.
MVNO 도입으로 공생의 길 모색 전문가들은 “3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과거와 달리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분리하는 추세가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MVNO 등장으로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통신사업자와 다양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통신사업자로 시장이 양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수익이 창출되는 서비스 분야를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업체들이 외면할 리가 없다.
MVNO가 보편화된다고 하더라도 사업권 획득업체들이 서비스 부문을 다른 업체들에게 몽땅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MVNO들이 지나치게 번성하게 된다면, 이들 사업권 획득업체들은 네트워크를 대여해주는 대신 직접적 통신서비스 제공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다.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본 가게주인이 가게를 임대해주지 않고 직접 장사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은 지금 동기식과 비동기식 사업권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미묘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LG가 비동기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동기식 사업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사업방식이 비동기식으로 일치돼 있어 한국과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MVNO라는 개념은 한국에서도 한번쯤 고려해볼 만한 공생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