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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 버추얼텍 서지현 대표이사
[디지털리더] 버추얼텍 서지현 대표이사
  • 이용인
  • 승인 200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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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65년 1월 부산 출생
83년 2월 홍익여고 졸업
87년 2월 연세대 전산학과 졸업
91년 9월 아이오시스템 설립
94년 7월 버츄얼아이오시스템으로 법인 전환
99년 9월 버추얼텍으로 상호 변경

‘여성’이란 꼬리표 떼고 싶다

여성으로 창업을 하게 된 동기

제가 연세대 전산학과 1회 졸업생이잖아요. 왜 전산학과를 택했냐고요? 다른 사람은 뭐라 그래요? 어렸을 때부터 꿈을 갖고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나요? 우리 때부터 전산학과가 인기가 있었어요. 여자들은 이과에서 마땅히 진학할 과가 없잖아요. 의상학과나 가정학과는 가기 싫어하고, 의대는 꼭 가고 싶은 사람만 가잖아요. 전산과가 제일 무난했지요. 이렇게 얘기하면 안되는데….(웃음)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기 싫어서 창업을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월급 몇십만원 받는 것보다 아르바이트하는 게 훨씬 더 돈 많이 벌거든요. 월급 30만원 받는 것보다 프로젝트 하나 따서 200만원 버는 게 낫죠. 솔직히 그렇잖아요. 어차피 돈 벌 거면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잖아요. 돈에 관심이 많다고요? 누구나 돈 때문에 직장잡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어요.


그룹웨어 국내시장 점유율에 대해
이름값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다고요? 물론 핸디소프트가 압도적이죠. 그런데 핸디소프트는 클라이언트/서버 베이스 제품이잖아요. 우리 것은 인터넷 베이스인 인트라넷 제품이에요. 음, 자동차와 비교해볼까요. 핸디소프트는 그룹웨어라는 자동차 전체를 파는 것이고, 우리들은 그룹웨어의 부분집합인 인트라넷을 파는 거지요. 매출액도 핸디소프트가 많잖아요. 목표와 타깃도 달라요. 핸디소프트는 90년대 중반부터 공공기업과 대기업 위주로 마케팅을 했어요. 우리는 97년 중소기업용 인트라넷을 개발해 규모가 작은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했지요. 우리도 규모가 큰 곳에 들어가라고요? 국내에서는 시장 자체를 잡기가 난감했었죠. 올해부터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공기관들이 클라이언트/서버 버전에서 웹쪽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으니까요.


미국시장 개척에 대해
미국에서 장사 하는 게 훨씬 잘될 것 같아 갔어요. 인터넷이나 인트라넷은 미국이 훨씬 빠르잖아요. 많이 쓰는 사람들한테 검증을 받아야지요. 한국에선 “된다, 된다” 할 때 덤벼들었다가 “잉, 안팔리네” 하고 다들 물러나잖아요. 미국은 잘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간 거지요. 97년에 개발한 제품을 갖고 미국을 돌아다녔는데 팔아줄 사람이 없더라고요. 몇개 못 팔다가 99년 미국 사장을 앉혀 현지법인을 세우고 나서 엄청나게 나가기 시작했어요. 성공요인이요? 일단 마케팅을 잘한 것 같아요. 한국에선 세일즈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미국은 조금만 관심 있으면 다 받아주더라고요. 제품에 점수 매기는 사이트에 우리 제품을 보냈는데 점수가 괜찮아요. 그때부터 홍보가 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는 평가와 영업은 따로따로 노는데, 미국은 점수사이트가 바로 판매로 연결되더라고요. 가격이 쌌기 때문에 먹혀들어간 게 아니냐고요? 저도 가격이 싼 줄 알았는데 비슷해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해외시장 개척에 대해
미국 말고 중남미에 갖다 팔았어요. 그건 미국 독립법인에서 하는 것이구요. 올해 나갈 곳이 일본과 중국이에요. 중국은 2월 중으로 만날 계획이고, 합작벤처 만들 생각이에요. 일본은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합작벤처를 하거나, 기업 하나를 잡아서 할 생각이에요. 판매해줄 사람이 자신있다고 하니까 맡겨야 할 것도 같고. 아무튼 초고속 네트워크를 설치한다고 하면서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니까 가능성이 있어요. 옛날에 일본에 있는 회사를 하나 잡아서 제품을 보내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일본은 생각보다 잘 못 팔아요. 일본은 다시 들어가는 셈이죠.


무선솔루션 시장에 대해
99년 말에 우리가 무선 그룹웨어 제품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지난해 성과가 안 좋았죠. 우리는 솔루션 제공자들인데, 네티즌들은 주로 콘텐츠를 다운받잖아요. 기업 상대 비즈니스는 힘들죠. 올해도 무선솔루션 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렵겠지요. 물론 무선 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는 엄청나게 많죠. 다들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2, 3년은 힘들어요. 먼저 붐이 일고 그 다음에 몇년 지나야 시장이 만들어지잖아요. 항상 공급과잉이야. 그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해외는 달라요. 미국 사람들은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무선을 채택해요. 우리가 미국통신회사인 퀘스트에 무선 그룹웨어를 제공하잖아요. 수익은 미국쪽에서 날 거예요. 소프트웨어 업계가 정말 불쌍한 것 같아요. 열심히 찾아봐야 하고, 될까 안될까 두드려보면서 팔아야 하고…. 열심히 하고 마켓 잘 보고, 마켓 있는 데 가서 잽싸게 팔아야죠 뭐.


여성 CEO라는 자리
특별히 벽은 없어요. 가끔 단란주점 갈 때 쏙 빼놓고들 가요. 가고 싶은데 오지 말래요.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할까 궁금하기는 한데 환영하지 않는 곳엔 절대로 안 가요.(웃음) 사실 그동안 장점이 많았어요. 한번만 만나도 다른 사람들이 다 기억을 해주니까요. 그리고 잘하면 “어, 제법하네” 하면서 인정을 해주고. 물론 일을 잘 못하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덤까지 얹어 무지하게 깎이지요. 아직 그런 적은 없었어요. 음, 워낙 미모가 뛰어나다보니까 절 기억해주는 게 아닐까요? 약간 공주병이 있긴 있어요.(웃음) 여성이라 고등학교 인맥은 없지만 사업 하면서 대학 인맥 도움을 받았어요. 지연, 학연 없애긴 없애야 하는데 사실 도움이 돼요. 연세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선배들이 도와주고, 언론이 도와주고, 자금도 조금 도와주고.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말 나오면 아무 소리 안하고 가만히 있어요. 잘 모르겠어요. 없애긴 없애야 될 거예요.


여성이라는 꼬리표 떼고 싶다
마케팅의 초점이 제품이나 기술, 이런 것보다는 여성 CEO라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요? 여자 사장이 몇명 없으니까 항상 언급되는 것뿐이지요. 버추얼텍이 무슨 회사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그거 여자사장이 하는 회사잖아”, 항상 이런 식으로 말해요.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식의 얘기는 두번째로 나와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건 잘못된 것 같아요. 어디 가서 제가 잘못 행동하면 그걸로 소문이 쫙 나요. 그런 거에 비틀거리면 안되잖아요, 회사는. 그것뿐인줄 아세요? 나가서 놀지도 못하고, 생각 외로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초기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었을 수 있죠. 지금은 여성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어요.
결혼, 당연히 해야죠?
서지현 사장은 혼기를 놓친 ‘노처녀’다.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렀단다.
좋아하는 이상형의 남자가 누구냐고 에둘러 물었더니 한참 고민 끝에 “차태현일까, 유승준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차태현’이라고 대답했다.
그뒤로 결혼 얘기만 나오면 말꼬리를 다른 데로 돌렸다.
딱 잘라서 독신주의자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친다.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제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옷차림이나 말투가 톡톡 튀는 신세대에 가깝다.
옅은 보라색 색안경, 청바지, 아이보리색 스웨터 등 옷차림에 격의가 없다.
인터뷰 역시 여느 CEO와 달리 말을 조심스럽게 하거나 품위를 갖추려 하지 않고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처음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회사 안에서도 그가 ‘친언니’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고 사원들을 대한다고 한다.
애널리스트들의 Q&A
서지현 사장을 인터뷰하기 전에 애널리스트 3명으로부터 질문지를 받았다.
애널리스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간단하게 Q&A로 엮었다.
>지난해 12월 주가가 바닥으로 주저앉았는데. 시장상황이 안 좋아서 다 같이 어그러졌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요. 회사가 영업을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지난해 추정매출액이 90억~100억 정도인데 자본금 60억에 비하면 매출억이 적은 것 아닌가. 물론 많은 건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업계는 거의 비슷하잖아요.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하드웨어로 하면 우리도 1천억, 2천억원은 올릴 수 있어요.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리눅스, ASP, 의료 분야 등 코스닥 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것은 다 했던 것 같은데. 거꾸로 생각하면 돼요. 우리가 하고 있는데 이슈가 된 거예요. 예를 들어 리눅스가 뜬다고 해서 새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오래 전에 시작했는데 이슈가 되면서 우리가 부각된 거지요. 즉흥적으로 주가관리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만들거나 사업을 한 적은 없어요. >마케팅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술동향에 둔감할 것 같다.
둔감하죠. 개발자들한테 이게 뭔지 물어보며 ‘과외’ 받아요. 아니면 자료를 찾아보던가요. 그래도 다시 엔지니어는 못할 것 같아요. 한군데 앉아 꾸준히 일하는 것 이젠 못하겠어요. 이것저것 일을 벌리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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