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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실적 반영 속도 빨라진다
[머니] 실적 반영 속도 빨라진다
  • 장종회/ <매일경제신문> 증
  • 승인 200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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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업체, 월별 실적 발표 러시…기업투명성 제고, 주가에 긍정적 효과
1월 말 코스닥업체들 사이에서는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다.
올 초에 코스닥에 얼굴을 내민 모디아소프트 www.modia.co.kr라는 조그만 회사가 매달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은 결산서를 공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개할 내용에는 단순한 월별 매출·이익 등 실적뿐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성장성, 가까운 미래의 목표치 등도 포함된다.
물론 실적지표를 공표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올해 1분기 결산보고서가 확정된 뒤인 5월쯤부터이고, 올 3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실적자료를 한시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모디아소프트의 신선한 충격
그동안 코스닥은 물론이고 거래소의 웬만한 기업도 월 단위로 회계감사를 받은 예가 없었던 터여서 이 소식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회계감사를 받은 결과를 공식적으로 투자자에게 알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인데다가 기업실적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평이 덧붙으면서 이 업체는 일약 각광받는 위치로 떠올랐다.


손바닥 크기의 이동형 컴퓨터장비를 수입해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용 솔루션을 얹어 판매하는 이 업체가 잠정집계한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200억원과 30억원. 기업규모로 따지면 그다지 큰 업체는 아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업체는 올해엔 400억원의 매출과 6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00% 이상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다.
회사쪽은 코스닥 등록 초기에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게 필수인 만큼 기업투명성을 조기에 확보하는 차원에서 재무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각종 실적지표가 공개되는 만큼 이익 위주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도현 모디아소프트 사장은 이런 전략을 “이익 위주 경영을 통해 기존 주주뿐 아니라 예비주주의 이익도 보호하는 실질적 주주 중심 경영”이라고 말했다.
모디아소프트는 1만500원에 공모를 했는데 한때 4만3천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최근엔 약간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3만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 주가라면 공모가의 3~4배에 해당한다.
액면가(500원)를 5천원으로 환산해보면 주가가 30만원도 넘는 셈이다.
코스닥시장이 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모디아소프트 주가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지켰다.
최근 벤처업계에는 모디아소프트의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장외업체로 코스닥 등록을 준비중인 한도하이테크·제일컴테크 등 바코드 전문업체 일부도 모디아소프트를 따라 월별 실적발표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은 물론 거래소의 일부 기업들은 이미 지난 1월 실적을 은근히 장에 흘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기업들의 실적이 장에 반영되는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빨라졌다.
분기별에서 월별 발표로 변화 조짐 지난해 처음으로 분기(3개월 단위) 실적을 발표하도록 하면서 기업들의 행태에 변화가 있었지만 올해엔 월간 단위 실적발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기껏 반기매출·이익 정도가 실적과 관련해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젠 월간 실적이 주가를 요동치게 할 것이란 전망이다.
어쩌면 대략적으로라도 월간 실적을 내놓지 않으면 소외받는 종목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실적을 따라 차별화하는 장이 불가피하다.
사실 올 들어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종목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곳이다.
지난해에 신통치 않은 성적을 냈던 곳도 올 1월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에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월간 실적의 중요성이 그만큼 부각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곳이 인터파크이다.
월드컵 입장권 판매권 획득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올 초에 폭등세를 타 한때는 4천원선까지 갔다가 1월 말께 조정을 거치면서 2800선으로 밀렸다.
하지만 지난 1월 매출이 급증했다는 소식으로 다시 오름세를 타 3천원대 중반을 지키고 있다.
인터파크의 매출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32억원이었으나 12월에 51억원, 올 1월에 48억원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 초로 넘어오면서 크게 늘어났다.
회사쪽 설명으로는 지난 1월 매출이 애초 목표치를 30% 이상 넘어섰다고 한다.
네오위즈도 채팅커뮤니티 서비스인 세이클럽을 유료서비스로 전환한 지 3개월째인 지난 1월 누적매출 1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가가 좋은 흐름을 탔다.
2월 들어서도 1월 급등세에 비하면 더디지만 여전히 강세를 지속해 지난 9일엔 1만3천원선을 기록했다.
1월 말 8천원선과 비교하더라도 절반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니 초강세라고 할 수 있다.
1월 실적이 좋은 곳들은 자체적으로 집계한 실적자료를 장에 흘리기도 한다.
최근 쏟아진 눈으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재미를 본 온라인쇼핑 업체들도 그런 축에 낀다.
LG홈쇼핑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64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1월엔 650억원으로 매출액이 더 늘어났다.
인터넷을 통한 매출증가율은 한층 커 지난 11월 21억원이던 것이 12월 25억원, 1월 3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CJ39쇼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각각 432억원과 4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업체는 1월엔 460억원으로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이들 업체 주가는 코스닥이 최근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LG홈쇼핑의 경우 한때 6만원을 넘다가 떨어지긴 했지만 4만원대 중반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두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만4천원선까지 올랐던 CJ39쇼핑 주가도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1만8천원선에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1만4천원선이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상당히 오른 상태다.
엔씨소프트·주성엔지니어링·시공테크·제이씨현시스템 등 코스닥기업과 농심·유한양행·대구백화점 등 상당수 거래소기업도 1월 매출·이익을 적지 않게 올리며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 안된 실적 발표 우려도 단기실적이 이처럼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끼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고민은 커졌다.
기업들이 흘린 월간 실적이 정확한지를 판단할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적 추산에 매달려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결과물이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회사쪽 도움 없이는 월별 실적을 추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기업들이 월간 실적을 마음대로 주무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인터파크 등 일부 기업은 월간 매출액을 흘리면서도 영업이익 등은 추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의 실적 흘리기에 무작정 따라가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준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월별 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익을 공표하지 않는 경우엔 신뢰도가 낮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하나 주의할 점은 장에 흘러나오는 월간 실적은 아직까지 회계감사를 받은 공식자료가 아니란 점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월간 실적을 외부로 알리던 기업이 돌연 이를 꺼린다면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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