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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검색엔진] 그들만의 언어, 디폴트?
[IT검색엔진] 그들만의 언어, 디폴트?
  • 김윤지
  • 승인 2001.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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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열풍 이후 프로그래머들이 대거 전산실을 박차고 나왔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확산을 틈탄 이들의 ‘탈출’은 전산실 안에서 그들만이 쓰던 말들을 자연스럽게 사회에 퍼뜨렸다.
그런 말 가운데 하나가 ‘디폴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의 디폴트 브라우저가 익스플로러가 되어야 하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디폴트 설정인 NEC를 IBM PC로 바꾸십시오’ 등 신문이나 각종 사용설명서에 디폴트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런데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통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채무불이행’이 시스템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지 난감해진다.
전산시스템에서 말하는 디폴트란 ‘특정 항목에 필요한 어떤 값이 지정되지 않았을 때 컴퓨터 프로그램이 미리 설정해놓은 기본값’을 말한다.
프로그래머들은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주로 선택할 것 같은 값을 기본 설정치로 정해둔다.
사용자가 특별히 변경을 하지 않는 한 그 값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이트에 등록하려 할 때 성별 구분을 표기하려고 보면 이미 남자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가 일부러 여자라고 바꾸지 않으면 기본값을 남자로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성별 구분에 남자가 디폴트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전산실 출신들이 흔히 쓰는 은어 아닌 은어가 또하나 있다.
바로 ‘케파’라는 말이다.
분명 기원이 ‘수용력, 용량’(capacity)인 이 말도 시스템 관리자들이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다.
전산관리자들은 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시스템 수용능력에 온 신경을 쏟는다.
그런 탓인지 이들은 평소에도 사람이나 조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 말을 쉽게 입에 올린다.
“나 오늘 디폴트로 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았어. 내 케파가 이것밖에 되지 않아서 만날 수가 없겠다.
” 올바른 어법은 아니지만 이런 말을 듣더라도 채무불이행이나 수용능력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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