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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표현의 자유? 영업의 자유!
[e비즈니스] 표현의 자유? 영업의 자유!
  • 이경숙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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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방송 대표 6명 유죄판결, 검찰은 통신윤리위에 ‘통신망 이용금지’ 요구

2월13일 오후 3시 방송회관 기자회견장. 방송계에선 낯선 얼굴들이 일렬로 죽 늘어서 있다.
‘웹캐스터 윤리강령’을 들고 요란스럽게 기념사진을 찍는다.
“윤리강령 들고 사진을 찍으라질 않나, 세미나에선 모호하게 말들 하질 않나…. 더 앉아 있기가 답답하군요.” 한 인터넷 성인방송 이사는 입을 비죽거린다.
변호사, 정부관계자, 시민단체 간사, 신문방송학과와 사회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토론자들이 또다시 듣기 거북한 ‘공자님 말씀’을 되풀이하지 않겠느냐는 자조가 섞인 말투다.

그렇지만 그가 나간 뒤 진행된 토론은 인터넷 성인방송사에게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백욱인 서울산업대 사회학과 교수는 농담처럼 이렇게 물었다.
“음란물에 대한 청소년의 불타는 욕망을 어떻게 막겠어요?” 그는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서로 본심을 감추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인터넷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성인방송사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둘 다 가면이죠. 검찰의 본심은 인터넷을 통제하고 싶은 것이고, 성인방송들의 본심은 영업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거죠. 둘 다 솔직하지 못해요.” 성인문화가 건전하게 발달하는 길을 막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이영음 방송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상적 성인물과 비정상적 성인물을 구분해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상적 성의식을 가진 일반인들이 보기에 허용할 만한 것이라면 정상적 성인물입니다.
그러나 스너프 필름이라든가 수간, 강간을 다룬 것들은 오프라인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들이잖아요. 이런 것들은 법적으로 제재하고, 나머지는 성인방송사들이 기술적으로 미성년자의 관람을 막으면 됩니다.
” 사실 큰 규모의 인터넷 성인방송사들은 이미 미성년자가 입장할 수 없도록 기술적인 방어벽을 치고 있다.
성인방송 사이트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월 1만원 상당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선 카드번호나 인터넷뱅킹 통장번호가 필요하다.
일부 사이트는 입금 후 본인 확인절차까지 거친다.
물론 미성년자가 성인방송을 볼 수 있는 길은 있다.
아버지 등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지불수단을 몰래 입력하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작정을 하고 속이는 청소년들은 사이트 운영자가 아니라 검찰이라도 찾아내기 어렵다.
에이메일이 최근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성인방송사에 회원으로 가입해본 적이 있는 청소년은 전체의 1.9%로 100명 중 2명꼴이다.
반면 인터넷 성인방송물을 시청해본 적이 있다는 청소년은 41.3%였다.
청소년이 성인방송물을 보게 한 원인제공자는 성인방송 사업자가 아니라 우회로를 제공한 ‘누군가’인 셈이다.
검찰도 청소년이 성인방송을 봤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서울지법은 2월16일 오아이오TV 대표에게 청소년보호법 위반죄를 적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인정한 사유는 청소년에게 성인방송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을 성인방송에 출연시켰기 때문이었다.
컴캐스트 등 5개 업체 대표도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사유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이었다.
검찰기소 직후 이미 청소년 위해범으로 여론재판을 받고, 1주일 이상 서비스를 중단했던 성인방송 사업자들은 분개하기보다는 체념하는 분위기다.
윤리강령 선언에 참여한 인터넷방송협회 산하 성인채널위원회 회원사들은 인터넷 자키들에게 “회원들이 시킨다고 옷벗지 말라”고 지시하고, 생방송을 녹화방송처럼 대본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이들의 인터넷통신선 이용을 금지하라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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