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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통부 밑그림 완전실패”
1. “정통부 밑그림 완전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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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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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관, 통신정책 실패 인정…“처음부터 다시 시작” 의견도 “SK텔레콤이 동기식을 하고, 나머지 약자들이 비동기식을 채택하도록 막후에서 노력했다.
그런데 선정결과에 실망했다.
”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은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마친 뒤 국회 보고에서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이렇게 실토했다.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SK텔레콤을 동기식 표준으로 몰고가겠다는 정통부의 속내를 공식적으로 처음 내비친 자리이기도 하다.
IMT-2000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비동기식을 신청한 LG글로콤이 떨어지면서 정통부의 밑그림은 완전히 일그러져 버렸다.
유일하게 동기식 표준을 신청한 하나로통신도 자격 미달로 낙방했다.
1개 사업자는 반드시 동기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그게 SK텔레콤이었으면 하는 희망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정통부의 신앙에 가까운 CDMA 신봉이 예기치 못한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정통부가 줄기차게 외친 ‘동기식 장비산업 육성’은 이제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LG는 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렇다면 동기식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기업은 하나로통신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이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돼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 선뜻 장비를 대줄 장비업체는 없다.
LG전자나 삼성전자는 당연히 국내 무선통신 시장의 1, 2위를 점하고 있는 SK텔레콤과 한국통신 비동기 시장에 장비를 팔려고 할 것이다.
물론 LG가 올 2월 예정된 동기식 사업권 선정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정통부 역시 출연금을 내려주겠다는 따위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LG를 동기식으로 돌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설령 LG가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돼도 국내 동기식 장비시장은 정통부 의도와는 반대로 말라비틀어질 게 뻔하다.
현재 구도대로라면 LG가 동기식 사업을 선택해도 ‘넘버3’를 벗어나기 힘들다.
동기식 시장이 그만큼 좁아진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을 큰 시장인 비동기 쪽으로 틀 게 뻔하고, 비동기식 장비개발에 주력해왔던 LG전자도 인력과 자금을 다시 동기로 돌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태가 이렇게 바뀌자 “1개 대역 반드시 동기식 포함”이라는 정통부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삼성전자조차도 “정부 역할이 뭔지 모르겠다”며 푸념하고 있다.
업체들 “정부는 도대체 뭐하나” 푸념 정통부 고위관계자는 “왜 그렇게 동기식에 집착했느냐”고 묻자 “동기식 단말기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정통부가 얼마나 형식논리에만 집착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가 세계 5위 안에 드는 단말기 수출업체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덤핑으로 이룩한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통부는 ‘CDMA 산업의 육성’보다 ‘통신산업의 육성’을 먼저 고민했어야 옳았다.
정통부는 이제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애초부터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는 정책이 틀렸다”며 장관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심지어 안 장관의 낙마설도 나돌고 있다.
대안이 뭐냐는 질문에는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손사래를 친다.
한쪽에선 “1개 사업자 동기식 반드시 선정”이라는 목표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나머지 1개 주파수 대역도 임의대역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잇따른 정책 수정으로 뭇매를 맞은 정통부가 다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라는 옛 격언을 새겨야 할 때라고 충고한다.
지금이라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꼼수를 쓰다 자승자박을 당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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