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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김정남은 정보통신 최고책임자?
[포커스] 김정남은 정보통신 최고책임자?
  • 이용인
  • 승인 2001.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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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밀입국 배경 놓고 “견학 위해서” “확인된 바 없다” 논란 무성
미스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도대체 그가 일본에 간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관광 목적’으로 들른 것일까. 아니면 한편에서 추측하는 대로 ‘일본의 IT 산업을 견학하기 위해’ 간 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또다른 특별한 목적으로 간 것일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맏아들인 김정남(30)씨의 일본 밀입국 목적은 여전히 안갯속에 갇혀 있다.
그런데 밀입국 목적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툭 불거져나온 이야기가 있다.
김정남씨가 북한의 IT 산업을 이끄는 최고책임자라는 것이다.
북한은 IT 산업을 ‘추격산업’으로 정하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밀고나가고 있다.
때문에 김정남씨의 IT 책임역은 곧 ‘후계자 수업’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졌다.
김정남씨의 밀입국 목적을 자연스레 ‘일본 IT 산업 견학’으로 유도하는 셈이다.
하지만 김정남씨가 과연 북한의 IT 산업을 이끄는 최고책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김정일 위원장의 환갑이 2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제 곧 후계자를 선정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김일성 전 주석도 60회 생일인 72년부터 ‘김정일 후계구도’를 공식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의 핵심전략인 IT 산업을 김정남씨에게 맡겼다는 것 자체가 후계구도 구축작업의 하나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다른편에선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며, 김정남씨 역할에 회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IT 산업은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김정일이 직접 ‘지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상당한 관심 일단 김정남씨의 성장과정을 볼 때 그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상당이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는 열살 남짓 때부터 일찌감치 스위스 제네바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
그는 이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모스크바에 있는 프랑스대사관 부설학교에 다닌 사실도 ‘자본주의 문화’를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될 수가 있다.
그는 최근에도 일본에서 수입한 최신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밤새 작동해보는 등 컴퓨터광으로 소문나 있기도 하다.
업계의 한 북한 전문가는 “김책공과대학 교수 등이 개인지도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한다.
그의 이러한 개인적 이력은 북한에선 흔치 않은 사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맏아들인 점을 감안하면 ‘IT 최고책임자’를 이야기하는 게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몇몇 보수적 외신들이 내보내는 기사들도 김정남씨의 IT 주도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방문시 정보통신 산업에 큰 관심을 기울인 것은 김정남씨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정남씨는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수행하며 중국 최대의 IT기업인 롄샹그룹 간부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98년부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컴퓨터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IT 최고책임자’론은 정치적으로는 ‘후계자 수업’설로 이어진다.
요컨대 북한은 IT를 중시한다, 따라서 컴퓨터 위원회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 자체가 ‘후계자 수업’을 의미한다는 식이다.
한 대북사업 관계자는 “북한 내부에선 김정남씨를 ‘작은 김정일’ 또는 ‘새끼 장군님’으로 부르고 있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후계자 구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38) 연구위원은 “후계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특별한 징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 개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국 사정에 밝은 김정남씨가 IT 분야를 주관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볼 수는 있다고 말한다.
“후계자 연결은 무리” 반론도 이에 비해 김정남씨가 개인적으로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IT 역할론’, 또는 후계자론을 곧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컴퓨터 위원회’라는 기구가 북한에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북한에서 ‘위원회’는 대개 내각에 속해 있는 공식조직이다.
하지만 김정남씨가 이런 공식조직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지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볼 때 정확하게 확인할 수도, 확인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 내부에서 후계자를 논의할 시기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70년대 초 북한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식량난 등으로 곤혹을 치른데다 경제상황이 썩 좋아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다소 불안정한 권력 상태에서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도 최근 사석에서 이런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잇따라 ‘신사고’, ‘21세기는 정보시대’라며 IT 분야를 점점 더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 내부의 경제나 정치를 안정화시킬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김유향 교수는 “IT 분야에서 김정남씨를 후계자로 훈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북한이 IT 산업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더 커 보인다”라고 말한다.
물론 김정남씨가 ‘참모’로 조언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경제 발전 전략을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김정남씨가 북한 IT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든 형편이다.
북한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남씨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선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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