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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경제론] ②정보재와 규모의 경제
[디지털경제론] ②정보재와 규모의 경제
  • 윤기호(서강대학교경제학과)
  • 승인 2001.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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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개발·표현비용 큰 반면 재생산에 따른 평균비용 계속 하락
최근 닷컴기업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콘텐츠 유료화이다.
이미 교육 및 오락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부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유료화를 시작했다.
또한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유료화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는 광고나 부수입 등 간접적 수익창출 방식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콘텐츠 그 자체로 승부하는 직접적 수익창출 방식이다.
이러한 유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내재적인 특징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콘텐츠는 정보재의 일종이다.
여기에서 정보재는 ‘디지털화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정보가 실제로 디지털화되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디지털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정보재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재는 파일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이른바 ‘디지털 콘텐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아날로그 형태의 책이나 신문, 영화, 음악 테이프, TV 프로그램 등도 포함한다.
책상이나 사과 같은 물질재는 디지털화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정보재가 아니다.
성공적인 콘텐츠 유료화, 달리 말해 성공적인 정보재 가격책정을 위해서는 각각의 정보재가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징 못지않게 일반적인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정보재를 뉴스나 주식시세 같은 ‘시간의존형’과 소설 같은 ‘시간무관형’으로 분류하거나, 한차례만 이용하는 것과 여러 차례 이용하는 것으로 나눠 각각의 경우에 맞는 유료화 전략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정보재 그 자체의 경제학적 특성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재는 다른 재화와 구별되는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재생산 가능성’이다.
정보재는 첫번째 단위를 생산하기 위한 고정비용, 즉 개발비용 내지 표현비용이 매우 큰 반면 두번째 이후의 단위를 생산하기 위한 가변비용, 즉 재생산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거나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한번 완성하고 나면 이를 재생산하는 데 매우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를 정보재의 재생산 가능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정보재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성립한다.
규모의 경제란 기업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즉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정보재의 경우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초기 고정비용을 좀 더 많은 생산단위에 배분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성립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 산업에서도 초기에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이 많으며, 이들 산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경제에서 규모의 경제는 무한히 계속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예컨대 아무리 큰 자동차공장을 지어도 거기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의 최대량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정보재는 규모의 경제가 무한히 계속된다.
일반적인 재화의 평균비용 곡선은 U자형을 그리지만 정보재의 평균비용 곡선은 계속 우하향하는 것이다.
이런 비용구조 때문에 산업경제에서 일반적인 재화는 비용곡선의 최소점에서 생산하는 것이, 달리 말해 비용을 극소화하는 것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즉 표준화된 제품을 가장 낮은 비용에 대량생산하는 것이 경쟁우위를 지키는 길이었다.
그러나 정보재의 경우에는 비용보다는 수요 측면이 더욱 중요한 전략적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격 및 제품 차별화, 그리고 묶음판매 등과 같은 판매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디지털경제의 특징으로 자주 언급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은 이런 규모의 경제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수확체증의 법칙은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윤이 계속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수확체증은 본디 주어진 설비에 인력을 투입할 경우 인력의 증가분보다 생산량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는 수확체감과 반대되는 개념인데, 수확체감의 법칙이란 원래 농업에서 한정된 토지에 투입되는 노동시간을 증가시킬 때 산출물의 증가분이 노동시간의 증가분에 못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수확체증의 법칙은 디지털경제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하는 용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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