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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라
[펀드인사이드] 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라
  • 최상길(제로인 펀드닥터)
  • 승인 2001.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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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최고의 금융상품을 뽑으라면 누구나 서슴없이 ‘상반기엔 하이일드 펀드, 하반기엔 채권형 펀드’라고 할 것이다.
2000년초 설정된 하이일드 펀드는 연 15% 이상의 고수익을 구가했고, 지난 7월 만들어진 시가평가 채권형 펀드는 연 10%대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7%대의 수익을 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익률이다.


그러나 2001년 최고의 금융상품을 선정하라면 누구나 주저할 것이다.
예측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다 예측을 불허하는 변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좀더 높은 수익을 위해 어렵지만 미래를 예측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현실 분석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투신상품은 단연 시가평가 국공채형 펀드다.
일반적 국공채형 펀드 가입자들의 목표수익률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연 8~10%가 가장 많을 것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인 연 7%보다 1%포인트 높은 8%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은 현명한 축에 든다.
문제는 연 10% 전후를 목표로 하고 있는 투자자들이다.
국공채형 펀드가 이런 수익을 내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안다면 목표수익률 연 10%가 얼마나 황당한 기대인지를 깨달게 될 것이다.
최근 6개월 국채 평균수익률과 펀드 내 채권의 잔존만기를 감안하면 현재 6%대 후반인 국채 유통수익률이 5% 밑으로 떨어져야 국공채형 펀드가 연 10%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
일부 채권전문가들은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채 유통수익률이 5% 미만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향후 1년을 두고 본다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만일 1년 내에 국채 유통수익률이 현 수준보다 1%포인트 상승한다면 국공채 펀드 수익률은 연 10%가 아니라 연 5~6%대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차라리 국채와 수익률 격차가 커진 회사채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통상 국채와 회사채의 수익률 괴리도는 1%포인트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1.5%포인트로 높아졌다.
만일 구조조정이 정부 일정대로 끝나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8.23%(2000년 12월22일 기준)인 A+등급 회사채로 수요가 몰려 국채와 가격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과거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는 종종 과거와 다르게 나타나곤 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과거형에 해당하는 지금까지 성과에 현혹되는 것은 남과 다른 것에 대한 불안감일 것이다.
증시 격언 중에 ‘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라’는 말이 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할 때는 쉬고, 어렵다고 할 때 용감하게 베팅을 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베팅 이전에 냉철한 현실 분석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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