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쪽에서는 에스케이텔레콤의 공격에 맞선 PCS사들의 IMT-2000 공동망 구축 움직임, 유선쪽에서는 한국통신의 부상에 맞서 드림라인 두루넷 등 초고속인터넷망 사업자들의 합종연횡이 벌어진다.
핵심어는 `규모의 경제'와 `비용 절감'.” 골리앗의 공세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시설 및 마케팅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쟁업체들은,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동설비투자 및 인수합병 등 적극적인 짝짓기에 나서리라는 것이 한겨레IT 기업평가센터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가 함께 내린 결론이다.
골리앗에 맞서는 난장이들의 짝짓기 정부가 에스케이텔레콤(011)의 신세기통신(017) 인수합병을 승인하면서 한국통신프리텔(016), 엘지텔레콤(019), 한솔엠닷컴(018) 등 PCS 3사는 벼랑끝에 몰렸다.
에스케이텔레콤 합병법인의 시장점유율은 4월말 가입자 수 기준으로 58%. 거인 1명과 난장이 셋이 싸우는 꼴이 된 것이다.
시장점유율을 50%이하로 낮추는 조건부 합병승인이라지만, 이는 결국에는 풀릴 규제라는 것을 업계에서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우리는 골리앗과 싸워야 하는 난장이들이 됐다.
어떤 식으로든 뭉치지 않고는 다들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 한 PCS업체 최고경영자는 최근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현재 있는 설비로 운영가능한 이동전화서비스 경쟁에서야 지금과 비슷한 정도로 버틸 수 있다지만, 수조원대의 신규설비투자가 필요해지는 IMT-2000서비스 시대가 오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다.
“이동전화 단말기 1대 안에서 세계와 소통한다”는 본격 무선인터넷 IMT-2000서비스는 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IMT-2000사업권자를 선정하고, 2002년 열리는 월드컵에 맞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값이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은 현재의 이동전화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가 전국 각 지역에서 가능하려면, IMT-2000망을 설치하는 데 2조4천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비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2년 동안 나눠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조2천억원의 비용이 든다.
확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굳힌 에스케이텔레콤이야 투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거인에 맞서 경쟁하느라 힘이 딸리는 PCS업체가 독자적으로 투자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액수다.
이미 망 구축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들어부은 데다 지난해부터 이번 달까지 1대당 10만~20만원의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체력을 소진한 상태다.
IMT-2000 시설 나눠쓰고 마케팅만 경쟁 해법은 결국 공동망 구축이다.
설비는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각 지역에서 마케팅만으로 경쟁하는 시나리오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IMT-2000사업권에 더 다가갈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PCS회사마다 최소한 1조5천억원 이상의 비용절감효과가 나타난다.
한솔엠닷컴이 한국통신이나 엘지쪽으로 인수합병되더라도 시장점유율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절반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공동망 구축은 여전히 유효하다.
IMT-2000망의 공동구축은 국가 산업인프라로 간주되는 통신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주체인 정부쪽에서도 선호할 만한 시나리오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김호석 연구위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닌 2위 이하 IMT-2000사업자가 독자적으로 망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보면 중복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 수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사업권을 너무 많이 줘 중복투자를 자초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해법이라는 얘기다.
이미 PCS 3사는 에스케이텔레콤에 맞서 IS-95C망을 공동구축하겠다고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이 시나리오로 향하는 기초를 닦고 있다.
드림라인 기간망-두루넷 가입자 결합도 시너지 유선통신 쪽에서는 ADSL, 케이블 등 초고속인터넷망에서 후발업체인 `한국통신'이라는 거인이 등장한다.
시장점유율 1위이지만 점점 심해지는 경쟁을 견디기 어려워지는 삼보컴퓨터의 두루넷과,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제일제당의 드림라인이 위기의식을 느낀다.
지난 4월말 현재 초고속인터넷통신망의 시장점유율은 두루넷이 35.9%로 1위였고, 하나로통신이 34.2%, 한국통신 22.2%, 드림라인이 5.5%, 데이콤이 2.1% 등이었다.
그러나 가입대기자 수로는 한국통신이 35만7천명으로 2위인 25만3천명의 하나로통신을 멀찌감치 따돌렸고, 두루넷은 16만명에 그치고 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영업력에다 자금력까지 갖춘 한국통신이 머지 않아 1위 자리를 탈환하리라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하나로통신도 조만간 엘지가 공식인수하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 예상돼, 나머지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형국이 된다.
삼성증권은 초고속인터넷시장 전체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5배 가량 늘어난 2조4천억원이 될 전망인데, 서비스업체 수는 지난해 16개로 3배 가까이, 설비투자는 4조9천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장성민 연구위원은 “파이는 1.4배로 느는데 경쟁업체와 비용은 3~4배로 늘어나는 셈이라, 선두권 업체가 아니고는 배겨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대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기간망을 독자적으로 갖지 못한 두루넷과, 2대주주 도로공사의 기간망을 안정적으로 쓰고 있지만 가입자가 부족한 드림라인이 훌륭한 짝이 된다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드림라인의 기간망과 5만여명의 가입자, 두루넷의 30만 가입자가 만나면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의 공세에도 대등하게 맞서 초고속인터넷망의 3강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체적으로 하반기 통신업계 짝짓기는, 무선통신쪽에서나 유선인터넷망쪽에서나 선두권에서 멀어져 고사하지 않으려는 `생존권 투쟁'의 일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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