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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느껴보세요, 노키아를”
[IT] “느껴보세요, 노키아를”
  • 한정희
  • 승인 2001.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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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미지 강조하는 노키아의 마케팅 전략…한국 시장 겨냥해 신제품 선보여
어둠 속 대형 슬라이드 화면에선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비즈니스를 담은 영상들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정지하듯 흘러간다.
그 속도에 맞춰가며 음악도 흐른다.
때로는 메탈로 때로는 발라드로. 그 영상 안에 휴대전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갑자기 리듬이 빨라지며 대형스크린 옆으로 길게 펼쳐 있던 흰 막 위에는 실제 사람의 실루엣이 드리워져 춤을 춘다.
두두두두…, 춤과 리듬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흰 막이 사라졌다.
순간 넓게 펼쳐진 공간이 눈앞에 확 들어온다.
사이버 분위기가 느껴지는 기계음의 음악이 흐르고, 공간 곳곳엔 노키아 제품들이 조명을 받으며 자태를 뽐낸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업체인 노키아는 지난 3월20일부터 22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을 대상으로 신제품시연회를 가졌다.
‘생활리듬과의 접속’(connecting to the rhythm of life)이란 주제로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14개 국가들의 미디어 담당자들과 고객사들 200여명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노키아는 GPRS(유럽의 2.5세대 표준방식) 휴대전화인 노키아8310을 비롯해 갖가지 휴대전화 단말기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각 분야 신제품들을 한자리에 선보였다.
휴대전화는 패션이다 하지만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노키아 제품만은 아니었다.
노키아의 독특한 마케팅 방식 또한 참여자들의 눈길을 끌어들였다.
먼저 노키아는 행사를 전략적으로 ‘궁금하게’ 만들었다.
노키아쪽은 이 행사를 마련하면서 각국의 미디어 담당자들에게 제목 이외에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행사를 직접 참여해 ‘느껴보라’는 것이 그들의 주문인 것이다.
제품시연회도 한국처럼 기능 설명 중심의 시연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행사에 소개된 휴대전화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에 타깃을 맞추었다.
휴대전화는 이미 단순한 통화수단을 넘어 하나의 패션제품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컨셉이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분홍 커버의 휴대전화를, 붉은 립스틱의 화장엔 붉은 커버의 휴대전화를, 은팔찌를 끼고 있을 땐 은색커버의 휴대전화를 선택할 수 있다.
휴대전화는 이제 ‘생활에 리듬을 입히는 패션’이라는 것이 노키아의 주장이다.
행사 중간에는 빠짐없이 이벤트를 마련한다.
호주 행사에서는 참여자들에게 1천달러를 바꿀 수 있는 티켓을 주고 모의 ‘카지노’판에 참여하게 한 다음, 가장 많은 돈을 딴 사람에게 노키아 제품을 상품으로 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노키아의 마케팅 행사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한국노키아 김지원 차장은 “우리나라처럼 평범한 호텔에서 프로모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지난 99년 7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제품시연회에서는 ‘탱이’라는 백화점에서 이루어졌다.
가장 한가한 시간대를 골라 3시간 동안 백화점 전체를 빌려 시연회를 연 것이다.
각 층마다 제품과 관련한 이벤트 코너를 마련했고, 행사가 끝나자 참가자들에게 특별히 할인가격에 쇼핑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 역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노키아의 컨셉에 따른 것”이라고 노키아쪽은 말한다.
노키아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드 구축’이다.
예를 들어 제품 광고를 하는 경우 딱히 제품만 내보내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이벤트를 만들거나 제품과 상관없이 브랜드 광고를 꾸준히 내보내는 것이다.
TV나 인쇄 매체를 통해 “꾸준히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코카콜라 하면 시간과 장소는 달라도 그것이 주는 공통된 느낌이 있잖아요? 즐거움, 만족감 같은 것이죠.” 김 차장은 코카콜라를 마실 때 그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한꺼번에 마시는 것처럼, 노키아도 같은 방식의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컨셉에 지역성 덧입혀 노키아가 이런 마케팅 방법을 채택한 것은 5~6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구조조정을 통해 통신회사로 거듭나면서 브랜드 구축의 가치를 중요시하게 됐고, 이를 위해 노키아는 전문적인 마케팅 매니저들을 뽑는 등 마케팅 부문에 특별 노력을 기울였다.
노키아라는 브랜드 컨셉인 ‘사람 속으로’(connecting people)도 오랜 시간 동안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모든 마케팅 행사는 보도된 매체들을 보고 강점, 약점, 보완점 등을 분석해 다음 행사에 반영한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활성화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노키아는 글로벌한 조직이고 많은 외국인들이 섞여 일합니다.
각각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것을 강요하면 경직되기 쉬운 조직이죠.” 노키아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동일한 노키아의 정체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독자성을 충분히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떠한 행사든 컨셉만 결정되면 그외의 모든 것은 지역의 독자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노키아에서는 회사의 브랜드 구축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내부 교육기관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대학’을 운영한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약 200여개의 프로그램이 나와 있는 캘린더를 보고 원하는 분야의 교육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외부인들은 이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마케팅이 반드시 효과를 본다고 보장할 수만은 없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시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한국 시장을 겨냥해 첫 제품시연회를 가진 노키아는 요즘 긴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유럽표준방식(GSM) 시장만을 겨냥해 휴대전화를 만들어오다 노키아가 처음으로 동기식(CDMA) 휴대전화를 만들어 한국 시장에 첫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젤 리치필드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사장은 “사용하기에 편리한 인터페이스는 노키아의 공동 컨셉”이라며 ”국제 시장에서의 성공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내비쳤다.
노키아의 마케팅 전략이 한국에도 먹혀들지 궁금하다.
한국, 노키아의 새 시험대
노키아는 지난 3월27일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한국 휴대전화 시장 진출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세계 제1위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업체인 노키아는 그동안 세계 단말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유럽표준방식(GSM) 시장에만 휴대전화를 공급해오다 이번에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동기식(CDMA) 시장으로 첫 외출인 셈이다.
노키아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특별히 한국인만을 위한 디자인을 만들었다.
그동안 막대형 휴대전화를 만들어왔던 노키아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폴더형으로 디자인한 휴대전화 노키아8887(셀룰러), 노키아8877(PCS) 등을 선보였다.
나이젤 아태지역 수석 부사장은 “이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만 판매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세계적 점유율이 한국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디자인면에서 이미 한국은 폴더형 디자인이 다양하게 나온 상태여서 경쟁하기가 만만치 않다.
기능면에서도 64kbps를 지원하는데 이 정도 속도는 대부분의 한국 단말기에서 이미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한 업계 관계자는 “변수는 세계적 기업이라는 브랜드 마케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노키아에겐 여러모로 한국 시장이 실험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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