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IT] 윈도우 XP, 전망은 ‘X파일’
[IT] 윈도우 XP, 전망은 ‘X파일’
  • 유춘희
  • 승인 2001.05.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25일 정식 발표… “침체 시장의 구세주” “당장 구입 안 할 것” 의견 분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놓은 윈도우 운영체제(OS) 이름을 한번 돌이켜보라. 맨 처음 작품인 윈도우3.0을 제외하고는 그 후부터는 제작연도를 뒤에 갖다 붙인다.
개인사용자를 위해 내놓은 윈도우95와 윈도우98이 그랬고, NT 커널을 이용한 기업용 제품인 윈도우2000 역시 뒤에 2000은 연도를 뜻한다.
MS가 그때에 맞춰 제품을 내놓겠다고 미리 정한 이름이 그랬다.
하지만 그들은 한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말로는 항상 “부족한 곳을 고치고 다듬기 위해 어떨 수 없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쏘아붙였다.
우선 정식 제품을 발표하기로 한 2년 전부터 로드맵을 가명(코드명)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러 번의 베타판을 선보여 언론의 주목을 계속 이어가고, 기다림이 극에 달하는 순간 화려한 조명을 따라 제품을 공개하는 수법이다.
PC용 OS를 독점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MS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MS가 스스로 ‘오버’를 깨닫기 시작한 것일까. ‘윈도우XP’에는 다행히(?) 연도를 붙이지 않았다.
XP는 ‘Experience’를 줄인 말이다.
사용자에게 풍부한 컴퓨팅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초기 코드명은 ‘휘슬러’(Whistler)였다.
빌 게이츠는 여러 차례 가진 제품설명회에서 윈도우XP를 일컬어 윈도우3.x에서 95로 넘어가는 것에 비길 만큼 혁신적 변화를 제공하는 제품이라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컴퓨터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들이 밝힌 공식 발표일은 10월25일. 그러나 MS 계획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연말을 생각한다.
프로페셔널 버전은 홈 에디션이 나온 후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초기 수요 몰리지 않을 듯 윈도우XP가 업계 관심을 끄는 이유는, MS 스스로 지난 5년 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기에 IT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다.
XP는 MS가 네트워크 지향의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닷넷(.net)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그래서 이 제품에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용자의 관심은 윈도우98이나 윈도우Me에 비해 어떤 기능이 나아졌고, 언제쯤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을지에 모아진다.
실제로 XP는 PC 제조업체를 흥분시키고 있다.
침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구세주로 기대하는 것이다.
올 1분기 PC 시장은 7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PC 보급이 포화상태에 달해 신규 수요가 거의 없는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닥친 경기침체가 원인이다.
1GHz 클럭속도의 펜티엄4가 시장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IT 시장분석 업체인 IDC코리아 오현영 연구원은 “윈도우XP는 성장이 멈춘 PC 시장을 추스를 주자로 꼽을 만하다”고 말한다.
“거기에 펜티엄4 PC 가격이 평소 사이클대로 떨어진다면 분명 새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XP를 쓰기 위해서는 성능이 뛰어난 PC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재료로 보는 것이다.
MS는 최소 권장사양으로 개인용과 서버용 공히 300MHz CPU에 128MB 메모리면 된다고 하지만, 제대로 쓰려면 이 기준을 크게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은 이와 다르다.
하드웨어 조건이 오히려 윈도우XP 보급을 더디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 정보사업팀 강수환 선임은 “그들 말대로라면 윈도우2000을 64MB로 돌리는 것만큼 더디고 답답할 것”이라며 “XP 정도의 OS를 원활하게 쓰기 위해서는 보급된 PC의 70% 이상을 최신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MS의 빈번한 OS 업그레이드를 반기는 사용자도 많지 않고, XP가 좋다고 해도 PC까지 바꿔가면서 채용하진 않을 거란 지적이다.
새로운 OS가 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도 있다.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호환성’을 완벽하게 처리하는지 여부. XP에서 도스용 프로그램이나 9x 코드 기반(윈도우 95, 98, 98SE, ME)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XP가 NT 커널에 바탕을 둔 게 원인이다.
주변기기 드라이버와 OS의 밀결합 정도가 시스템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용자가 초기부터 XP로 몰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일부 열성적인 조기 수용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OS가 안정될 때까지 구입을 미룰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설치하겠다” 58% 가능성 충분 그래서일까? 시장에서 XP에 대한 반응은 아직 높지 않다는 다소 부정적인 조사자료가 있다.
윈도우95의 경우 PC 사용자의 마음을 끌어당겨 고성능 PC 수요를 부추겼지만, 윈도우XP에 대한 수요자의 반응은 아직 냉담한 수준이다.
컴퓨터 포털사이트인 피씨비 www.pcbee.co.kr가 회원을 상대로 XP 구매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7%만이 구입에 긍정적이었고, 25%는 부정적이었다.
피씨비 차중석 사장은 그 이유를 “우리나라 사용자도 이제 겉치레보다는 실용적인 소프트웨어 사용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한다.
한국은 세계 IT 시장의 테스트베드라고 할 만큼 최신 제품에 민감했다.
그는 “무작정 새것을 찾기보다 이제는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 구식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일단 설치는 해보겠다’고 답해 사용자의 마음을 붙들 가능성은 열려 있다.
MS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완벽한 한글판 OS를 공급하기 위해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
한국MS 윈도우 제품그룹 이대열 마케팅 부장은 “마케팅 펀드를 조성해 협력업체와 개발업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들의 호환성 테스트를 위해 외부 용역업체를 선정해 신청업체를 대상으로 테스트해주고 있다”고 전한다.
이 테스트를 통과한 업체에게 윈도우XP 로고를 부착하게 하고 우수 제품은 공개해 XP 제품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개발자를 위해 이미 베타 1과 2 버전을 내놓고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를 불러들여 세미나를 열고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해 궁합을 맞춰보는 중이다.
사실상 최종 버전인 RC(Release Candidate) 2 버전은 초가을에 내놓는다.
이 과정을 거쳐 버그가 없다고 판단되면 PC 제조업체에게 OEM 방식 상용 버전인 RTM(Ready To Manufacturing) 버전을 공급하게 된다.
MS가 새로운 OS와 오피스 제품 이름에 경험을 뜻하는 XP를 달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독점 소송에서 MS 분할명령을 내린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그것을 ‘BS’로 바꿔불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BS는 ‘거짓말’(bullshit)의 앞 글자다.
MS가 잭슨의 비아냥을 한방에 날릴 만큼 XP가 훌륭한지 아닌지는 10월 25일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 날짜마저 어긴다면 XP는 정말 BS로 바꿔야 할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윈도우XP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베타 2를 테스트해본 천리안 OS동호회 김규엽씨는 “윈도우2000과 윈도우미를 합친 것 같다”고 말한다. 안정성과 성능이 뛰어난 윈도우2000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가정용 OS 윈도우미를 섞어 사무실과 집에서 작업하는 환경을 일치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XP가 기존 OS에 비해 달라졌다기보다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평가한다. XP가 강조하는 것은 네가지. 사용하기 쉬운 PC 환경을 구현했고, 인터넷과 연동을 더욱 밀접하게 했으며, 멀티미디어 기능과 보안 능력이 향상됐다는 점이다. 특히 ‘루나’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사용편이성을 개선했다. 루나는 윈도우95 이후 이루어진 인터페이스 버전업 중 가장 큰 변화로 평가받고 있는데, 신선한 비주얼 요소로 태스크 기반 컴퓨팅을 쉽게 해준다.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음성 API(Speech Programming Interface)다. 제어판에 ‘스피치’ 아이콘이 있는데 현재는 TTS(텍스트를 음성으로) 기능만 수행하지만 시각장애자에게는 특별한 기능이 될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인 오피스XP(오피스2000 다음 버전)에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되기 때문에 기대할 만하다. 한글판은 이 기능이 미국과 동시에 가능하지는 않고 좀더 기다려야 한다. 윈도우XP는 무선 프로토콜인 블루투스는 지원하지 않고, 주변기기 인터페이스도 USB2.0 대신 IEEE1394를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MS는 이 두 기술을 지원하는 하드웨어가 아직 충분치 않기 때문에 지원을 미뤘으며, 보급이 늘고 사용자 요청이 많을 때는 지원용 패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기업 환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무선LAN 표준인 802.11b를 지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