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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여차하면 '메이드인코리아'도 포기하라
[커버스토리] 여차하면 '메이드인코리아'도 포기하라
  • 이경숙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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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터넷 시장 공략 10계명…지금이 가장 적기다 “일본 시장에 진출할 호기는 지금뿐입니다.
당장 일본에 나간다고 해도 사업을 시작하는 데 보통 5, 6개월이 걸립니다.
그때쯤이면 일본 인터넷 산업은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됩니다.
올해가 지나면 더이상 기회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 중소기업진흥공단 home.smipc.or.kr 신길홍 전 일본사무소장(현 경영정보화지도실 책임지도역)의 말이다.
일본 인터넷 시장에 한국을 심을 파종기가 왔다는 것이다.
일본 정보화의 걸림돌이던 비싼 유선인터넷 서비스료가 최근 내리고 있고, 금융불안으로 묶여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은 새로운 땅, 정보통신 벤처에 논물을 대주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장은 이미 일본 기업들이 촘촘히 씨를 뿌려놓았다.
우리 기업들이 모판을 잡을 곳은 바로 유선인터넷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의 우월한 기술력과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 예기치 못한 벽에 부딪치게 된다.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한국과 일본의 기업가들은 이렇게 충고한다.
“혼자 다하려고 하지 말라.” “비트밸리에선 비트밸리의 법을 따르라.” 그들의 일본 인터넷 비즈니스 공략 10계명을 공개한다.
일본 파트너와 결합하라 제1계는 역시 “시장조사를 충분히 하라”이다.
지난 6월 일본법인을 설립한 후이즈 www.whois.co.kr는 예기치 못한 고민에 빠졌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전엔 일본의 도메인등록기관 ‘재패닉’(JPNIC)이 ‘1개 법인에 1개 도메인’ 원칙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연히 복수도메인체제로 갈 것이라고 점쳤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일본 도메인 시장은 여전히 1대 1 원칙에 묶여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신길홍 전 일본사무소장은 철저한 시장조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사업을 하기에는 일본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
더군다나 일본은 미국처럼 시행착오의 경험을 존중하는 문화도 아니다.
한번 실패하면 바로 낙오자로 취급받는다.
돈이 들더라도 전문 컨설팅 업체의 조언을 받는 게 낫다.
” 일본 다이와연구소, 노무라연구소 등은 컨설팅은 물론이고, 파트너가 될 만한 일본 업체까지 소개해준다.
하지만 컨설팅료가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벤처컨설팅 전문업체에도 길은 있다.
한국계 업체인 뉴크리에이티브 www.nc-club.com는 10여년간 일본 통신사업자인 KDD의 판매대행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 회사를 가지고 있는 비아이넷코리아 www.bink.co.kr는 양국 벤처의 상대국 진출을 인큐베이팅해준다.
제2계는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해 준비하라’이다.
일본 중소업체들의 소프트웨어 복제, 갑작스런 원화 절화로 인한 유지비 증가, 일본 당국의 엄격한 세금 부과는 중소 벤처업체들에게 갑작스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 인터넷 기술의 빠른 발전도 복병이 될 수 있다.
제3계는 ‘일본 파트너 찾기’이다.
후이즈 이청종 사장은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땐 되도록 일본 업체와 제휴하거나 합작하라고 조언한다.
외톨이로 일본 시장에 나가면 한국 시장이 위축될 경우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사이버에이전트코리아 www.cakorea.net의 아츠시 이시카와(26) 이사는 이왕이면 인지도와 이미지가 좋은 유명기업이나 대기업과 인연을 맺으라고 충고한다.
신생법인을 선전할 때 그만큼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제휴하면 안된다.
개중엔 이름만 걸어놓고 열심히 하지 않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제4계는 유명 투자자들의 펀드를 받는 것이다.
일본 상와은행의 e비즈니스 서포트센터는 지난주 직원 2명을 한국에 파견했다.
이들을 한국 창투사에 소개해준 이코퍼레이션 글로벌팀의 이영욱 대리는 상와쪽이 한국 기업의 노하우로 일본에 세운 법인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한다.
환율변동의 불규칙성 때문에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코리아, 히카리통신, 일본아시아투자(JAIC)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벤처투자자들이다.
제5계는 ‘사업계획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라’이다.
일본기업의 투자나 합작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일본 문화에 맞춘 꼼꼼하고 진실된 사업계획서가 아주 중요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일본사무소의 윤재성 과장은 한국 기업의 사업계획서들이 일본인들이 보기엔 너무 추상적이라고 지적한다.
예상 매출액은 일본인들의 호응을 전혀 이끌어낼 수 없다.
어떠한 단계를 거쳐 언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하라고 윤 과장은 충고한다.
최근 발간된 <한일벤처 JOINT전략>(규니북스 발행)의 지은이 비아이넷코리아 임재국 부사장도 비슷한 조언을 한다.
국내 사정만 생각해 대강 그럴듯하게 보이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가는 꼼꼼한 일본인들에게 오히려 허점을 노출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업체들은 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논리의 비약을 불사한다.
이는 사업계획서에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부담 요인을 명시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일본 풍토에선 허장성세로 보일 수 있다.
제6계는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좋은 사업계획안을 마련했다 해도 일본 기업과 인연을 맺는 것은 쉽지 않다.
돌다리를 두들겨 확인하고도 건널까 말까 망설이는 게 일본인이다.
이들의 마음을 열려면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들의 시각에 맞도록 사업계획서를 보완하고 변경하면서 그들을 설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럴려면 일본 진출 법인대표가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 문화에 익숙해야 한다.
따라서 가급적 일본인 대표를 내세우는 게 위험부담이 적다.
한국에 없는 수익모델은 일본에도 없다 사이버에이전트코리아 이시카와 이사는 일본 진출에 실패한 미국의 한 업체를 예로 든다.
이 기업은 일본법인 사장으로 일본어을 잘 못하는 미국인을 채용했다.
밸류클릭은 반대였다.
이 업체의 미국인 사장은 일본어에 능통하고 문화에 밝았다.
전 직원이 미국인이었지만 이곳은 성공했다.
제7계는 여차하면 ‘메이드인코리아’ 딱지를 뗄 각오를 하라는 것이다.
후이즈 은진은 사업본부장의 지적처럼 일본인은 한국제품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진로소주’보다는 ‘재미있는 술’이란 카피를 먼저 떠올린다.
진로소주가 한국의 전통술임을 아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물론 반대의 전략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전자상거래 구축 솔루션 개발업체인 커머스21 www.commerce121.co.jp은 한국 기술임을 전면에 부각시켜 일본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발 앞선 한국의 기술이 일본의 기업고객들에게 먹혀든 것이다.
일단 일본 진출을 결정했다면 적기를 놓쳐선 안된다.
이것이 제8계다.
특히 유선인터넷 분야는 지금이 적기다.
일본 유선인터넷 시장은 가장 높은 벽인 비싼 사용료를 끌어내리면서 이제 막 도약을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NTT도코모는 9월1일부터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서비스 가격을 현재의 6980엔에서 3000엔(약 3만원) 수준으로 내릴 예정이다.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인 일본전기(NEC)도 9월부터 월 2000엔만 내면 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도쿄메타리크통신 등 신생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싼 가격의 ADSL, 케이블TV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가격경쟁에 불을 당긴 덕택이다.
일본물가가 우리보다 서너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일본 유선인터넷 사용료는 한국보다도 낮아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 벤처들의 일본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일본사무소는 9월 중 벤처지원센터를 열고 일본에 진출하려는 벤처업체들의 임시사무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선 일본에 진출한 25개 안팎의 한국 업체 중 15개가 가입해 있는 한국벤처클럽의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
이런 것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 제9계다.
자본발달 수준에 비해 턱없이 뒤떨어진 일본의 인터넷 산업 수준은 우리 기업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진출 선배 기업인들은 마지막 10계를 가장 강조한다.
“한국에서 없는 수익모델을 일본에서 찾지 말라.” 신중하기로 소문난 일본 투자가들의 주머니 입구는 한국 투자가들의 그것보다 좁다.
일본시장공략 십계명
1.시장조사를 충분히 하라 2.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해두라 3.파트너를 찾아라 4.사업전망을 과장하지 말라 5.의사결정 과정이 길더라도 참고 기다리라 6.일본인 대표를 내세우라 7.‘메이드인코리아’ 딱지를 떼라 8.신뢰를 목숨처럼 지켜라 9.진출을 결정했으면 지금 바로 나가라 10.한국에서 없는 수익모델을 일본에서 찾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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