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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무선인터넷 시장 ‘활활’
[커버스토리] 무선인터넷 시장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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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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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장비·콘텐츠 업체 기대 부풀어…2005년이면 음성통화시장 누를 듯 빼곡히 지갑에 꽂혀 있는 카드들이 목만 내민 채 제 순서를 기다린다.
버스를 탈 때는 버스카드,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는 현금카드, 여기에 몇개의 신용카드까지 합치면 지갑에 대여섯개의 카드가 들어 있는 건 보통이다.
게다가 밖에서 일을 보고 급한 메일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려면 PC를 찾아 헤매야 한다.
이동통신의 발전은 이 모든 불편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단말기 하나로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를 대신하고, 심심하면 오락이나 영화를 내려받아 여가를 즐길 수도 있다.
IS-95C 서비스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이 펼쳐보이는 무선인터넷 세상은 사용자들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
1인당 무선인터넷 사용료는 평균 5천원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소비자들이 이런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통화료와 정보사용료를 무한정 지불할 수 있을까. 미래의 시나리오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생활을 위해서는 월급을 통째로 통신료에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른다.
좀더 차분하게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실제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을 알아봐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0년 월평균 1인당 휴대전화 통화금액은 3만5천원이다.
이 가운데 무선인터넷 사용료는 평균 5천원이었다.
1인당 무선인터넷 사용액이 전체 통화금액의 14%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무선인터넷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도 이와 엇비슷하다.
무선인터넷 요금으로 6천원 이하를 내는 사용자가 69.6%로 가장 많았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무선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서비스 시장은 5천원(LG경제연구원 기준)에 무선인터넷 사용자 수를 곱한 값이 되는 셈이다.
물론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느린 전송속도, 빈약한 콘텐츠 등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 때문에 사용자들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적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IS-95C 인프라가 구축되고, 2002년 6월부터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1인당 무선인터넷 평균 사용액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박팔현(37) 부연구위원은 “2005년 1인당 한달 평균 사용료는 지금의 두배인 1만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당분간 무선인터넷 시장이 음성통화 시장보다 큰 떡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무선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음성통화 가입자 대신에 신규 시장인 인터넷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부을 태세다.
기술적으로도 다양한 서비스가 나와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무선인터넷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여기서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무선산업연구팀 이광희 선임연구원은 “2005년이면 무선인터넷 접속이 유선인터넷 접속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한다.
무선인터넷 매출액은 2005년이면 2조9640억원에 이르러 음성통화 매출액 5조5480억원의 절반치를 넘어선다.
가장 큰 수혜자는 단말기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시스템 업체나 단말기 업체가 더 짭짤한 수입을 올릴지 모른다.
특히 2002년 6월부터 시작하는 IMT-2000 서비스는 장비업체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대박의 기회다.
시스템 시장은 무선망이 본격적으로 깔리는 2003년과 2004년에 절정에 올라 2006년까지 모두 8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시장 역시 2006년까지 모두 8조8천억원의 시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시스템이 치고 빠지는 시장이라면, 단말기 시장은 계속 우려먹을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아더앤더슨코리아 최종연(35) 부장은 “단말기 시장은 평균 교체기간이 3개월일 정도로 패션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단말기가 무선인터넷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는 얘기다.
시스템이 깔리고 단말기가 보급된 뒤에는 얼마만큼 다양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서비스 업체들의 승부를 가르게 된다.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고 기존 가입자들의 접속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뒷받침을 해야 한다.
따라서 콘텐츠 시장도 경쟁에 발맞춰 커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무선 콘텐츠 시장에 대한 전망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지난 99년 1883억원 규모였고 2004년엔 3849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점, 무선데이터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성장 잠재성 정도만 짐작할 수 있다.
콘텐츠 시장이 만들어지는 순서는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뉴스, 주식, 이메일 등 화면 제약이 없는 문자 위주의 콘텐츠 시장이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콘텐츠는 이런 종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두번째 단계는 캐릭터, 단순한 게임, 노래방, 위치정보 등 낮은 수준의 그래픽이 제공되는 세미멀티미디어 시장이다.
세미멀티미디어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주문형 비디오, 드라마 등 완전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단계이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장은 IS-95C의 기술 수준이 성숙하고 IMT-2000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2002년 말이나 2003년이 되어야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사업자들은 내다본다.
SK텔레콤 무선데이터사업본부 정기원 과장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전송량과 속도 문제로 사업자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한다.
무선인터넷은 모든 정보통신 기술과 시장이 모이는 용광로 같은 역할을 한다.
위치정보시스템이나 무선 멀티미디어 서비스, 정보가전, 소액 결제 등 모든 생활의 편리함도 무선인터넷에서 출발해 무선인터넷으로 모인다.
노트북은 물론이고, PDA 같은 단말기도 무선데이터 전송이 되지 않으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게 뻔하다.
아궁이에 떡을 앉힌 무선인터넷 업체들이 솔가지를 집어넣으며 신나게 풀무질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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