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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대박 터뜨린 ‘생쥐 공장’
[머니] 대박 터뜨린 ‘생쥐 공장’
  • 이정환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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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쥐 연간 2천만마리 생산…시가총액 1500억원 육박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생쥐들이 먹을 사료를 삶는 냄새다.
삶은 사료에서는 비맞은 생쥐 냄새가 난다.
오후 4시, 생쥐들에게 저녁을 먹일 시간이 가까워오자 인부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지게차로 실어나른 사료상자는 닫힌 창고에 넣어 샅샅이 살균처리한 다음 겹겹으로 둘러싼 철문을 몇차례 지나 생쥐들이 우글대는 사육실로 옮긴다.
사람이 이곳에 들어가려면 몇차례 소독약 폭포를 얻어맞은 다음 모자를 쓰고, 마스크에 고무장갑까지 껴야 한다.
세균이라도 감염되는 날에는 수십만마리의 생쥐를 모두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2천평이 넘는 공장이 이처럼 완벽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비상이 걸려 있다.

대한바이오링크 www.dhbiolink.com는 이곳에서 만들어낸 실험용 생쥐를 팔아 지난해 140억원을 벌어들였다.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이 공장에서는 세균에 감염되지 않은 깨끗한 생쥐를 하루 500마리 이상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해 팔린 생쥐는 모두 2천만마리에 이른다.
여기저기서 바이오벤처가 생겨나고 실험용 생쥐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어나면서 제법 짭짤한 재미를 봤다.
흔히 말하는 ‘청바지 장수’처럼 바이오벤처들이야 돈을 벌건 말건 대한바이오링크는 탄탄한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바이오산업이 성장할수록 실험용 생쥐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한 신약개발사업까지 포함하면 대한바이오링크의 지난해 매출은 156억원, 당기순이익은 44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많은 바이오벤처가 순이익은커녕 뚜렷한 매출 기반도 없는 상태여서 대한바이오링크의 약진은 두드러져 보인다.
대한바이오링크는 1월16일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때마침 정부에서는 바이오벤처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에서는 셀레라지노믹스가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가는 등록하자마자 10일 연속 상한가로 내달렸고 지금은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7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시가총액은 1500억원에 이른다.
바이오벤처의 대표주자로 군림해온 마크로젠을 일찌감치 따라잡은 것이다.
마크로젠의 시가총액은 1200억원 가량이다.
대우증권 임진균 연구위원은 “너도 나도 바이오벤처라고 하지만 코스닥시장에 제대로 된 바이오벤처는 마크로젠하고 대한바이오링크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축용 사료나 치매치료제 따위를 만드는 업체들이 덩달아 주가가 뛰곤 했지만 이들까지 바이오벤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바이오링크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왔다.
매출도 안정적이고 게다가 몇년째 흑자를 계속하고 있는 ‘진짜’ 바이오벤처가 나타난 것이다.
임 연구위원은 “조금 뻥튀기된 느낌이 있지만 시장 분위기로 보아 한동안 주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영수(43) 사장은 뜻밖에도 건축공학과 출신이다.
경희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청우종합건설 건설본부장을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바이오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실험용 생쥐 따위를 사느라 엄청난 외화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직접 공장을 설계해보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장 큰 돈벌이는 안되지만 성장성이 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심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다.
“93년에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엉뚱하게도 축산업으로 분류돼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바이오산업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생각보다 설비투자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돈 빌릴 데가 마땅치 않았죠. 축산업이라서 융자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제조업이라고 우겼지만 안 통했어요.” 결국 직접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고 사장은 미국과 일본의 실험동물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눈대중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그리고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충북 음성에 공장을 지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들이느라 산더미같이 빚을 짊어졌다고 한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부딪혀보니 아는 것도 없고 막막하기만 했어요.” 실험용 생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온도나 습도의 정확한 조절 못지않게 세균 침투를 막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균으로 범벅이 된 생쥐로는 정확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쥐들에게 먹일 사료를 밖에서 들여와야 하고 인부들도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환경에서 어떻게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청결한 공장을 만들 수 있는가가 실험용 생쥐의 품질을 좌우하게 된다.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95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었고 수입 생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생쥐를 내놓을 수 있었다.
수입 생쥐를 몰아내면서 조금씩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 결국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의 할란과 업무제휴를 맺기도 했다.
할란의 어미쥐를 얻어오는 대신 아시아 지역 판매망을 맡기로 한 것이다.
할란과 제휴를 맺으서 품질에도 자신이 생겼다.
그만큼 공신력도 높아졌다.
대한바이오링크는 올해 매출 191억원에 당기순이익 59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생쥐만 팔아서는 성장성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매출액 150억원밖에 안되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1500억원이라면 거품도 이만저만한 거품이 아니다.
아무리 바이오산업이 성장한다고 한들 한마리에 3천원에서 5만원하는 생쥐가 팔려봐야 얼마나 팔리겠는가. 치솟아 오르는 주가에 표정관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라고 봅니다.
셀레라지노믹스만 해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지만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지 않습니까.” 고 사장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과 공동개발한 진단시약은 1㎖에 25만원씩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17억원어치가 팔렸고 올해는 36억원어치를 팔 계획이다.
이밖에도 성균관대 잠사곤충연구소와 함께 빈혈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생명공학연구소와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증권 조윤정 연구원은 “대한바이오링크의 연구개발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양한 기술제휴와 협동연구가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바이오링크는 순수 연구기관인 대학의 연구성과를 상품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자본을 지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철저하게 상품화가 가능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되 순수 연구쪽은 아웃소싱할 계획이다.
실험용 생쥐가 안정적 매출기반을 다져주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신규사업이 어떻게 성장성을 확보하느냐다.
주가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있고 시장의 기대는 잔뜩 부풀어 있다.
대한바이오링크가 과연 그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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