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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일본 경제, 가전업계 ‘발목’
[머니] 일본 경제, 가전업계 ‘발목’
  • 이홍천
  • 승인 2001.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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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다·도시바 등 수익 감소 전망… PC보급 늘고 디지털가전 반응 좋아 낙관론도 일본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끄는 가전제품회사들이 1분기 성적을 발표했다.
성적만 본다면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세계 IT 경제의 불황이 일본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게다가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일본 국내 시장도 IT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IT 산업은 올해가 최대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4월27일 1분기 결산발표를 한 히다치, 도시바, 미쯔비시전기, 소니, 마쓰시다전기 등 내로라하는 가전사들의 지난 1년간 성적은 꽤 좋은 편이다.
도시바는 반도체 판매가 늘면서 전자부품 부문의 영업이익이 1160억엔에 이르렀다.
히다치도 반도체와 PC의 해외판매가 효자노릇을 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98년 이후 수익이 계속 늘고 있는 소니는 올 1분기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1% 정도 늘었다.
게임 부문 부진과 엔고로 수출 채산성이 나빠졌지만, PC 등 전자제품 판매가 늘면서 적자를 간신히 면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본 IT기업들은 PC와 휴대전화 판매 확대, 반도체 가격 안정에 힘입어 순항을 했다.
하지만 1분기 이후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익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시다는 18%(1600억엔), 도시바 14%(2천억엔), 미쯔비시는 15%(1500억엔) 정도 올해보다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경기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영’을 지향해온 이들 회사들 자체도 올 2월 말 예상매출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여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저성장 궤도에 진입한다는 얘기다.
‘플레이스테이션2’ 등 비디오게임기로 활로를 찾고 있는 소니도 지난해 게임 부문에서만 최대 규모인 511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은 뻔한 이치다.
소니는 올해 3천만대의 게임기를 시장에 내놓기로 하는 등 공격적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기동향과 일본 경기침체에 비춰볼 때 소니의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일본 IT 산업의 전망이 그다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PC 시장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일본의 PC 보급률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IT 시장과 산업증가률만 본다면 2, 3년 안에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지난해 일본의 PC 출하 증가율은 25%로, 미국의 10% 성장을 훨씬 웃돌았다.
미국의 PC 시장은 기능의 고성능화가 한계점에 이르러 저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일본은 가격 경쟁보다는 가전제품에 디지털 기능을 도입한 디지털 가전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예컨대 두배 이상 급성장한 디지털카메라는 올해도 14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캠코드도 지난해에 비해 22% 늘어난 590만대로 출하 대수가 잡혀 있다.
미국 IT 산업의 경기 악화를 일본이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 단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불안한 정치 상황, 바닥을 기고 있는 주가, 기업과 소비자의 소비의욕 감퇴 등도 IT 산업의 성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직만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일본 IT 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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