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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바벤] ⑦ 생체시계
[닥터바벤] ⑦ 생체시계
  • 허원(강원대환경생물공학부교수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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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꿈
우리 몸 속에도 시계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할 때 밤낮이 바뀌어 고생한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적어지거나 야행성이 된다고 한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어두운 곳에 갇혀 있어도 상당 기간 동안은 24시간 주기의 생리활동이 이어진다.
누구든 의지와는 상관없이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생체시계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지구의 자전주기가 24시간이고, 낮과 밤이 바뀌므로 인간의 습성도 여기에 순응하게 된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체리듬은 화학물질의 분비와 호르몬이 24시간을 주기로 바뀌는, 생리적 변화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교차쌍핵이 우리 몸 생체시계 사람이나 동물은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움직인다.
잠을 자는 동안엔 체온이 낮아지고 호흡과 맥박이 약해지는 등 24시간을 주기로 생리학적 리듬이 변하는 일주기성을 갖고 있다.
호르몬도 낮에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밤에는 멜라토닌이 나온다.
이처럼 일주기성을 관장하는 조직은 교차쌍핵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것이 신체기능을 24시간 주기에 맞게 조절하는 생체시계 역할을 한다.
수면을 조절한다고 알려진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뇌의 뒷부분에 있는 송과선에서 분비된다.
적정량이 분비되지 않으면 잠들기 힘들고, 지속적으로 분비가 안 되면 일찍 잠에서 깨어난다.
지나치게 계속 분비되면 다음날 아침에도 계속 졸게 된다.
송과선에서 멜라토닌이 나오는 것을 24시간 주기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바로 교차쌍핵의 임무다.
바이오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들어 일주기성을 관장하는 시계 유전자들이 밝혀지면서 생체시계 연구도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4시간을 주기로 활동성을 반복하는 시계 유전자는 24시간마다 번식해 알에서 깨는 초파리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심지어는 효모와 같은 미생물에서도 생체시계 유전자가 있다.
97년에는 쥐에서 시계 유전자가 확인돼 생체시계 연구의 획을 그었다.
지금까지 클락(clock), 퍼(per), 팀(tim)으로 이름붙인 시계 유전자들이 발견됐다.
실험용 쥐에서 시계 유전자들 가운데 일부를 제거하거나 변형시킨 뒤 생체시계 유전자들의 조절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연구도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생체시계는 인간의 수면이나 체온, 혈압 변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동시에 호르몬 분비량이나 면역 활성도를 24시간 주기로 조절하고, 순환기나 배설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장거리 여행이나 불규칙한 생활 및 야간 교대근무를 계속하면 생체시계 내부의 정보가 교란돼 생체시계의 이상을 가져온다.
이는 내분비계 이상으로 이어져 다양한 형태의 생리적, 생화학적 이상을 가져온다.
실제로 생체시계가 계절적 우울증이나 암, 간질환, 불면증과도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노화 늦출 수 있는 가능성도 생체시계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면 사람의 수면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수면제와는 달리 생체시계를 밤으로 조정해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들게 하고, 긴급한 일이 터지면 즉시 깨게 할 수도 있는 신약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생체시계 이상으로 생긴 문제들은 생체시계를 회복시켜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엔 생체시계 이상이 노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노화가 오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아 수면량이 적어지고 호르몬 분비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노화과정에 접어든 실험쥐의 교차쌍핵을 떼어내고 어린 실험쥐에서 떼어낸 교차쌍핵을 이식해 수명을 20% 정도 늘렸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생체시계 이상을 늦추거나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생체시계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뉴로젠 www.neurogen.com 은 기존 불면증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빨리 수면상태로 유도하고, 아침에는 투약효과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이 역시 생체시계와 관련한 유전자들이 밝혀짐에 따라 가능해진 것이다.
이밖에도 화이자, 스미스클라인비참-글락소, 브리스톨마이어스큅 및 엘라이리리와 같은 내로라하는 제약회사들이 빠짐없이 생체시계와 관련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도 생체시계와 관련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가 있다.
서울대 실험실벤처인 뉴로제넥스 www.neurogenex.com 는 생체리듬을 이용해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인 바이오스펙트럼 www.biospectrum 은 노화와 관련한 생체시계를 연구하고 있다.
생체시계는 시계 유전자의 활동 증감이 24시간 주기로 반복되는 것에 기초해 움직이는데, 노화가 진행되면 유전자의 활동 증감이 둔해지게 된다.
바이오스펙트럼은 이 과정의 매개체를 활성화시키는 신물질을 찾아내려 시도하고 있다.
노화에 따라 감소된 생체시계 자체의 활성을 증가시켜 호르몬 이상을 정상화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노화를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죽음이란 수레바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천천히 늙고 퇴행성 질환이 없는 건강한 상태로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다.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신약이 마침내 불로장생의 꿈을 이뤄줄지도 모른다.
생체시계는 환경변화와 공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각자의 생체시계가 다르게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생체시계는 우리 몸이 수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혈압을 낮추고 체온을 떨어뜨린다.
호르몬 변화도 일으켜 아드레날린을 떨어뜨리고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아침이 되면 변화가 거꾸로 일어나 잠에서 깨도록 한다.
생체시계에 해당하는 교차쌍핵을 뇌에서 분리해 시험관에서 외부자극이 없는 상태로 관찰하면 대략 24.2시간 주기를 나타낸다.
24시간 주기로 생체리듬이 바뀌는 것은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생체시계가 조응하기 때문이다.
즉 빛, 온도 등의 외부환경 변화와 내부의 생체시계가 공조하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 일조시간이 달라지면 한동안 생체리듬의 조화가 깨진다.
봄바람이 난다든지, 가을을 탄다든지 하는 것도 생체시계 혼란에 따른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생기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낮까지 멜라토닌이 계속 분비돼 우울하고 지루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일조시간이 짧은 겨울철에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기들은 생체시계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수면시간이 길고 체온 변화가 심하다.
나이가 들면서 생체시계 작동이 정확해지지만 노인이 되면 다시 시계의 정확도가 떨어져 수면시간이 적어지고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가져온다.
실제로 노인이 되면 교차쌍핵 크기가 줄어든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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