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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펜타곤과 군수업체는 밀월관계
[초점] 펜타곤과 군수업체는 밀월관계
  • 조준상/ <한겨레> 경제부
  • 승인 200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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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한 운용 불구 국방비 해마다 증액… 낙하산 인사·특혜로 악순환 되풀이 미국 의회가 지난 5월 펜타곤(미국 국방부)이 제출한 2000회계연도(2000년 4월1일~2001년 3월31일) 보고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이 적발됐다.
펜타곤이 사용한 돈 가운데 무려 1조1천억달러(약 1430조원)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노동자 550만명으로부터 이만한 돈을 소득세로 걷으려면, 노동자 1인당 해마다 6830달러씩을 30년간 내도록 해야 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혈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펜타곤 내부의 낭비와 유용, 회계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단면인 셈이다.
미국 국방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낭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덩치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11일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펜타곤에 대한 항공기 테러는 국방비를 더욱 늘리는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미 400억달러의 추가경정 예산을 승인했는데 200억달러는 피해 복구비, 200억달러는 전쟁 수행비다.
올해 국방비가 3106억달러에서 3306억달러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8월 한푼의 삭감도 없이 통과된 내년 국방비는 올해보다 10.5%나 많다.
펜타곤 예산이 330억달러 늘어난 것을 포함해 총 3432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엔 테러 사태 이후 실효성이 더욱 의심스러워졌음에도 조지 부시 행정부가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위한 예산 70억달러가 포함돼 있다.
MD 체제 구축에는 앞으로 20년간 240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방예산이 각각 270억달러, 230억달러라는 점에 비춰보면 미국 국방비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군비 팽창이 견고한 확대재생산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다.
그 핵심에는 ‘군산복합체’라는 말이 상징하듯 국방부와 군수산업체 사이의 끈끈한 결합이 도사리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개혁’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한무리의 군수산업체 출신 인사들을 국방부로 줄줄이 끌어들였다.
현재 미국 공군 참모총장인 제임스 로셰는 최대 군수업체의 하나인 노드롭 그루먼의 부회장 출신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대당 가격이 7억3500만달러에 이르는 폭격기 B-2를 40대 사들이려고 하는데, 이 폭격기를 만드는 곳이 바로 노드롭 그루먼이다.
해군 참모총장인 고든 잉글랜드도 마찬가지다.
그는 펜타곤에 잠수함을 납품하는 군수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에서 근무하다가 바로 펜타곤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군 참모차장인 앨버트 E. 스미스의 전 직장은 세계 최대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다.
군수업체들로서는 전직 간부들이 펜타곤의 요직을 차지함에 따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당한 국방의 필요성으로 둔갑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 10대 군수업체들이 지난해 펜타곤으로부터 따낸 군수품 공급계약액은 500억달러어치가 넘는다.
록히드마틴 151억달러, 보잉 120억달러, 레이시온 63억달러, 제너럴 다이내믹스 42억달러, 노드롭 그루먼 31억달러 등이다.
군수업체들과 펜타곤을 잇는 인적인 끈은 군수업체들의 로비 자금을 통해 피와 살이 붙는다.
99년부터 2000년까지 공식 보고된 것만 해도 록히드마틴은 238만달러가 넘는 정치기부금을 뿌렸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122만달러, 레이시온 90만달러, 노드롭 그루먼 68만달러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음에도, 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 등 군수업체들의 주가는 평균 70% 이상 올랐다.
여기에는 미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각종 혜택이 주어진 게 한몫을 했다.
미국 군수업체들의 연구개발비 중 상당 부분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록히드마틴은 40억달러가 넘는 연구개발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보잉은 99년에 27억달러를 지원받았다.
미국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4분의 3이 국방 관련 프로젝트에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비 예산 470억달러 가운데 350억달러 이상이 군수업체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군수업체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외국에 수출하는 무기에 대해서는 100% 세금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과 보잉이 이렇게 받은 세금혜택은 각각 7억5천만달러, 6억86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은 이것이 부당한 보조금이라고 규정하고, 40억달러 규모의 무역제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지난해에만 35억달러가 넘는 해외군사금융(EMF)을 무기 수입국에 제공하며 군수업체들의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무기 수출을 독려하기 위한 일종의 수출신용인 셈이다.
결국 군수업체들로서는 외국에 제공된 자국민의 세금으로 원활한 무기 판매를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 돈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이스라엘로 19억8천만달러나 되고, 이집트 13억달러, 요르단 7500만달러, 그루지아 800만달러 등이다.
테러 사건, 불난 데 부채질 F-15 전투기를 약간 개량한 수준인 F-22 전투기를 펜타곤이 구입하려는 것도 군수업체를 위한 낭비적인 수요창출 조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F-15가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가장 성능이 앞선 전투기로 남을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아랑곳없이, 펜타곤은 지난 8월 록히드마틴이 이 전투기를 생산할 것을 승인했다.
F-22의 대당 가격은 2억3700만달러로 5천만달러인 F-15의 네배가 넘는다.
펜타곤은 총 700억달러를 들여 F-15를 대체해 295대의 F-22를 구입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록히드마틴으로서는 700억달러라는 고정적인 수입을 확보한 것이다.
테러 참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공격은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라는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군사행동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도 이런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소보 공습 이후 펜타곤의 창고에는 엄청난 양의 크루즈 미사일이 쌓여 있는 상태다.
B-2나 B-52 폭격기를 통해 언제든 발사될 수 있는 크루즈 미사일이 1750개나 된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행동에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전술핵무기는 1670개에 이르고, 미국 각지의 벙커에도 1만개의 전술 핵탄두가 보관돼 있다.
MD 체제 구상으로 파기 직전에 있는 탄도미사일제한협정(ABM)의 대상인 대륙간탄도탄도 5400개에 이른다.
지난 6월25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보도를 보면, 조지 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이런 엄청난 무기 보유량에 놀라 “우리가 이렇게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연간 국방비 3천억달러면 미국을 방어하는 데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공군참모장을 지낸 메릴 맥픽은 “3천억달러로 미국을 지킬 수 없다면 장군들을 바꿔야 한다”고 독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레이건 정부 때 국방부 고위관리를 지낸 로런스 코브는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출의 낭비적 요소를 없앤다면 펜타곤의 현재 지출에서 640억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꼬집고 있다.
설사 새로운 무기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재원은 국방비를 확대하지 않고 펜타곤 개혁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타곤은 냉전 당시 갖췄던 무기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MD 체제 구축과 F-22가 상징하는 단거리 신속타격 무기 시스템 모두를 원하고 있다.
군수산업체들에 대한 안정적인, 그러나 낭비적인 유효수요 창출을 보장하는 ‘군사적 케인스주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펜타곤과 군수산업체에게 이번 테러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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