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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인터넷 전화에 봄은 오는가
[첨단기술주] 인터넷 전화에 봄은 오는가
  • 신동녘(IT애널리스트)
  • 승인 2001.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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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99년 10월부터 2000년 2월까지 새롬기술이 이룩한 다이얼패드의 신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전까지 새롬기술은 새롬데이터맨이라는 PC통신 접속프로그램을 개발하던 무명 업체였으나 인터넷을 이용해 광고를 봐주는 대가로 시내, 시외, 그리고 미국지역 국제전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코스닥시장에서 단번에 황금주로 부상했다.


새롬기술은 당시 세계 최초로 다이얼패드라는 웹투폰(Web to Phone) 방식의 인터넷전화를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개통하고 이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자 99년 10월4일에 주당 4500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2000년 2월14일에는 주당 30만8천원으로 4개월 만에 68배나 폭등했다.
같은 기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853에서 941로 10% 오르고, 코스닥지수도 151에서 279로 84%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새롬기술의 주가상승은 상상을 초월한다.
새롬기술이 무료 전화를 제공하자 투자자들은 한국통신 등 대형 통신회사들이 곧 문을 닫을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기쁨도 잠시. 사람들은 다시 처절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유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새롬기술 주가는 4개월 만에 30만8천원에서 1만7천원으로 폭락했다.
원금의 95%를 날린 것이다.
급기야 올해 1월 초에는 주가가 주당 5500원까지 떨어져 1년2개월 만에 주가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고 말았다.
일장춘몽. 주식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꿈 속에서 갈비뜯었다”고 비유한다.
새롬기술의 극심한 주가변동에 딱 들어맞는 절묘한 표현이다.
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렇다면 VoIP를 이용한 인터넷전화 사업이 사기였을까? 아니다.
다만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했을 뿐이다.
필자는 지난해 본 난에서 VoIP 기술이 현행 유선전화를 대체할 탁월한 기술임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AT&T도 음성 대 데이터의 매출비율을 2000년의 65대 19에서 2004년까지 30대 48로 전환해 통신처리량에서 VoIP 같은 데이터의 비율이 아날로그 음성통신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국내 각 거점과 해외에 게이트웨이를 집중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필자가 간과한 점은 기간통신업체의 역할 부분이었다.
즉 VoIP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군과 대형 기간통신 사업자를 대결 구도로만 파악해 벤처기업군의 다양한 기술과 마케팅 전략에 대형 기간통신 사업자들이 마지못해 따라올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수익모델이 불확실해 벤처기업이 몰락하면서 인터넷전화 사업은 표류하고 말았다.
인터넷전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은 이제 기간통신업체 몫으로 넘어온 듯하다.
인터넷전화가 사업성을 갖기 위해서는 수익모델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의 인터넷전화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걸림돌을 시급히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직까지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현재의 웹투폰 방식 인터넷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PC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한 후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전화번호를 클릭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최소한 10분이 걸린다.
국제전화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시내전화나 시외전화의 경우 가구당 전화요금이 월평균 2만~4만원 정도다.
소비자들은 이를 아끼기 위해 매번 전화할 때마다 10분을 소모하지 않으려 한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유선전화 요금보다 크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유선전화 수준의 통화품질(QoS)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걸린다.
잦은 끊김과 울림, 통화지연 현상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전화할 때마다 10여분을 들이면서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인터넷전화는 또한 사람을 좀 비참하게 만든다.
다이얼패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터넷전화는 광고를 여러 번 클릭해야 사이버머니를 주고 이것으로 국제전화나 국내전화를 할 수 있다.
장난으로 한두번은 해보겠지만 공짜전화를 하려고 광고를 클릭하는 구걸행위를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인터넷전화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통화품질을 개선하며, 그에 걸맞은 요금체계를 부여해야 한다.
최근 한국통신은 이러한 추세를 간파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유선전화 통화 수준의 우수한 품질을 실현하는 차세대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국통신이 계획하는 인터넷전화는 웹을 경유하지 않고 전용 전화기를 통해 인터넷망에 직접 연결되며, 음성과 데이터를 하나의 망에서 구현하는 ‘IP폰’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유선전화보다 통화요금을 낮게 책정하고, VoIP 기술과 지능형 자동 음성 응대기술을 적용한 인터넷 콜센터, 인터넷 음성포털, 무인 텔레마케팅 등 인터넷망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통신 자회사인 한국PC통신(하이텔)도 5월부터 인터넷전화를 전면 유료화한다.
서비스 내용도 화상회의, 인터넷을 이용한 사설교환기(PBX), 인터넷전화 등 다양하게 펼칠 예정이다.
특히 한국PC통신은 기업의 구내 전화망 영업을 강화해 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코스닥 등록을 서두르고 있는 벤처기업인 뉴씨앤씨 www.newcc.co.kr는 고객지정장비(CPE:Customer Premise Equipment)의 하나로 고객지정게이트웨이(CPG)를 개발해 SK텔링크에 공급하고 있다.
이 장치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케이블모뎀 뒷단에 붙여 일반 아날로그 유선전화와 연결하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전용전화기가 필요없으며, 여러 대의 일반 전화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 케이블모뎀용으로만 개발했으며, 조만간 ADSL 모뎀과 연결할 수 있는 고객지정게이트웨이(CPG)도 제공할 예정이다.
인터넷전화 분야에 기간 통신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이 분야에 찬란한 봄이 재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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