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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케이블 없이도 네트워크 ‘접속’
[IT] 케이블 없이도 네트워크 ‘접속’
  • 유춘희
  • 승인 2001.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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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파·적외선 이용해 무선랜 환경 구축…관리비·인건비 절감 효과 높아
빈틈없는 여섯명의 증권분석가 앞에 당황한 한명의 프레젠터. 책상 밑으로 자료라도 떨어진 걸까. “어! 선이 어디 갔지? 도대체 어디다 연결해야 하는 거야….” 증권분석가들은 딱딱하게 얼굴이 굳어가고, 프레젠터는 네트워크 연결 케이블을 찾지 못해 쩔쩔맨다.
무선 랜 환경인 걸 몰랐으니까.

무선 랜(LAN;Local Area Network)은 케이블에 의존하지 않고 무선파나 적외선을 활용해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케이블 없이 랜 카드만 붙이면 기존 유선 네트워크에 접속해 쓰듯이 파일 전송이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무선 랜의 강점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 많고 복잡한 케이블을 없앴다는 것이다.
그래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이리저리 옮길 수 있고 근무자가 자리를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
한국쓰리콤은 지난 1월 중순 서울 을지로에서 여의도로 본사를 옮기면서 사무실에 무선 랜을 구축했다.
솔루션은 당연히 자사제품인 에어커넥트(AirConnect). 데스크톱 PCI 카드와 노트북용 카드, 그리고 유선 랜의 스위치에 해당하는 액세스포인트로 구성된, IEEE의 802.11b 표준을 따르는 11Mbps 제품이다.
“우리가 써보고 고객에게 권하자” 한국쓰리콤 무선 랜 영업팀은 ‘신제품이 나왔으니 우리가 먼저 설치해보고 고객에게 권해보자’는 생각으로 랜 구축에 나섰다.
김지숙 마케팅과장은 “우리가 제대로 구축해 잘 써보고 고객에게 권유할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고객을 위한 참고 사이트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실험을 자청한 셈이다.
외국계 네트워크 장비업계 가운데 무선 랜을 구축해 실제 활용하는 곳은 쓰리콤이 유일하다.
현재 한국쓰리콤 직원은 55명. 이들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선 액세스포인트 1개면 족하다.
반경 91m 안에 있는 최대 63명까지 접속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쓰리콤은 액세스포인트를 4개나 설치했다.
세를 들어 있는 굿모닝증권 사옥이 정사각형 평면의 한가운데 엘리베이터가 들어앉은 독특한 구조여서다.
무선파는 콘크리트 벽을 투과하지 못한다.
무선 랜은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끼운 인터페이스 카드가 액세스포인트의 전파신호를 측정해 가장 센 신호를 내는 쪽을 활용한다.
PC 카드는 네트워크 연결을 안정되게 유지하면서 사용자가 액세스포인트 사이를 오갈 수 있게 하고, 사내 어디에서도 로밍이 가능하다.
위치탐색 기능을 활용하면 IT 관리자는 건물 내 다른 장소에서 수신되는 신호 길이를 로깅해 최상의 액세스포인트 위치를 알아낸다.
만약 한 액세스포인트로 집중될 경우 인접 액세스포인트로 이용자를 분배하는 로드밸런싱 기능이 작동한다.
결국 서비스는 절대 중단되지 않고 로밍을 거듭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설치가 간편하다는 데 있다.
액세스포인트에 ‘PowerBASE-T’라는 모듈을 심어 10Base-T 이더넷에 5볼트 전원을 실어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별도의 AC 전원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비전문가라도 드라이버 두세번 돌리는 것으로 설치를 끝낼 수 있다.
전원공사 역시 하지 않아도 된다.
RJ45 케이블의 여덟가닥 구리선 중 네가닥은 데이터 전송에 쓰고 나머지 네가닥 가운데 두가닥에는 5V 직류 전원을 실어보낸다.
피어-투-피어 네트워킹 재미 ‘쏠쏠’ 한국쓰리콤 기술부 박태근 과장은 “무선 랜은 ‘선 없는’ 장점을 활용해 케이블 연결 비용을 없애고, 결국 케이블에서 일어나는 네트워크 장애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네트워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어서 대단한 매력이라고 주장한다.
기존 유선 랜은 동축케이블이나 광케이블이 벽과 천장, 바닥을 통해 파일서버나 데스크톱 PC에 뱀처럼 뻗는다.
케이블을 기존 사무실에 설치하는 것도 복잡한 일이지만, 쓰면서 단말기를 옮기거나 망을 확장하려면 케이블 비용과 인건비가 또 든다.
무선 랜은 관리도 수월하다.
장애가 생기면 PC만 점검하면 된다.
랜의 가장 일반적인 고장은 케이블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무선 랜은 애초에 그게 없기 때문에 고장이 거의 없다.
유선 랜은 PC나 워크스테이션 같은 클라이언트, 카드, 허브, 케이블 등 다양한 장비로 구성돼 이중 하나만 오류를 일으켜도 네트워크가 다운될 가능성이 높다.
네트워크 장애의 70%가 케이블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무선 랜에 관심을 쏟게 하는 요인이다.
무선 랜을 더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법이 있다.
유선을 함께 쓰는 것이다.
예컨대 박 과장은 유선은 사내 네트워크에 물리고 무선 랜은 ADSL로 외부와 접속할 때 쓴다.
조금더 빠른 네트워크를 찾아 쓰기 위해서다.
실제로 한국쓰리콤은 유선도 함께 쓸 수 있도록 사내 곳곳에 케이블링을 해두었다.
또 하나는 노트북끼리 피어-투-피어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관리자에게 ‘들키지 않고’ 네트워크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회사 동료와 출장 갔을 때 호텔 망을 유료로 쓰지 않고 자료를 교환할 수 있다.
무선 랜이 처음 등장한 것은 90년대 초다.
10년 동안 잠잠하던 무선 랜이 갑자기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무선 붐에 편승한 탓도 있지만,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속도와 가격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올랐기 때문이다.
노트북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도 무선 랜 부활을 부추겼다.
사무실 PC 보급이 랜의 수요를 일으켰듯이 휴대 PC 붐은 무선 랜 수요를 점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격은 쓰리콤 제품을 기준으로 최대 63명까지 지원하는 액세스포인트가 150만원이지만, 유선 랜 스위치는 24포트용이 300만원대다.
클라이언트쪽에서 필요한 카드는 18만원으로 같다.
여기에 배선공사가 곁들여지면 무선 랜과 유선 랜의 도입 비용 차이는 거의 없다.
현재의 11Mbps 속도는 초창기보다 5배 높아진 것이다.
실효속도가 액세스포인트에서 멀어질수록 5, 2, 1Mbps로 떨어지긴 하지만 이더넷 최대 속도의 절반은 낼 수 있다.
올 가을쯤 22Mbps로 상향된 제품을 IEEE가 발표할 예정인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가능해 장비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무선 랜은 무선시대 새로운 네트워킹 대안이 분명하다.
무선 랜을 쓰면 딱 좋은 곳
전문가들은 무선 랜이 유선 랜을 대체하기보다는 이것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에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한다.
유선으로 시공할 경우 위험한 석면이나 방화벽이 있는 환경, 박물관처럼 유물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역사적 건물처럼 유선 랜으로 하자면 비용이 많이 들거나 아예 불가능한 곳에서 좋다.
사무실 자리 이동이 잦은 곳이나 병원, 공장, 유통,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이 기대된다.
병원에서 환자를 감시하는 데 노트북 PC와 무선 랜을 이용한다면 언제 어떤 곳에서나 케이블을 통하지 않고 호스트와 통신할 수 있다.
환자의 병력이나 그동안 치료 상황, 관련 병 사례와 건강 정보들이 담긴 호스트나 인터넷에 연결한다면 의사들이 손에 들고 다니던 기록판은 사라질 것이다.
PDA를 이용하는 곳도 있지만 그것은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분량에 한계가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어느 곳에서나 정보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교수와 학생은 실험실이나 도서실, 교수실, 기숙사 어디에 있든지 끊임없이 정보를 얻으려 할 것인데, 무선 랜을 이같은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계산 분야도 있다.
예를 들어 부두에서 일하는 수출 선적 관련 종사자에게 쓸모가 있다.
무역업자는 제품의 이동상황을 지켜보면서 그 자리에서 계산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들은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무선 랜이 좋은 대안이 된다.
현재 주로 이용하는 바코드 리더기가 달린 터미널은 노트북이 나오기 전에 등장한 것으로 관습적으로 쓰는 장비다.
무선 랜은 자동화한 생산공정 분야에서도 해법을 제시한다.
공사현장이나 컨테이너 등 케이블 시설이 곤란한 장소에서 데이터를 전달하는 데 적절하다.
로봇을 무선으로 조종한다거나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위치에 있는 센서나 공정제어 장비를 무선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유통쪽은 무선데이터 통신이 가장 빨리 적용된 분야다.
현재 POS 터미널과 물건 수납, 가격을 매기는 데 PDA나 핸드터미널이 주로 쓰인다.
아마 POS 터미널이 무선이라면 매장의 상품진열 방식은 훨씬 융통성이 커질 것이고, 바코드 리더기를 들고 다니면서 가격표가 붙어있는 상품을 즉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운반하기 힘든 대형상품은 아예 전시도 않고 창고에서 직접 팔 수도 있다.
무선 랜은 사용자가 PC 뒷부분이나 노트북 구멍에 랜 카드를 끼우는 것으로 모든 작업이 끝날 정도로 노드를 설치하는 데 몇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네트워크 전문가가 없는 조그만 사무실에서도 쓰기 편리할 뿐 아니라, 일시적인 집회현장이나 전시회, 박람회장 같은 곳에서 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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