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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하이테크 도시에 웬 전력난?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도시에 웬 전력난?
  • 송혜영
  • 승인 2001.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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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정전사고 잦아 피해 속출…업체 상당수 이전 고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전력 부족에 따른 정전사태로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셋쨋주에 일어난 정전사고는 기업들이 이 지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할 정도였다.
인텔 CEO 크레이그 배럿은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에 더이상 반도체 공장과 사무실을 세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에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지역을 후보지역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90개 컴퓨터업체의 대표기구인 실리콘밸리제조업체그룹(SVMG)은 회원사 가운데 상당수가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은 겨울만 되면 정전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이 지역의 산업구조를 보면 왜 그런지 금세 이해가 간다.
인터넷 붐 이후 실리콘밸리는 캘리포니아 연간 전력소비량을 20% 이상 늘렸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공급회사인 PG&E와 SCE는 올 들어 일제히 전기요금을 50% 이상 올려야 했다.
캘리포니아는 전력소비량의 20%를 매년 애리조나와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수입한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6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정전으로 피해를 본 업체들은 상당수가 이미 마음을 돌려 이사할 곳을 물색하고 있다.
백업장치를 마련해 정전사고에 대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장기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데다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UPS 공급업체, 즐거운 비명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진 지난 1월 셋쨋주,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있는 인터넷 인프라 공급업체 라우드클라우드는 36시간 백업이 가능한 디젤발전기로 클라이언트 사이트를 가동했다.
야후, 이베이, 핫메일, 잉크토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유명 업체의 서버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웹호스팅업체 엑소더스커뮤니케이션은 데이터센터에 설치한 UPS(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덕에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백업장치를 갖추지 못한 바이오테크업체 제네테크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일손을 놓은 채 사무실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엑소더스가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은 12메가와트로, 1만2천가구의 전력소비량과 맞먹는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팔로알토캠퍼스의 전기사용량은 26메가와트, 오라클의 레드우드 사옥은 13메가와트의 전력을 쓰고 있다.
이렇듯 실리콘밸리 지역과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전력 수요는 엄청나다.
첨단을 달리는 하이테크 산업의 운명을 전기라는 낡은 자원이 쥐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 연휴에 20분간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50만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휘파람을 부는 곳이 있다.
바로 UPS 공급업체들이다.
에버그린컴퓨터인터내셔널의 한 영업사원은 보통 한주에 한대 정도 팔던 UPS를 1월 셋쨋주에는 8대나 팔았다.
선두업체인 APC는 99년에 1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요 컴퓨터 소매점을 고객으로 둔 벨킨컴포넌트에는 지난 한주 동안 UPS를 찾는 전화가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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