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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트랜드] 이용호, 검사, 조폭 '우리가 남이가?'
[경제트랜드] 이용호, 검사, 조폭 '우리가 남이가?'
  • 김상범 기자
  • 승인 2001.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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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엔지그룹 이용호 회장이 공금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지 한달이 지났다.
하지만 이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설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의혹은 커지고 뉴스 강도는 더 세지는 느낌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 관련 뉴스도 ‘이용호 게이트’ 앞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이용호 회장이 전격 구속된 것은 지난 9월4일.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공금 451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주가조작을 통해 154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사건이 한달 내내 신문과 방송의 주요 뉴스 자리를 차지했을 리가 없다.
뉴스가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이용호 회장과 정·관계 고위 실력자들 사이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불법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주먹세계의 보스는 이 회장과 함께 구속돼 있고 이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검찰과 경찰내 간부들의 이름이 연일 신문시장에 오르내린다.
이용호 게이트 의혹은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더욱 확대됨에 따라 검경을 넘어 정치권 전체로 파급되고 있다.
검은 돈을 받아 챙긴 실력자들이 과연 누구며 얼마나, 어떻게 받았을까?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검찰과 정치권, 그리고 주먹세계의 검은 커넥션은 어디까지인가. 이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까지가 ‘이용호 게이트’라는 경제범죄 드라마의 줄거리다.
이 드라마는 현직 대통령의 인척과 여당 정치인들은 물론 정보기관과 검찰 등 권력기관 간부들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각종 금융거래 관계가 얽혀, 전형적으로 구체제의 유산을 보여주는 듯하다.
수십년간 내려온 정치자금 조성 및 유통 관행의 한 단면을 보는 듯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권 말기의 누수현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추석연휴 기간에 많은 유권자들은 가족과 모인 자리에서 이용호 커넥션의 가지들을 이리저리 연결시켜보면서 그 전체 모습이 뭔지에 대해 갖은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잘잘못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그에 따라 엄정한 심판이 내려져야 하는 것은 더욱 분명하다.
우선 검찰부터 내부의 잘못된 관계들을 철저히 드러내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청탁과 금품이 오갔으되 거기에 법률적인 잘못이 없더라도 정치적·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각종 설과 의혹에 대해 발본색원의 자세로 임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국민들은 어쩌면 사건 자체보다도 서둘러 사건을 미봉하려는 태도가 보일 때 더 실망할지도 모른다.
기자가 잘 아는 한 벤처기업인은 술자리에서 이용호 게이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우리 큰놈 머리 좋으면 검사 시키고, 아니면 조폭 보스로 키울 거야.' 단순히 냉소라고 하기에는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이용호 게이트에서 드러난 이 나라의 현실에서 성실하게 기업 경영을 한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자조의 말처럼 들렸다.
마침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위기 방지와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는 이때에 하필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 내용이 식상할 정도로 구태의연한 탓에 '이 판이 되나, 저 판이 되나' 식의 정치 혐오주의를 확산시켜, 경제회생 노력에까지 장애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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