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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벤처투자 보증제의 함정
[리드칼럼] 벤처투자 보증제의 함정
  • 임인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 승인 2001.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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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내년부터 ‘벤처투자 보증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기술신보에서 대상기업을 발굴해서 평가한 다음 벤처마트를 통해 벤처투자자와 연계시키고, 이 과정에서 투자기관들이 투자하는 원금의 일정 비율을 보증한다고 한다.
보증의 대가로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금의 2~4% 수수료를 받고, 성공시에는 추가로 자본이득의 20~30%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증제도는 벤처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러가지 우려되는 점이 많다.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기술신보에서 발굴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투자기관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기관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렵게 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보증제도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한 대상 자체가 기술신보에서 발굴한 업체만으로 한정될 것이다.
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 위험을 분산한다는 보험의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투자기관 입장에서도 투자대상이 기술신보에서 선별한 업체만으로 제한된다면 벤처투자 개념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게 될 것이다.
투자기관들이 이런 불리한 투자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벤처투자보증제도에 참여할 이유가 있을지 과연 의문이다.
정통 벤처캐피털의 개념에서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보증제도에 참여한 투자기관들에게 도덕적 해이가 조장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위험이 클수록 보험에 가입하려 하고 위험이 작을수록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려는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특정다수가 보험에 가입해야 위험을 적정하게 분산할 수 있다는 보험의 기본원리에 비추어볼 때 기술신보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들을 얼마나 발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벤처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금 회수 성공 가능 확률이 10%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술신보가 직접 나서서 투자업체를 발굴한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벤처투자보증제도는 기술신보가 벤처산업에서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보증 수수료와 성공 수수료 등을 통해 손실보전금 등의 지출비용을 충당하고 자금수지 균형을 맞춘다고 하는데, 정말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업체 발굴의 한계와 낮은 성공 확률을 감안한다면 지출이 훨씬 많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보증 수수료 등을 올리는 방안이 있지만, 이는 결국 보증제도에 참여한 투자기관들의 이탈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벤처투자 보증제도는 공공자금의 부실화를 유발하게 되고 그 부담은 국민에게 떠넘기게 될 것이다.
자기 책임 아래 위험을 부담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지, 이런 위험들을 정부기관이 직접 개입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조절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더욱이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벤처투자 문화에 역행하는 조처로서, 지금까지 벤처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과 결실들을 일거에 무너뜨리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 꼽힌다.
벤처투자보증제도와 같은 공공자금 쏟아붓기식 지원은 시장퇴출 시스템 구축을 더욱 지연시키고, 시장논리에 의한 기업 옥석 가리기는 더욱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벤처투자의 본질적 특성을 간과하는 조처로, 자본시장에 의한 자금의 최적 배분기능을 훼손함으로써 자금의 효율성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이렇듯 시장논리에 부합되지 않는 인위적인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시장논리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투자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벤처투자 보증보다는 적정한 투자이익의 실현 방안들을 마련함으로써 전문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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