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커버스토리] 벤처맨 '떠나고싶다'
[커버스토리] 벤처맨 '떠나고싶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10.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벤처 종사자 직장 만족도’ 설문조사… 57%가 기회 닿으면 전직 희망
벤처기업에 부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따스한 햇볕을 쬐다 볕이 사라지면 그 전보다 더 싸늘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요즘 벤처기업에 부는 바람은 그보다 더 혹독하게만 느껴진다.
벤처기업에 몰렸던 자금도, 인력도 모두 거품이었다는 냉정한 평가만이 벤처기업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남은 듯하다.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머니게임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과 함께 벤처행 엑소더스에 몸을 실었고 아직도 벤처기업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많은 이들에겐 벤처기업은 게임이 아니라 삶이고 현실이다.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품었던 희망은 지금 벤처기업 안에서 과연 꽃피고 있을까? 이들은 벤처기업의 위기를 무엇이라고 진단할까? 'DOT21'이 벤처기업에 불어닥친 찬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벤처기업의 현주소를 물었다.


설문 응답자들의 평균 직장경력은 4년, 벤처기업 경력은 1년4개월, 직장을 옮긴 횟수는 두번, 대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30.9%로, 벤처 붐 때 자리를 옮겨온 이들의 평균적인 모습에 가까웠다.
우선 이들이 벤처기업에 온 이유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했다.


이들은 지금 다니고 있는 벤처기업을 선택한 이유로 ‘해보고 싶은 업무여서’(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전망있는 분야’(17.5%), ‘벤처의 조직문화’(13.4%)라고 답했다.
연봉(6.6%)이나 스톡옵션(3.9%) 같은 물질적 보상을 기대했다기보다는, 답답해 보이기만 했던 한국 사회에서 벤처기업이 자기의 비전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탈출구가 될 것이라 믿고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들에게 이직 기회가 주어지면 이직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무려 57%가 그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보통 대기업에서 조사를 하면 평균 15% 정도가 이직 의사를 밝히고, 이 수치가 30%가 넘으면 이직 의사가 높다고 평가한다.
이런 기준에 비추면 이직 의사를 밝힌 비율이 매우 높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경기상황이 나빠지면서 벤처기업 사정이 어려워진 탓도 있고, IMF 사태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직장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진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조직심리상 이직 경험이 있는 경우 이 수치는 더 높게 나온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대기업에서 이런 식의 설문조사를 하면 그곳이 첫직장인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이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직 의사표명률이 낮게 나온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대상인 벤처기업 종사자들은 이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 87%나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요즘처럼 외부 취업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직 의사를 밝힌 것은 뭔가 많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현재 다니고 있는 벤처기업을 떠나고 싶어하는 걸까?
비전 실현 가능성 낮아 떠난다 이들은 이직 의사와 상관없이 이직시 가장 고려하는 점으로 자신의 비전(51.3%)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다.
현재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낮은 연봉(12.5%)이나 불만족스런 업무(11.3%)보다는 ‘자신의 비전과 맞지 않아서’(30.4%)가 제일 많았다.
현재 벤처기업이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 다음 이어진 질문을 통해 이유가 드러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조직관리 미숙 등 경영진의 리더십 부족’(38%)이라고 답했다.
기업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위기 요인으로 자주 지적되곤 했던 ‘영업/마케팅 능력 부족’(13.4%)이나 ‘수익모델 부재’(12.9%), ‘쓸 만한 인력 부족’(10.3%)보다는 리더십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현재 벤처기업의 조직관리 미숙, 리더십의 한계라는 문제는 위기국면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연세대 경영학과 정승화 교수는 '일반적으로 구성원이 100명을 넘어서는 순간에 조직의 1차 위기가 온다'고 말한다.
이는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다니는 회사의 평균 임직원 수가 96.45명이라는 점과 일치한다.
창업자들의 도전정신, 기술개발력으로 만들어진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조직관리, 경영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이 부분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곤 한다는 것이다.
창업자 개인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영입을 하든 내부에서 인재를 육성하든 조직의 역할을 분담하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 창업자의 영향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
'벤처기업은 속성상 기업 성장과 함께 사람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창업자 개인의 힘으로 성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조직원이 기업과 동일한 비전을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경영자가 해야 하는데 현재 벤처기업에서는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 국민대 경영학부 김용민 교수가 지적한 벤처기업의 문제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벤처기업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면서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그 방향이 자신의 미래와 일치하는 것인지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의심하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그런 비전이 뚜렷이 제시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조직 속에서 종사자들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는 평이다.
미래역할, 미래보상, 성장, 경력관리 등을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비전’이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이직 희망의 이유로 선택한 것은 이런 배경 탓이다.
특이한 것은 위기의 돌파구로 많은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외국계기업을 택했다는 것이다.
설문 대상자들은 어떤 업체로 이직하기를 원하냐는 질문에 동종 외국계(32.8%), 동종 대기업(13.7%), 타업종 외국계(13.0%), 동종 벤처기업(10.4%) 순으로 답했다.
45.8%이나 되는 사람이 외국계기업으로 가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이 수치는 응답자들의 업종이나 직무에 상관없이 골고루 나타났다.
벤처기업 종사자들은 기존 대기업의 꽉 짜인 틀에 다시 몸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고, 현재 벤처기업의 즉흥적인 평가보상 시스템에도 불만을 느껴, 합리적인 성과 시스템을 갖춘 외국계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계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직위로는 대리급(57.6%)이 가장 높고, 남성(40.6%)보다는 여성(55.8%)이 높았다.
이직 희망자 45% 외국계 선호 벤처기업 종사자들은 보상수단에 대해서는 낮은 연봉수준이 반영돼서인지 연봉 인상(38.9%)을, 그 다음으로는 인센티브 지급(22.0%)을 많이 선택했다.
우선순위를 보면 1순위로 연봉 인상을 선택한 비율이 62.2%나 됐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 벤처기업의 특별한 보상수단인 스톡옵션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특이하다.
연봉 인상과 스톡옵션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85.9%가 연봉 인상을 택했다.
비상장기업 종사자는 그래도 스톡옵션에 대한 기대를 조금 가지지 않겠냐는 예상을 뒤엎고, 비상장기업 역시 스톡옵션은 13.8%밖에 선택하지 않았다.
주가 하락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행사기간에 제한이 있는 스톡옵션은 오히려 이직에 걸림돌밖에 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심리를 보여주었다.
자질 향상을 위한 지원으로는 해외 콘퍼런스 참가 등 해외연수 기회 확대(30.4%)와 기술, 마케팅 등 업무관련 교육 마련(30.6%)을 선호했다.
그 다음으로도 교육비 지원(16.9%)을 꼽아 전반적으로 교육기회에 목말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무조건 하게만 다그칠 뿐 배울 기회를 주지 않아 안타깝다는 벤처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결과였다.
현재 업무량에 대해서는 조금 많은 편이라는 응답이 46.6%, 적당하다가 32.2%로, 대기업보다는 과도한 업무량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대기업에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과거 5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2명이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기업은 정교한 관리시스템으로 끊임없이 일거리를 제공하는 반면, 벤처기업에선 이런 시스템이 없어 일이 많을 때는 너무 몰리다가 없을 땐 너무 없는 경우가 많아 설문자들이 이렇게 답한 것 같다.
' 국민대 김용민 교수는 현재 벤처기업의 업무 분배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효율적인 업무배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는 응답자가 근무하는 회사가 상장회사인지 비상장회사인지에 따라, 응답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로 상장회사 종사자들은 비전이 맞지 않아서라는 항목을 44.7%나 선택한 반면, 비상장회사 종사자들은 27.2%밖에 선택하지 않았다.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 조직이나 인간관계를 비상장회사 종사자들은 각각 16.2%, 14.1%나 선택했지만 상장회사 종사자들은 2.1%, 4.3% 밖에 선택하지 않은 것과 대비됐다.
상장회사가 비상장회사에 비해 조직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개인비전과이 일치에 대한 문제를 비상장회사보다 먼저 겪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응답 차이는 이보다 더 많은 곳에서 나타났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남성은 71.7%가, 여성은 58.9%가 그렇다고 답해 취업 기회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해 가고 싶은 기업에 대해서도 여성(55.8%)이 남성(40.6%)보다 외국계기업을 더 선호했고, 이직의사 비율도 여성(70.0%)이 남성(50.7%)보다 높았다.
현재 벤처기업의 문제에 대해서도 여성(44.7%)이 남성(34.7%)보다 리더십 부족에 대해 더 많이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회사에 대한 만족에 대해서도 ‘그렇다’, ‘매우 그렇다’의 비율이 남성은 54.6%인 반면 여성은 34.2%밖에 되지 않았다.
벤처기업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남성은 성취감과 도전의식을 각각 34.6%, 21.2% 선택했지만, 여성은 이 두 항목에 각각 21.6%, 13.7%밖에 응답하지 않았다.
반면 여성은 자유로운 분위기(47.7%)를 남성(27.9%)보다 더 많이 선택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벤처기업의 모습은 조금은 이율배반적인 면도 있다.
이직하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57.3%), 현재 직장에 대한 만족은 ‘그렇다’ 이상이 47.1%, 벤처기업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질문에도 ‘그렇다’ 이상이 48.6%로 답해 꽤 높은 만족 수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현재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지만, 현재 보이는 미래의 씨앗을 보니 장래가 불안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지금 벤처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과거의 희망으로 버텨왔다.
이제 그 이후의 희망과 비전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금쪽같은 여가시간 쪼개고 쪼개고

벤처인들은 하루 평균 몇시간이나 잠을 잘까? 설문 응답자 전체의 평균을 내본 결과 벤처인들은 하루에 6시간씩 잠을 잔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47분임을 감안하면, 2시간 가량이나 잠을 적게 자고 있는 셈이다.
하루 중 가질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은 2시간20분 정도에 불과해,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의 여가시간(3시간35분)보다 훨씬 적다.
여가시간이 적어서인지 ‘남는 시간에 무엇을 주로 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족·친구와 함께한다’는 응답이 47.9%로 많았다.
직급별로는 과장급(58.1%)이 집안을 제일 잘 챙기며, 남자(42.1%)보다는 여자(57.5%)가 가족·친구와 더 잘 어울린다.
‘취미생활을 한다’는 22.5%로 두번째였다.
의외로 남자(26.2%)가 여자(16.3%)보다 취미생활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는 시간에 자기개발을 하는 사람은 11.3%였지만, 그마저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하면 밤샘 작업을 많이 할 것 같다.
하지만 밤샘 작업은 의외로 ‘안 한다(50.9%)’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체의 1/4 정도가 한달에 한번 정도 밤샘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인들의 재테크 수단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응답자는 ‘은행예금’(55.8%)이라고 답했다.
전혀 관리를 안 한다는 응답도 27.6%나 됐다.
은행예금이 가장 소극적인 재테크 방법임을 감안하면, 80% 이상이 사실상 재테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전체의 10.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연봉이 5천만원 이상이 되는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주식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인들은 건강관리에 매우 취약하다.
건강관리를 매일 하는 사람은 7.5%에 불과했고,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은 46.9%여서, 절반 가까이가 건강관리에 전혀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량은 어떨까? 전체의 46.3%가 일주일에 1~2번 술을 마신다고 대답해 의외로 술 먹는 횟수가 많지 않았다.
사원이나 부장급보다 중간에 낀 대리나 과장이 술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마신다’는 대답도 11%나 됐다.
하지만 응답자 중 연봉이 4500만~5천만원이 되는 사람들의 경우는 ‘매일 술을 먹는다’가 33%나 됐으며, 업부별로 분석해보면 전략기획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는 50.0%가 매일 술을 먹는다.
‘영업맨’이 술을 많이 먹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대신 머리 쓰고 고민해야 하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더 술을 많이 먹고 있었다.
벤처인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23.9%가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대답했으며, ‘수면’이 그 다음으로 17.8%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 중에는 부장급이, 수면으로 푸는 사람들 중에는 대리나 과장급이 많았다.
남녀별로 보면 술이나 운동,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는 남자가 많았으며, 친구를 만나거나 잠을 선호하는 쪽은 여자가 많았다.
한정희 기자 bambaya@dot21.co.kr

외국계기업, 성과 보상시스템 '좋아 좋아'

이번 설문조사에서 벤처기업 종사자들은 외국계기업을 가장 이직해 가고 싶은 기업으로 선택했다.
외국계기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성과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든다.
정보기술(IT) 분야의 한 외국계기업을 예로 들면, 연봉 이외에 1년에 3회 정도의 성과급 기회가 있다.
한번은 회사 전체 실적에 따른 평가, 두번은 개인 실적에 따른 평가다.
한해 동안 일한 성과가 좋다면 모두 세차례에 걸쳐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대체로 규율이나 규제가 비교적 적은 자유로운 분위기, 직원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려는 분위기가 국내 기업보다 많아 벤처기업은 예전부터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자리잡아왔다.
연봉 수준도 국내 대기업에 비해 높다.
외국계기업을 선호하게 된 데는 ‘레벨 효과’도 한몫 했다.
외국계기업을 옮길 때마다 연봉 수준이 한단계씩 상승해, 이직을 효과적으로 하면 개인 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외국계기업 종사자들의 경우 현재 직장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발판으로만 생각하는 의식이 많아,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다 외국계기업으로 전직한 한 프로그래머는 '사원들의 분위기가 조금 공격적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성과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다 보니, 각자 개인의 성과를 더 많이 표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어 그런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다는 것이다.
외국계기업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외국계기업의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한 설문 참가자의 성토

설문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군요. 아마도 예전과는 다르게 아주 부정적으로, 예를 들어 ‘과도한 업무에 적은 연봉’과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정말 힘빠지게 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경영진의 무능력으로 표류하고 있는 회사를 바라보는 일과 그런 회사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노력이 몇몇 창업공신들의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무시되는 것 같은 게 아닐까요. 우리 벤처기업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창업자들이 창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에서 버티는 일입니다.
물론 회사를 어느 정도까지 성장시키는 것은 창업자 역할이겠지만, 그 이후는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능력이 안 되면 과감히 물러나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익일 텐데 말이지요. 아마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놓기가 참 어려운가 봅니다.
결국 벤처기업들도 우리 사회의 바람직하지 못한 기업경영 행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듭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자신의 능력이 달린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시기에 물러난다고 하던데 말이지요. 여하튼 현재 벤처기업에게 중요한 건 누가 창업을 했느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자 그 직원들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인 벤처기업을 누가 더 잘 이끌고 더 잘 키워나갈 수 있는냐 하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주위에서 이런 문제에 부딪힌 벤처기업을 하도 많이 봐서 넋두리 한마디 해보았습니다.
제가 요즘 우리 회사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것이거든요.

설문조사 개요

'DOT21'이 벤처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84개 기업에서 일하는 432명을 대상으로 최근 ‘벤처기업 종사자의 직장 만족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은 한기업당 20명 미만으로부터 응답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기업 담당자를 통해 e메일로 설문지를 배포한 뒤 e메일을 통해 직접 답변을 받는 형태로 진행했다.
설문 응답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기업은 소프트웨어·솔루션 개발판매 기업 47%, 인터넷서비스 기업 24.9%, 전자상거래 기업 8.8%, 웹에이전시·웹구축·시스템통합(SI) 기업 5.8%, 하드웨어·부품개발 기업 0.9%, 기타 12.6%였다.
이 가운데 상장기업은 21.5%, 비상장기업은 78.5%였다.
응답자들의 직위 분포는 사원 47.2%(204명), 대리 21.3%(92명), 과장 14.4%(62명), 부장/팀장 16.9%(73명)였다.
설문지 배포기업 : 게임빌, 게임파크, 골드뱅크, 나눔기술, 나모인터랙티브, 네띠앙, 네오위즈, 네오캐스트, 네이버, 네트빌, 넥서브, 넥슨, 노머니, 다날, 다모임, 다음커뮤니케이션, 더블클릭, 드림엑스, 드림위즈, 디엠에스랩, 디조벤처, 디지털드림스튜디오, 딴지일보, 라스코엔터테인먼트, 라이코스, 리눅스원, 리눅스코리아, 메일캐스터, 모비츠, 미래온라인, 별나우, 보이스웨어, 소프트그램, CCR, 시큐어소프트, 신지소프트, 심마니, 싸이버텍홀딩스, 싸이월드, 씽크프리, 아델리눅스, 아이마스, ICG, 아이월드네트워킹, 아이비즈넷, 아이코, 아이티플러스, 안철수연구소, 양철집, 에스큐브, 어헤드모바일, A3시큐리티, 에어코드, 에이메일, 엑토즈소프트, 엔씨소프트, 엔키노, FID, 여자와닷컴, 오란디프, 옥션, 온빛시스템, 와와, 위세아이텍, 이셀피아, 이씨마이너, 이지솔루션, 인성정보, 인터파크, 인포웹, 일렉트릭 아일랜드, 주부닷컴, 지식발전소, 컴투스, 코코넛, 태울, 파이언소프트, 펜타시큐리티, 프리챌, 한국정보공학, 한글과컴퓨터, 한컴리눅스, 해커스랩, 휴노테크놀로지 (가나다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