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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중국, 한국 게임 ‘러브콜’
[e비지니스] 중국, 한국 게임 ‘러브콜’
  • 이경숙
  • 승인 2001.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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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225억원… 인프라 구축 속도 빨라 잠재력 무궁무진
4월 중순, ‘이브이소프트’(evsoft)라는 간단한 제목의 e메일 한통이 날아왔다.
“우리 회사는 한국 게임들을 요해하고 있는 중이지만 한국 게임 개발상들이 중국 시장에 어느 만큼 요해하시는지 궁금하고요, 중국 시장에 들어서려 노력하는 회사들의 구체적인 인포메이션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e메일을 보낸 이는 이브이소프트 www.evsel.com라는 중국 유통업체의 게임 수입 담당 연미화씨였다.
연씨는 시장의 20%를 점유하는 메이저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한국 PC게임 업체를 알고 싶어했다.



영업금지 당했던 PC방들 3월 재개
하지만 중국이라면 우리 업체들이 진출해 이미 쓴잔을 마신 시장이 아니던가. 지난해도 많은 기업들이 중국 특유의 법규나 상거래 관행, 조세정책에 말려들어 보따리를 싸 한국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베이징에서 PC방 사업을 하던 한 회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 경찰한테 PC 30여대를 빼앗기기도 했다.
중국에선 ‘왕바’(網巴)라 부르는 PC방에서는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중국 법률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소프트웨어로 중국 시장을 두드렸던 또다른 업체는 일주일도 안돼 불법복제 제품이 나도는 바람에 헛물만 켜고 말았다.

‘리니지’, ‘드래곤라자’, ‘신영웅문’ 등 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게임 업체들도 중국 시장의 문을 열기는 주저한다.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면 손실이 크다는 계산이다.
엔씨소프트 해외사업팀 고경준씨는 세가지 방해요인을 지적한다.
우선, 인터넷 보급이 광저우, 상하이 등 해안 도시에만 치중해 있다.
베이징 외엔 내륙 온라인게임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금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지점간, 은행간 온라인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계속 미뤄지는 것도 꺼림칙하다.
무역 분쟁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제재를 받는 것이 게임 등 문화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브이소프트 연미화씨는 우리 게임 업체들의 이런 불만을 전해듣고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중국 게임, 특히 온·오프라인 PC게임은 별다른 제한 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중국 문화부에서 3개월 동안 PC방 정돈사업을 진행한 게 사실입니다.
한국 회사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PC방들이 영업을 금지당했고, 게임기 수입을 일절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PC방들이 베팅(내기) 게임들로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완전히 허락한다는 규정은 아직까지 없긴 합니다만….” 중국 정부가 PC방 영업 금지란 강수를 쓴 건 사회적 반작용 때문이란다.
지난해 PC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한 농촌학생은 부모가 꾸중하자 자살해버렸다.
한 남자는 PC방 베팅게임에 미쳐 하루 저녁에 전재산을 잃고는 미쳐버렸다.
PC방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자 중국 정부는 ‘정돈’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욕구까지 막을 순 없다.
중국의 한 게임마니아는 바다 건너 대만에서 ‘리니지’를 사와 대만 서버로 연결해 게임을 즐긴다.
어떤 게임마니아는 베이징에 출장나온 한국 게임 업체 관계자와 만나기 위해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오기도 했다.
게임 전개 방향을 묻기 위해서였다.
중국 게임 시장은 경제 규모와 함께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국 PC게임 시장은 1억5천만위안(약 2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은 우리 PC게임 시장의 40% 크기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인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게임 업체들은 시장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제작비용, 기술, 제작속도 면에서 외국 게임들이 중국 게임 업체들보다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중국 20여개 게임 업체 가운데 10여개가 영업이 되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다.
덕분에 미국의 테이크2, 독일의 인코골드(IncoGOLD), 일본의 JSS 등 많은 외국업체들이 ‘게임 신대륙’ 중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물론 한국업체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몇몇 게임은 이미 중국에 성공적으로 거점을 마련해놨다.
한·중·일 다국어 온라인게임 사이트인 삼국지온라인 www.kingwars.com은 중국에서 4위를 달린다.
북마크 www.bookmark.co.kr의 이 서비스는 ‘163닷컴’, ‘시나’, ‘소후’ 등 대형 포털 업체의 인기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하지만 접속시간과 접속횟수로만 치면 한사람이 평균 1시간10분에 15회로, 사실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국지온라인은 광고 한번 없이 네티즌의 입소문만으로 중국에서 70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홍보라고 해야 고작 7개 게임전문 사이트 게시판에 소개를 올린 것뿐이다.
일본 회원은 5만명, 우리나라 회원은 3만명이다.
중국 게임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시장 커지면 진입 어려울 것” 이 게임이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선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PC북마크 유영택 마케팅팀장은 중국 인프라에 맞는 서비스 때문이라고 전한다.
우선 그래픽이 적은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이라 전화모뎀 접속이 많은 중국 네티즌한테도 불편함이 없다.
별도로 게임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을 필요없이 사이트에서 바로 즐길 수 있어 단속을 두려워하는 PC방 업주들도 좋아한다.
중국의 고전 <삼국지>에서 따온 게임시나리오도 중국 게이머들의 자존심을 한껏 고무시켰다.
최근엔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로 반일감정이 한층 높아져 ‘한편’인 우리 게임에 대한 인기가 반등한 점도 작용했다.
북마크는 5월부터 한·중·일 동시번역 채팅서비스를 시작한다.
8월엔 월 20위안(약 2천원)짜리 유료회원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금체제가 튼튼한 포털사이트, 게임전문 사이트들과 손잡고 채널 다양화를 추진중이다.
또 6월엔 3D PC게임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출시할 계획이다.
베이징 청화대학의 게임 벤처 ‘홍은’이 게임엔진을 맡고, 북마트가 기획과 3D를 맡아 공동개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시장에 들어간 위즈게이트의 다크세이버 www.darksaver.com는 큰 인기몰이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위즈게이트는 초조해하지 않고 거점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무역업체 ‘호택’과 함께 현지법인을 세운 것이다.
현지법인은 PC 400대를 갖춘 대규모 PC방도 짓고 있다.
김상기 마케팅팀장은 “중국이 초고속통신망이나 PC방 같은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갖춰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 들어오면 이미 늦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브이소프트 연미화씨도 지금 빨리 오라고 독촉한다.
“어느 업계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 PC게임 시장은 오르막길에 있습니다.
한국 게임은 지난해부터 한국 영화와 가요들이 점차 환영을 받으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내드린 우리 회사와 중국 시장 상황을 간추려서 발표한다면 한국 회사들이 더 많은 정보를 얻어 양국간의 무역도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
중국시장 진입 성공하려면
>한국 게임 업체들이 어떻게 해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나. 중국 현지 판매망이 넓고 수입경험이 풍부한 게임 업체나 유통업체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외국회사들은 대부분 유통사를 통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 게임 업체들은 대부분 게임의 중국어화 실력이 완전하지 못하고 판매망이 좁다.
그래서 외국업체들이 중국 현지 게임 업체들과 직접 사업을 하는 경우는 아직 아주 적은 편이다.
>중국의 각 성마다 게임에 대한 법률이 달라 외국 게임 업체가 곤란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 게임 업체가 중국 시장에 나가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법률 지식이나 관행 같은 것이 있다면. 외국 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들어설 때 꼭 알아야 할 점은 사행성, 폭력성, 이상성욕(erotomania)이 너무 강한 내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유럽 게임들을 수입할 때 우리 회사는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는 부분들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수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 거절하는 내용이 3분의 1을 넘으면 수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각 성마다 법률이 다르다는 소문은 오해다.
각 성마다 법률은 통일돼 있다.
엄격성에 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국 경제가 도약적으로 발전하는 상황이라 게임업도 날로 법제화되고 있다.
>중국 유통업체들은 외국 게임을 수입해올 때 게임 판매에 어느 정도 관여하나. 수입 계약을 맺은 뒤 우선 중국에 출판을 신청한다.
일반적으로 40일 정도 걸린다.
우리가 중국어화, 광고, 보충설계, 설명서 제작, 제품포장 과정을 완수한 뒤 도매상들한테 넘겨주면 그들이 소매상들을 통해 시장에서 판매한다.
>중국 업체는 게임의 어떤 점을 보고 수입 여부를 판단하나. 한국 시장 안에서의 인기라든가, 아니면 해외 배급 성공 정도라든가, 수익 분배율을 본다.
가장 중시하는 점은 중국 시장에서 환영받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우리 회사에서 샘플을 받아 중국 시장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판단되면 우리 판매상들의 수요 정도를 알아본다.
가격도 이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게임 커뮤니티를 이용하라”
중국 게임사이트 1위 ‘삼국지온라인’의 조언 1. 커뮤니티를 활용하라 ‘삼국지온라인’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전혀 마케팅비용을 들이지 않았다.
홍보활동도 단지 한국의 운영자가 중국의 게임전문사이트 게시판 7개에 소개글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나머지 과정은 게임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저절로 이뤄졌다.
모 게임사이트는 회원들이 ‘삼국지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해버리자 북마크에 제휴를 요청해오기도 했다.
2. 전문 법률가의 상담을 받으라 중국 업체와 제휴할 때는 반드시 현지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공산주의에 기반한 중국법 체계는 한국 사람한테는 매우 낯설다.
또 중국기업들은 MOU를 체결하고도 실무 협조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그런 문화를 감안하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3. 예상 수입은 근거를 가지고 말하라 중국인들을 실리적이다.
구체적인 숫자를 좋아한다.
한국에서처럼 대충 기대수익률을 이야기하는 건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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