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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바벤] ⑬ 뉴트라세티컬
[닥터바벤] ⑬ 뉴트라세티컬
  • 허원(강원대 교수)
  • 승인 2001.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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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식품, 속은 약품?

식품에서 질병예방 효과있는 성분만 추출해 상품화… 과학적 효능도 입증

미국에선 먹는 문제가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됐다.
의식주 면에서 미국은 최고의 풍요를 자랑한다.
이런 미국이 새로운 먹는 문제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처럼 들린다.
미국은 인구의 약 3분의 1이 비만상태이며, 영양 불균형으로 갖가지 질병에 노출돼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정크푸드’라고 부르는, 칼로리에 비해 영양소가 적은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치를 훑어보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비타민A나 비타민C, 비타민B복합체와 필수미네랄인 칼슘, 마그네슘, 철 섭취량이 일일 권장소비량의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여성들은 카페인 섭취 증가, 가공식을 통한 다이어트로 여성질환 발생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햄버거나 피자, 콜라 등 10종류 이하의 음식만을 섭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식품과 약품의 강점만 모아 90년대 들어서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생활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음식 이외에 허브나 미네랄, 비타민제 등을 따로 섭취해 질병을 예방하려고 하는 것이다.
적절한 보조식품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89년엔 영양(nutrition)과 의약품(pharmaceuticals)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뉴트라세티컬(nutraceuticals)이 등장했다.
전미국립암연구소에서는 90년부터 항암 기능성이 있는 식물 성분의 연구를 시작했다.
이와함께 지난 90년 발효된 영양표시 및 교육법(NLEA:Nutrition Labelling and Education Act)에 따라 식품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으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건강 관련 효능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수요가 점차 늘면서 ‘뉴트라세티컬’이라 부르는 제품군과 시장이 형성돼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250여개의 뉴트라세티컬 전문 기업들이 있으며, 대규모 제약회사나 바이오 기업들도 뉴트라세티컬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동양권에선 예로부터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고 여겨왔다.
음식이 질병과 관련이 있으며, 섭생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어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새로 조명받고 있는 뉴트라세티컬은 일반적으로 질병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식품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구체적인 성분, 또는 효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분 그 자체를 일컫는 용어인 것이다.
예컨대 등푸른 생선, 녹차, 새우 껍데기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선에 들어 있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불포화 지방산, 녹차의 카테킨, 새우의 아스타산틴 등 식품에 들어 있는 특정한 물질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뉴트라세티컬은 객관적으로 효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 성분의 존재 여부를 가려 효능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약품과 똑같은 수준의 효능검사를 통해 정확하고 과학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건강식품과는 분명히 구분지을 수 있다.
뉴트라세티컬은 의약품과도 구별된다.
식품이면서 의약품의 효능을 갖고 있지만 일상적으로 섭취하며 예방의학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뉴트라세티컬은 의약품과 건강식품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가공식품을 주로 소비하는 미국에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에 바탕을 둔 공급체계와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소비자의 요구가 잘 결합하면서 뉴트라세티컬 시장이 탄탄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에 비해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명확한 법적인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국내에서는 과대 허위 광고의 피해사례가 자주 보도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나라 건강식품 시장은 소비자에게 불신을 당하고 있어 미국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심장질환 등 질병 예방효과 입증 미국에선 심장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뉴트라세티컬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
아마도 이는 미국에서 심장질환자가 가장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인다는 은행잎은 미국에서만 1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소화관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스테로이드 성분을 포함한 마가린은 유럽에서 판매돼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국내서도 식물에서 추출한 스테로이드 성분, 또는 감귤이나 다시마 따위에서 뽑아낸 콜레스테롤 저하용 뉴트라세티컬을 판매하고 있다.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뉴트라세티컬은 버섯에서 추출한 베타글루칸과 녹차의 카테킨, 저분자화된 키토산, 엉겅퀴과 식물의 일종인 에키나시아(Echinacea) 등이 있다.
이런 뉴트라세티컬은 임상적으로도 면역기능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
치매나 스트레스 예방에 도움을 주는 뉴트라세티컬은 비타민E나 아세틸-L-카르니틴, 지의류의 한 종류에서 추출한 휴퍼진A, 우리 몸 속에도 약간 존재하는 유비퀴논(Coenzyme Q-10) 따위가 알려져 있다.
약한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는 고추나물, 스트레스와 긴장 완화에 효과가 있는 카바라는 피지 자생 식물이 있으나 아직 유효성분은 밝혀지지 않다.
뉴트라세티컬은 비즈니스 면에서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의약품과 달리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개발을 마칠 수 있다.
따라서 자본 투자에 대한 회수가 빠른 장점이 있다.
게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다른 기관의 규제가 적어 식품·제약 회사들은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건강식품 시장은 지난 몇년 동안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99년부터는 약 7% 수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며, 2004년에는 9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닥터 바벤은 베일에 가려진 허 교수의 닉네임입니다.
마법의 곰팡이 ‘홍국’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홍국은 중국의 누룩에 해당하는 것이다.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누룩에서 특별히 붉은색 누룩을 골라내고, 몇천년 동안 주류를 비롯한 발효식품 제조에 사용해온 것이다.
홍국을 생산하는 지방은 붉은곰팡이가 주변 흙 속까지 자라 땅이 온통 붉은색이라고 한다.
홍국은 쌀에 붉은 색소를 내는 모나스커스라는 곰팡이가 자란 것인데, 배양방법에 따라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는 로바스타틴이라는 물질을 생산하게 된다.
미국의 파마넥스가 개발해 콜레스틴이라는 제품으로 소개됐는데, 매년 1억달러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가장 성공한 뉴트라세티컬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현재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에 따라 구입하도록 돼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회사에서 홍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홍국은 붉은색 쌀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홍국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로바스타틴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홍국을 먹는 것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로바스타틴이 포함된 홍국을 섭취해야만 효과가 있다.
이처럼 뉴트라세티컬은 유효 성분의 존재 여부가 중요하다.
주요 뉴트라세티컬의 효능 뉴트라세티컬 (효능) 토코트리에놀 (비타민E의 한 종류로, 항산화 작용을 하며 콜레스테롤 저하 효능이 있다.
) 타우린(항산화제로 면역력 증가) 몰리브덴(무기염류로 관절염 등에 진통효과가 있다.
) 인산콜린(간장 보호 작용) 리포익산(혈당대사를 원활하게 도와준다.
) 카테킨(녹차 성분의 하나로, 항산화제 역할과 면역증강제 기능을 한다.
) 루틴(메밀에 많은 성분으로 시력을 보호하고 인체의 저항성을 높인다.
) 셀레늄(미량의 미네랄로 항산화 작용을 보조하고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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