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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4월 반등, 1월과 다르다
[머니] 4월 반등, 1월과 다르다
  • 이원재
  • 승인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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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반등, 장기순환론에 근거한 반전… 구조조정 호재 받쳐주면 신흥시장 동반상승 이끌 수도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라.”
삼성증권은 4월27일 보고서에서 “10년 정도의 주기로 움직여온 미국 경제를 되돌아보면, 2001년 4월의 주식시장 변화는 연초와는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조정기에 주식을 저점매수하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80년대 이후 미국 경기가 대략 7~8년의 상승과 1~2년의 급격한 조정을 보였다는 사실에서 이런 충고의 근거를 찾는다.
2000년 초부터 시작된 급작스런 경기악화는 90~91년 이후 꼭 10년 만의 일이다.

81년과 90~91년에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지수 움직임을 보면 2001년 주식시장 반등시점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게 삼성증권의 분석이다.
82년을 되돌아보면, 경기악화 조짐의 영향을 받아 81년 8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S&P500지수는 경기상승세가 무너진 뒤 15개월이 지난 82년 7월께 고점대비 20% 하락한 상태에서 반등을 시작했다.
90~91년의 경우에도 경기악화가 시작된 89년 1분기 이후 20개월 정도 흐른 90년 11월에 15% 떨어진 상태에서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이 다시 한번 뒤를 받쳐준다면 한국 시장도 대세하락 국면을 접고 질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게 삼성증권의 분석이다.
역실적장세 마무리 조짐… 추세 반전 희망 증권가에서 “4월의 주가 반등은 1월의 반등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1월 초의 상승세가 미국 금리인하를 재료삼아 유동성을 근거로 단기적 반등을 시도한 ‘반짝 반등’이었다면, 4월의 반등은 실적에 근거하고 있는 탄탄한 모양새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구조조정 관련 호재 등 몇가지 재료만 실리면 곧장 하락 추세가 상승 추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들린다.
98년 중반부터 상승 추세로 출발해 지난해 초부터 하락 추세로 꺾인 하나의 긴 주가변동 사이클이 끝나고 다른 하나의 사이클을 만들기 시작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주가 반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투자전략가들은 “주가 4단계순환의 마지막 국면인 역실적장세가 마무리되는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은 일반적으로 유동성 위주의 금융장세에서 시작해 기업실적 호전이 뒷받침되는 실적장세까지 상승세를 보인 뒤,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역금융장세부터 기업실적 악화 소식이 들리는 역실적장세까지 하락세를 보인다.
그런데 최근 한국 증시의 선행지표처럼 작용하고 있는 미국 증시에서 역실적장세가 마지막 국면에 들어서고 금융장세의 시작이 머지 않은 듯한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증시, 특히 98년 이후 증시를 이끌어온 첨단기술주들은 이런 미국 증시 신호에 뒤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김도현 연구원은 “지난 1월에는 미국 금리 깜짝 인하에 따른 급작스런 유동성 랠리여서 바로 급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4월 미국·한국 시장 동반상승은 실적악화 발표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일어난 것이어서 추세 반전의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 주요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그룹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지난 4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24개 주요계열사의 올 1분기 전체 매출이 31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조6천억원 늘었으며, 세전 순이익은 2조7천억원으로 지난해의 2조8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요기업 1분기 실적 ‘선방’ <한겨레>가 지난 26일 벌인 10대그룹 대상 1분기 실적 조사 결과에서도,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경영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현대그룹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6조6700억원 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LG그룹은 건설과 홈쇼핑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지만 전자와 화학은 매출이 조금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계열분리로 재계 서열 5위에 오른 현대자동차는 1분기 매출액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백화점 등 내수 위주 기업들도 소비심리가 조금씩 회복된 덕인지 매출이 10~20% 증가했다.
주변 여건에 견주면 전반적인 기업실적이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같은 날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도 경기악화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근거를 조심스럽게 제시해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중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2% 증가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8월 24.8%에서 지난 1월의 0.1%까지 떨어졌다가, 2월 8.8%를 기록한 뒤 두달째 호조를 보인 것이다.
2월에 견주면 0.3%가 증가한 수치다.
출하지수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 전월 대비 1.7% 증가했다.
뚜렷한 반전세는 아니지만, 사상 최악일 것 같던 애초 예상에 견주면 상당히 선전한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통계청이 함께 발표한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에서도 경기가 바닥권에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경기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3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7.7포인트로, 2월보다 0.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월의 0.9포인트 감소, 2월의 0.5포인트 감소에 견주면 크게 떨어진 것이다.
12~14개월 뒤의 경기를 예측해볼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는 전달에 견줘 0.5%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전달에 비해 0.4% 하락한 뒤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 2월 0.4% 상승한 뒤 두달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통계청쪽에서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 정도 흐름이 이어져야 추세가 전환된다고 볼 수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기는 하지만, 주요기업 실적과 경기 전반 양쪽에서 ‘경기악화세의 끝자락이 보이는 듯한’ 수치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소홀히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나 항상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식시장 일부에서는, 이런 ‘실적악화세 둔화’ 현상은 대바닥 탈출 국면인 ‘역실적장세 마무리’의 전형적인 모양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이 4월24일 내놓은 ‘2분기 증시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를 보면 이런 시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대증권은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주가반영이 마무리되고 있으며 시장의 실적 전망치 하향 작업 속도 역시 완만해지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가 네차례에 걸쳐 이뤄지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질 전망이고 △주요 IT기업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 및 재고조정이 일어나는 등 경기순환 주기상 침체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회복이 가까워졌다는 점을 ‘역실적장세 마무리의 증거’로 제시했다.
이런 시기에는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현대증권은 ‘IT주 폭락사태’는 이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번 전환기에는 반도체 등 대표 IT주를 저가매집하라고 충고했다.
최근 대형자금이 첨단기술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미국 뮤추얼펀드의 자금흐름에서도 드러난다.
미래에셋증권이 4월19~25일 사이 미국 뮤추얼펀드 동향을 분석한 결과, 전체 주식형 펀드에는 9억7천만달러가 유입돼 3주 연속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테크펀드나 공격적 성장형 펀드로는 자금유입이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 인터내셔널펀드에서 8억4천만달러가 유출되는 등 일반 지역분산펀드들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나스닥시장이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추격매수’ 아닌 ‘조정 때 매집’ 시기 증권가에서는 IT 관련 대표주 외에도 유동성(금융)장세의 대표적 주도주인 우량금융주, 원화약세 수혜주 등 실적호전주 중심으로 조정 때 저가매집 전략을 취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대부분 증권전문가들은 “바로 본격적 상승기가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며, 3분기가 돼서야 본격적 추세전환 움직임이 시작될 듯”하다고 말한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먼저 경기상승 전환 신호가 뚜렷하게 나와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2분기는 끝나야 주가 방향성이 잡힐 것이다.
경기가 오름세로 돌아서야 주가상승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인데, 이게 아직 불분명하다.
시간을 두고는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때다.
단기적으로라면 크게 매력적인 때는 아니다.
”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남우 상무는 좀더 공세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외국인 투자가들은 신흥시장이나 아시아권에 대해 그저 중립적이다.
이럴 때 현대전자 문제나 대우자동차 문제에 돌파구가 생기는 등 구조조정 대형 호재가 터지면 한국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전체에 의미가 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 구조조정과 관련된 분명한 재료가 나타난다면, 한국 시장이 신흥시장이나 아시아권 전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관심을 끌면서 오름세를 견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살얼음을 걷는 듯 불안한 희망이지만, 절망의 나락에는 이제 바닥이 보이는 듯하다는 게 요즘 시장의 정서다.
주식시장의 ‘4계절 이론’
최근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이 주가 바닥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논리로 ‘4국면 주가순환’ 이론을 애용하고 있다.
주가순환을 금융장세-실적장세-역금융장세-역실적장세의 4국면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던 것으로, 특히 금리와 경기가 주가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하기에 좋은 분석도구로 꼽힌다.
주가상승이 시작되는 1국면 금융장세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서 금리하락 등 통화확대 정책이 나오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와 주가상승을 뒷받침한다.
2국면인 실적장세에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시작되고 기업 실적호전에 따라 주가가 상승한다.
3국면인 역금융장세에서는 경기과열로 금리가 상승하고 금융긴축 정책이 벌어지면서 주가가 약세로 전환하게 된다.
4국면인 역실적장세에서는 기업실적이 둔화하면서 주가가 하락 반전한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경우 금리하락이 본격화하던 지난 98년 가을 1500선부터 금융장세가 시작됐다고 분석가들은 진단한다.
그 뒤 99년 가을 3000선부터 본격적인 실적장세로 급등세를 탔고, 2000년 봄 5000선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되며 역금융장세를 맞았다.
그 뒤 최근까지 역실적장세에 있다가 이제 막바지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한국 시장에 대입하면, 98년 후반 300선부터 금융장세가 시작해서 99년1월 650선까지 오른 뒤, 2000년 초 1000선까지 실적장세를 보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 뒤 2000년 5월까지는 대우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경색된 탓으로 역금융장세가 벌어지고, 그 뒤 최근까지 첨단기술주 실적악화 등에 대한 우려로 역실적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아직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기업실적 호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4분기께 기업실적이 호전되더라도 그 전분기께부터 금융장세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가는 먼저 바닥을 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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