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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CDMA 중국 진출 진정한 수혜자는?
[첨단기술주] CDMA 중국 진출 진정한 수혜자는?
  • 신동녁(IT 애널리스트)
  • 승인 2001.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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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삼성전자가 중국 CDMA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중앙 일간지와 정보통신 관련 신문들은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국내 CDMA 기술의 중국 진출로 어느 분야의 어느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인가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물론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을 상용화하였고, 그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중국의 CDMA 시장에 진입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통신의 기본 목표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선로를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다중접속(Multiple Access) 기술의 개발이다.
국가의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좀더 많은 국민들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중접속 기술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선통신의 경우 주파수 자원 자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중접속 기술의 이용은 피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다중접속에는 주파수를 이용하는 방법(FDMA),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TDMA), 상호 약정된 코드를 이용하는 방법(CDMA) 등 3가지가 있다.
지금부터 약 20년 전 필자가 군대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할 당시 사용하던 진공관장비가 바로 주파수분할다중접속(FDMA) 방식이었다.
필자의 기억으로 아마 한가닥의 선으로 12개의 통화채널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이 방식은 각각의 채널에 서로 다른 주파수를 할당하여 음성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꾼 후 한개의 선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귀로 소리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와 같이 모든 파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중에서 일부만을 균일하게 뽑아내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영화의 화면이 1초에 24장의 화면만 보여주어도 사람들은 이를 연결된 동작으로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을 남에게 배정하면 많은 사람이 동시통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초를 60등분하여 각각의 이용자에게 60분의 1초씩 배정한다면 하나의 선로로 60명이 통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많은 장비에서 TDMA 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이동전화에 적용한 것이 유럽의 GSM 방식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은 위의 주파수분할과 시분할 방식을 혼합한 것이다.
즉 시분할에서는 시간만 분할하지 사용 주파수는 분할하지 않는 점에 착안하여 분할된 시간에 대해 다시 주파수분할을 하는 방식이다.
단 주파수분할 방식이 아날로그를 대상으로 하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디지털 방식에서는 코드를 이용하여 이를 수행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위 세가지 다중접속 기술 가운데 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 즉 CDMA 방식이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술발전과 상업성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앞선 기술이라고 해서 상업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커다란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한 이전의 표준을 유지하려 하며, 자그마한 불편은 몸으로 때우거나 혹은 전혀 느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날마다 치고 있는 컴퓨터 자판을 보자. 현재의 영문 자판은 속도면에서 결코 효율적인 배열은 아니지만 누구하나 이 배열을 바꾸려는 사람이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영문자판은 쿼티(QWERTY)사에서 기계식 타자기를 위해 개발한 자판이다.
기계식 타자기는 자판을 누르면 활자가 달린 기다란 쇠막대기가 먹지를 쳐서 종이 위에 글자를 나타내는 방식인데, 타자 속도가 너무 빠르면 활자가 달린 쇠막대기가 종종 엉키곤 했다.
그래서 쿼티사는 속도가 좀 느린 자판을 고안해냈고 그것이 기계식 타자기 자판 표준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전동타자기가 나왔고, 지금은 컴퓨터로 워드작업을 하기 때문에 활자가 엉키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쿼티자판을 사용하고 있다.
즉 사람은 자신에게 한번 익숙한 표준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시장지배력을 넓혀왔던 유럽 GSM 방식에 대항해서 비록 앞선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CDMA 기술이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왜냐하면 TDMA 기술인 GSM 방식은 사실상 표준으로서 전세계 이동통신 인구의 80%가 사용하고 있으며, 그만큼 동일기술에 대한 네트워크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CDMA가 앞선 방식이라고는 하더라도 그것은 서비스 공급회사의 측면이지 이용자로서는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것, 새 방식 등을 좋아하는 우리 풍토에서나 세계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CDMA 방식의 이동통신을 용감하게 받아들이지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아마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에 중국이 제2 이동통신 사업자를 대상으로 CDMA 방식을 도입한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우리 결정이 틀리지 않았으며 중국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큰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이번 계약 내용을 보면 CDMA 종주국으로서는 참패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참여해서 삼성전자만이 전체 계약 1330만회선(약 3조1천억원)의 9%(약 2천억원)만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중국 정부의 집요한 수순에 말려 거의 원가수준에서 낙찰되었다는 점을 보면, 요즘 증권회사간의 수혜주 논쟁도 의미가 없을 듯 싶다.
수혜의 입장에서 보면 수순상 장비 및 솔루션 업체가 우선일 것이고, 그 후에 단말기업체가 될 것인데, 계약금액이 2천억원대에 머물러 의미가 퇴색되고 있으며, 단말기의 경우에도 중국이 완제품 수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CDMA 시장이 2005년까지 최소 80조원까지 성장한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CDMA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우리 장비업체나 단말기업체가 아닌 바로 중국 자신일 것 같다.
이번 중국의 CDMA 입찰과 관련하여 신문에 보도된 중국 관계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 세대에서는 손해를 보고, 자식 세대에서는 원가를 맞추고, 손자 세대에서 이익을 내면 되는 것 아니냐.” 먼 앞을 내다보는 그들의 원대한 기개가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엄청난 인구가 있으니 미래의 수익을 위해 우리에게 투자하는 사람은 항상 현 세대에 손해를 보아야만 한다는 논리 같아서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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