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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정보통신 사관학교', 그 뜨거운 삶
[직업] '정보통신 사관학교', 그 뜨거운 삶
  • 이용인
  • 승인 200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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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르르 찌르르르.” 도심 한가운데서 듣는 매미들의 구애 소리가 정겹다.
서울 동대문구 홍릉 옆에 터잡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gsmweb.kaist.ac.kr. 방학이라지만 학생들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느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너명의 학생들이 모여 재잘거리거나 수다를 떠는 풍경을 찾기란 쉽지 않다.
뜨겁게 내리꽂는 여름 햇볕도 교정의 한적함 앞에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하지만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힘껏 당긴 활시위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연구실마다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
강의실에선 복잡한 수식을 설명하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학생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밀려오는 한낮의 졸음을 쫓느라 안간힘을 쓴다.
테크노경영대학원은 지난 96년 문을 열었다.
1년에 1천만원이나 하는 거액의 학비, 그리고 ‘정보통신(IT) 경영자 사관학교’라 불릴 만큼 혹독한 수업방식 등으로 단박에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기업에서 추천하는 ‘학생’들만 교육시키는 위탁교육 형태였다.
‘자비입학’이라 불리는 개인지원자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해 최종합격자 178명 가운데 자비입학이 101명, 기업추천이 77명으로 두해 만에 개인지원자가 절반을 넘었다.
‘나’를 위한 안락은 없다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테크노경영을 전공하고 있는 이종섭(34)씨도 지난해 입학한 ‘자비학생 1호’다.
어느덧 석사 2년차라는 끝물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이어온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이 이번 여름이라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연구실에 ‘출근’하고 새벽 2시께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기숙사로 ‘퇴근’한다.
씻고 정리하면 새벽 3시 안팎이 돼야 기숙사 침대에 편안히 등을 댄다.
낮 12~1시, 저녁 6~7시, 이렇게 두번의 식사시간이 그나마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면 2년 동안은 외부세계와 단절된, ‘군대같은’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일요일에도 연구실에 나와야 할 만큼 빡빡하게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개인 시간을 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통학시간이라도 줄여보려고 ‘어쩔 수 없이’ 기숙사 생활을 택하게 된다.
나머지 절반 가량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
이씨도 아내와 20개월 된 아기를 멀리 포항 본가에 맡기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한달에 한번은 꼭 내려가겠다는 약속조차도 제대로 지킨 기억이 별로 없다.
테크노경영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은 몇년간 직장을 다니다 새길을 찾아나선 30대 안팎이 대부분이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게다가 엄청난 기회비용까지 지불하며 이들이 또다른 선택을 한 동기는 무엇일까. 물론 고된 현재를 담보로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2년 동안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담을 쌓아놓는 것 역시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고난의 행군, 그래도 행복한 까닭은 이씨는 영국서 화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다시 영국의 MBA(경영학 석사과정) 과정에 입학했다.
그건 아마 지도교수의 영향이 컸을 게다.
지도교수는 이씨가 새로운 실험을 할 때마다 늘 어떤 용도로, 어떻게 제품화할 것인가를 물으며 경영학적인 마인드를 요구했다.
지도교수의 격려로 MBA에 입학하긴 했지만 구제금융이 닥치자 치솟는 환율 때문에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98년 초 귀국한 그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하지만 기존 직원들도 내쫓던 터에 그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주는 기업은 없었다.
인터넷을 서핑하다 우연히 발견한 테크노경영대학원은 막다른 골목에 서 있던 그에게 외길 수순처럼 보였다.
“가정이 있는 놈이 또 무슨 공부냐”는 아버지의 호된 꾸지람도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도 눈에 밟혔다.
아내야 내놓고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걱정하는 기색조차 숨기지는 못했다.
1년 6개월의 고된 훈련을 지나온 지금,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화학실험실에서는 느낄 수 없던 역동성과 인간관계가 있습니다.
별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늘 새로움을 주지요.” 올해 입학한 송일석(27·경영정보시스템 전공)씨도 3년 동안 한 대기업 정보통신 분야에서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초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선배 엔지니어들이 채 몇년도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퇴물’ 취급을 당하는 것을 본 ‘비애’가 너무 컸다.
그건 몇년 뒤 자신의 자화상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학비와 생활비로 쏟아부어서라도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살 길이었다.
‘아직도’ 가시밭길, ‘그래도’ 희망을 본다 어렵사리 여기까지 왔지만 졸업을 코앞에 둔 이종섭씨의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다.
물론 후회는 없다.
은근한 경쟁조차도 그에겐 보약이었다.
연구실에서 낮과 밤을 바꿔 생활하며 사발면으로 밤참을 대신해도 재미가 있었다.
공을 들인 만큼 결실도 눈에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졸업 뒤 창업을 하겠다던 애초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린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창업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불안한 코스닥 시장도 영 마음에 걸린다.
최종 목표는 창업이지만 그의 마음은 왠지 벤처캐피털 심사역이라는 우회로쪽으로 기운다.
이번 여름이 그에겐 또하나의 갈림길로 다가온다.
어떻게 입학하나요?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은 매년 한차례씩 입학생을 선발한다.
입학정원은 5개 전공(테크노경영, 경영정보, 통신경영/정책, 환경경영/정책, 금융공학)을 합쳐 160명 안팎이다.
테크노경영대학원과 입학생들의 경험담을 근거로 주요 입학정보를 소개한다.
2001년 입학일정은. 원서교부는 2000년 11월6일부터 18일까지며 원서접수는 2000년 11월20일부터 23일까지다.
문의는 서울( 02-958-3214~ 6), 대전 (042-869-4114)으로 하면 된다.
선발절차는. 서류전형(1차)을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러 선발한다.
서류전형에는 입학원서, 입학추천서(자비입학은 제외), 교육과정 이수결과표, 대학 전학년 성적표, 대학졸업(예정)증명서, 면학계획서, 경력증명서, 토플 테스트 신청서 등을 제출한다.
면접은 4명의 교수가 참석해 전문성과 인성을 평가한다.
입학생들에 따르면, 면접이 상당히 엄격하며 질문이 예리하고 많을수록 합격 가능성이 높다.
토플 성적은. 서류심사가 종합평가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토플 성적이 좋다고 반드시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560점 이상은 돼야 한다.
경쟁률은. 99학년도엔 289명, 올해엔 361명이 응시해 각각 1.8대 1과 2.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테크노경영대학원 등록금은. 2년 동안 2천만원(금융공학 전공은 2800만원)이며, 2학년 여름방학 때 한달 동 실시되는 해외교육 경비는 추가로 내야 한다.
학과과정은. ‘경영통계분석’과 ‘크로스 컬처럴 매니지먼트’(외국인과 경영협력을 위한 과정)는 공통 필수과목이다.
또한 졸업 전까지 계량분석, 리더십과 조직관리, 재무회계, 정보기술과 경영정보, 기업활동과 경제활동 등 5과목 가운데 4개를 꼭 이수해야 한다.
방학 때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졸업 이수학점이 50점을 넘기 때문에 1학년 여름과 겨울방학 때는 계절수업을 들어야 한다.
또한 1학년 겨울방학 때는 두달 동안 중소기업에서 경영자문실습을 익힌다.
2학년 여름에는 한달 동안 해외연수를 실시한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내에 마련된 2주짜리 프로그램에 참석해도 된다.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과정은. 매학기(계절학기 포함)마다 대부분의 과목이 사례분석 보고서인 ‘텀 프로젝트’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담당교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과목당 중간고사, 기말고사, 텀 프로젝트라는 3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텀 프로젝트는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졸업 뒤 진로는 자비입학생의 첫 졸업이 내년 2월이기 때문에 통계를 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컨설팅회사나 벤처캐피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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