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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동통신업체들 파산 직전
[독일] 이동통신업체들 파산 직전
  • 손영욱 통신원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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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TS 라이선스 위해 수조원씩 차입, 서비스마저 불투명해 주가 폭락 행진
세계 제일의 이동통신사업자인 보다폰의 CEO 크리스 젠트는 지난해 여름 인터넷뱅킹과 대금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6개월 뒤에는 두번째 버전이 출시될 것이며,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노키아, 에릭슨, 팜, IBM,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CEO들도 잇따라 무선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출현을 예고했다.
특히 노키아의 CEO 요르마 올릴라는 2003년까지 무선인터넷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에릭슨의 CEO 쿠르트 헬스트룀은 한술 더 떠 2003년이 되면 3억5천만명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인지 차세대 이동통신 UMTS 주파수 경매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6개의 이동통신업체 CEO들은 시종 득의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시장은 그들이 너무 떠벌렸다며 눈총을 쏘아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기대를 항상 초과달성해온 이동통신업체들은 처음으로 수익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여전히 대중화의 길목을 넘지 못하고 있고, 매출은 애초 계산했던 것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UMTS마저 서비스 시작이 계속 연기되고 있어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업체마다 한달 이자만 500억원 달해 이런 와중에 함부르크의 경제매거진 <브란트 아인스>는 UMTS가 기술적으로 이미 한물 건너갔으며 재정적 파탄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사용자들이 음성 포털사이트에서 기존 휴대전화로 필요한 정보를 얻고, 호텔이나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교통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UMTS가 광범위하게 망을 구축하고 보급될 때는 한참 늦었다는 것이다.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운 곳은 지난해 UMTS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1조5천억달러로 추산되는 부채를 짊어진 이동통신업체들이다.
한국 돈으로 50조원에 이르는 라이선스료를 내기 위해 막대한 은행돈을 차입한 이동통신업체들은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한달에 이자로만 5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UMTS 서비스가 연기될 때마다 2010년 내지 그 이후로 예견되는 손익분기점도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못 견디고 파산신청을 내는 기업이 곧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프랑스의 UMTS 사업자 선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초 프랑스 정부는 각각 500억원에 4개의 라이선스를 줄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신청업체는 2곳에 불과하다.
3세대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은 곧바로 주식가격에 반영돼 텔레콤 관련 주식들이 연일 폭락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성공하기 위해선 단말기 제조업체 및 장비업체와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추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노키아를 비롯해 에릭슨, 모토로라, 지멘스와 같은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기지국을 세우고 통신망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단말기와 단말기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이 때문에 단말기업체의 시장예측과 개발일정은 이동통신업체의 사업계획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해 여름 UMTS 주파수 경매 직전 2001년은 UMTS의 전 단계인 GPRS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UMTS는 2002년 시작해 짧은 인큐베이팅 시기를 거쳐 2003년부터 대중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2002년 말이나 2003년 초에는 무선인터넷 접속자가 유선인터넷 접속자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에 기반을 두고 사업계획을 세운 이동통신업체들이 요즘 낭패를 보고 있다.
우선 노키아의 전망과 다르게 GPRS 서비스가 일년 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지난 2월 브리티시텔레콤의 독일 자회사인 비악인터콤과 도이체텔레콤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것도 애초 계획보다 5개월 가량 늦어진 것이다.
보다폰의 무선인터넷 포털 비자비(Vizzavi)도 시작이 올해로 미뤄졌다.
단말기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으로선 모토로라와 트리움, 삼성전자 정도가 초당 전송속도 50kbit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0kbit인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에 오래 접속하기에는 기존 충전지로는 한계가 있다.
노키아는 3월 말에나 기능이 개선된 새로운 단말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화면이 크고 컬러이면서 조작이 간편한 단말기는 올 3분기에 가서야 출시될 예정이다.
“GPRS는 UMTS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누구든 GPRS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UMTS에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노키아의 수석 기술연구원 랄프 비스만은 이렇게 강조하지만 당장 GPRS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참이었던 이동통신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도이체텔레콤은 최근 사업전망을 수정했다.
연말까지 가입자가 수백만명이 아닌 수십만명에 그칠 것이며 2천만명에 달하는 자사의 고객은 2002년이나 되어야 GPRS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도이체텔레콤은 이에 따라 UMTS 서비스도 늦어질 것이며 2004년이나 되어야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무선인터넷 채울 소프트웨어도 부족 UTMS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이동통신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은 노키아의 전망대로 매달 5만원 정도를 지출하는 기존 휴대전화 이용자가 UMTS를 사용하면 적어도 20%는 더 많이 지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뒤셀도르프 BBDO컨설팅의 소비자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이용자들은 지금의 지출을 더 늘릴 생각이 없다.
괜히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다.
소프트웨어의 부족 또한 이동통신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선인터넷을 채울 내용이 없는 것이다.
BBDO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대기업 중 단지 18%만이 UMTS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002년이 되어도 그 비율은 22%에 그칠 전망이다.
사실 지금까지 제조업체가 개발계획을 지킨 적은 거의 없었다.
9년 전 디지털이동통신(GSM)이 도입될 때에도 노키아를 비롯한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개발일정을 맞추지 못해 6개월이나 이동통신업체들을 애태우게 했다.
당시 유행했던 말이 GSM은 ‘Golbal System for Mobile’이 아니라 ‘God send Mobiles’의 약자라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업체들은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의 자회사인 오렌지, 도이체텔레콤의 자회사인 티-모빌(T-Mobile), 네덜란드의 KPN, 그리고 비악인터콤 등이 부채를 줄이기 위한 주식 상장을 앞두고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어느 기업이 살아남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기업의 덩치가 생존을 결정하게 될 것이. 유럽에서는 보다폰, 도이체텔레콤, 프랑스텔레콤, 브리티시텔레콤 정도가 살아남을 거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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