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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류 타고 돈이 흐른다
5. 한류 타고 돈이 흐른다
  • 베이징=여인옥 통신원
  • 승인 2001.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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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서 장년층으로 범위 넓어져… 한국상품 마케팅에 활용, 간접효과 높여야 <지하철1호선>을 봤다.
근 10년 만의 공연장행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문화생활에서 멀어졌던 필자가 이번에 공연장을 찾은 것은 이 한국 록뮤지컬에 대한 중국 언론의 호평 때문이었다.
<인민일보> <베이징만보> <베이징청년보> 등 주요 중국 언론들은 공연 몇주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공연에 대한 소개기사를 실었다.
도대체 어떤 공연이길래 중국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지 궁금해서 ‘베이징의 명동’인 왕푸징으로 향했다.
일부러 평일을 택해서 갔다.
첫날 공연이 만원사례를 기록했다는 언론의 보도 때문이었다.
공연시간은 저녁 7시15분. 몇명의 암표상들이 필자에게 다가와 200위안(한화 3만2천원)짜리 1등석 입장권을 100위안에 할인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꿋꿋하게 가장 싼 50위안짜리 표를 샀다.
공연장 앞은 중국 관객들로 성황이었다.
20~30대의 청년층이 대부분이었고, 40~50대의 중년층도 가끔 눈에 띄었다.
차림새로 보아 지식인층과 중산층 이상 시민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만원이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진지하면서도 뜨거웠다.
특히 대사로 처리되는 부분보다 노래와 록음악 밴드연주 부분에서 더 큰 호응을 보였다.
두시간여의 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중국 관객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한국인 관객으로서 가슴 뿌듯한 순간이었다.
H.O.T가 해체될 무렵 중국 대중음악 잡지들은 H.O.T의 얼굴을 표지사진으로 싣고, 해체 배경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베이비복스와 핑클 등 한국 대중가수들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중국 언론들은 이에 대한 소개기사를 실었다.
다른 나라 가수들에게는 없는 특별대접이다.
한국 대중가요의 경우 수요계층이 중국 청소년층에 국한돼 있지만, 한국 배우에 대한 선호계층은 훨씬 광범위한 편이다.
TV를 틀면 매일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중국 인기배우보다 김희선의 얼굴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등 중국 방송들은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희선의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사들인다.
한류, 홍콩 대중문화 압도 ‘한류’라는 문화현상의 발생은 문화의 유사성과 차별성의 공존 때문이다.
중국 청소년들이 한국 댄스음악에 열광하는 것은 홍콩 가수들과는 다른, 빠른 리듬의 노래와 색다른 힙합패션의 ‘차별성’ 때문이다.
그리고 서양 가수들과는 다른 외모, 즉 중국인들과 흡사한 외모의 미소년, 미소녀들이라는 ‘유사성’이 중국 청소년들의 마음을 끈 원인이다.
미국의 힙합을 한국식으로 비벼낸 것이 한국 댄스음악 인기의 비결이다.
한류는 진짜로 있다.
그러나 한류의 경제효과는 미지수다.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 H.O.T와 안재욱의 노래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음반 판매량은 10만~20만장에 불과했다.
불법 음반복제 때문이다.
1999년 중국 광전부의 조사 결과 정품 대 불법복제 음반 비율이 8% 대 92%로 나타났다.
한류를 통해 확실하게 돈을 번 경우는 김희선씨가 유일해 보인다.
그는 중국 무선전화 업체인 TCL의 광고 모델로 나서 6억원을 받았다.
안재욱씨가 모델로 나선 삼성 모니터가 지난해 중국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이런 성과에 모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H.O.T 해체 이후에도 한국 대중가요가 중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직접적인 음반판매 이득을 기대하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힘들 것 같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에도 지적소유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경제효과가 불투명한 한류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크지 않다고 해서 한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들은 중국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중국에 대해 관심도 많지만, 중국인들은 한국 역사에 대해 거의 무지하고 한국 자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한류 덕에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게 됐다.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에 이처럼 강력하게 영향을 끼친 것은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
30대 초반의 한 중국인 대학강사는 한국에도 고유의 문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또 그는 김희선이 한국에서 제일 인기있는 배우냐고도 물었다.
그는 한글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김희선은 알았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현상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간접효과가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상품과 대중문화를 ‘한국’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서 인식한다.
소비자들은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상품을 선택한다.
한류에 대해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는 한국 상품의 ‘차별성’에 주목할 수 있다.
한류가 주로 중국 청소년들 사이의 문화이기 때문에 한류의 경제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은 미래의 소비자다.
구매력이 적은 청소년들에게 즉각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장래의 구매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정부 제도적 뒷받침 절실 일부에서는 중국에 대체문화가 발전한다면 한류는 사그러들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비해서는 아직 덜 발전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이지, 중국내 대중문화 산업이 성장한다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사실 현재 중국에서는 한국의 댄스음악을 모방한 댄스그룹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노래말만 중국어지, 곡의 리듬과 댄스그룹 복장, 춤까지 한국 댄스음악의 복사판이다.
그동안 발라드만을 불렀던 홍콩의 인기가수들도 댄스음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류가 시작되기 전, 중국 대중문화 시장은 이미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 홍콩 대중문화에 지배된 상태였다.
한류는 중국 대중문화 대 한국 대중문화의 구도가 아니라, 홍콩 대중문화 대 한국 대중문화의 구도였다.
이는 한류가 중국 본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 한국보다 앞서 있거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 다른 중화권 지역에서도 공통적인 문화현상이라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홍콩의 <봉황TV>는 지난 8월 한류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남풍이 불던 아시아 시장, 즉 홍콩과 일본 대중문화가 점령했던 시장에 처음으로 동북풍, 즉 한류가 몰아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때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창조적인 상품이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대중음악과 관련해 불법음반의 유통을 막아야 한다.
중국의 불법음반 범람으로 한국 가수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하기 전에 한국내 불법음반 유통을 척결하는 것이 한국 대중음악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고 본다.
한국 소비자가 한국 영화를 봐준 것이 현재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됐듯, 한국과 중국 소비자가 한국 음반을 구매하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 발전에 큰 힘이 된다.
<지하철1호선>의 중국 공연은 한류의 범위를 넓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댄스음악이 한국 대중문화의 전부인 것으로 알던 중국 관객들에게 록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 사회비판적인 공연이 한국에서도 생산된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또한 공연장 관객 가운데 상당수가 지식인층과 장년층이라는 점에서 한류 수요자의 범위를 넓혔다.
한국 정부는 이 뮤지컬의 중국 공연을 후원했다.
이번 지원은 성공적이었다.
한국 정부가 앞으로도 우수하고 다양한 한국의 문화상품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주기를 바란다.

신라면 대박 비결은 ‘한류’

중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출장가방에 라면 보따리를 끼워넣던 일은 이제 옛추억이 되었다.
요즘엔 중국 대도시 할인점 어디에서든 신라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 신라면은 중국 상하이와 선양, 칭다오 등 3개 공장을 멈출 새 없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새우깡도 한국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심 홍보실 최호민 과장은 '지난해 1300만달러 수준이던 중국 매출이 올해엔 3천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다.
그는 이 가운데 3분의 2가 신라면 매출인 것으로 추정한다.
농심은 신라면 판매의 숨은 공신으로 한류를 꼽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H.O.T를 새우깡, 양파링의 TV광고 모델로 활용해 한류 바람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를 위해 선양농심은 1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개런티를 내고 H.O.T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광고에는 H.O.T 베이징 공연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강타의 5집 수록곡 <그래! 그렇게>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중국 청소년들에게 새우깡 바람을 일으키는 효과를 거뒀다.
신라면은 ‘바둑’ 마케팅도 펼쳤다.
농심은 바둑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해 ‘신라면배 세계바둑대항전’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번이 3회 대회인데 10월에 베이징, 11월 서울에서 1, 2차 대회가 열렸고 2002년 2월에 상하이에서 결승이 열린다.
이 대회는 <베이징TV>에서 생방송, 에서 녹화방송해 신라면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소비자한테 알렸다.
중국인들한테 한국 바둑 스타들의 인기가 높다.
이창호 9단이 대회장에 나타나면 팬들이 사인을 받으러 몰려들 정도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최호민 과장은 중국과 다른 맛이 소비자들을 끌었다고 자부한다.
베이징에서 팔리는 신라면은 그래서 한국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맛을 낸다.
광고에서도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라면 광고에는 부자가 등장한다.
아버지가 '라면은 어떻게 먹어야 맛있지'라고 묻자 아들은 '당연히 끓여 먹어야죠'라고 말한다.
중국의 기존 면류와는 다른 조리방법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경숙 기자 nirvana@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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