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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건강] 무릎 부상, 순간에서 영원으로
[골프와건강] 무릎 부상, 순간에서 영원으로
  • 김용찬(세란병원)
  • 승인 2001.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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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오와 고슴도치는 바늘 없이 태어난다.
" - 장파울

대학 시절, 그 여자의 첫 아르바이트 직장은 웃음소리가 부딪히는 호프집도, 깨끗한 청바지에 앞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서빙을 하는 커피숍도 아니었다.
챙이 긴 모자에 풍덩거리는 바지를 입고 줄창 걸어다녀야 하는 곳. 바로 골프장이었다.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캐디의 급료는 상당히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선택했다.
호기심에 함께 따라나선 친구들은 이틀도 채 버티지 못하고 도중하차했지만, 그 여자는 탁 트인 정경을 눈 안에 온전히 담아내는 일 자체를 즐겼다.
그린 체질이었던 셈이다.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은 그 여자는 초보골퍼에게 스스럼없이 코스 공략법을 조언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 뒤. 그 여자는 골프 전문기자와 결혼했다.
아르바이트하던 골프장에서 인연이 닿았다고 한다.
무심코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짭짤한 용돈과 즐거움, 인생의 반려자까지 얻게 해주다니. 그 여자는 남편의 권유로 당당한 골퍼로 입문하게 된다.
캐디 경험이 그 여자가 골프를 배우는 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전 프로골퍼였던 남편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여자는 신들린 듯 무섭게 성장했다.
그 여자는 곧 ‘싱글 핸디캐퍼’가 될 것만 같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최고기록이 93타인 그 여자에겐 아직 욕속부달의 경지인 ‘싱글’. 마침 석달 동안 해외 출장을 가는 남편이 흥미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자신이 돌아와서 첫 라운드 때 싱글을 기록하면 유럽으로 골프투어를 가자는 것이었다.
그 여자의 눈에선 섬뜩함을 느끼게 할 만큼 광채가 반짝였다.
마침내 결전의 날이 왔다.
그 여자는 첫 홀을 파(PAR)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끊었다.
남편은 뒷짐을 풀고 그 여자의 플레이에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여자는 자신있게 두번째 홀에서 1타를 시원스럽게 날렸다.
그러나 경쾌한 타구음 대신 뭉툭한 소리가 나더니 엄청난 크기의 디봇(divot:클럽이 깎아낸 잔디)이 하늘에 솟구쳤다가 저만치에 퍽 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여자는 주저앉아 무릎을 부여잡았다.
통증의 줄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남편의 눈가에는 걱정이 노을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골프처럼 몸의 특정 부위에 순간적으로 힘을 집중해야 하는 종목에선 무릎을 다치는 일이 빈번하다.
상체의 하중이 그대로 실리기 때문이다.
클럽으로 뒤 땅을 쳤을 때의 그 충격은 비단 팔목과 무릎에 국한하지 않는다.
무릎 부위 중에서도 특히 무릎관절면을 감싸고 있는 반월상 연골은 운동경기 중 파열되기 쉽다.
보통 똑바로 섰을 때 무릎관절에 걸리는 체중의 약 40~60%가 반월상 연골을 통해 전달된다.
이때 반월상 연골은 무릎관절의 접촉면을 넓혀줌으로써 관절 연골을 보호하고, 무릎관절 활액의 유활기능을 촉진시킨다.
이런 반월상 연골은 가장자리 약 3~5mm를 제외하고는 피가 통하지 않는 무혈성 조직이어서, 한번 파열되면 조직이 다시 붙지 않기 때문에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면 무릎 전체에 통증이 번진다.
걸을 때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무릎관절에 피가 차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무릎관절의 간격을 따라 압통이 생긴다.
갑자기 무릎이 펴지지 않거나, 자갈길을 걷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에서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장시간 지속되면 무릎관절 위의 ‘대퇴사두근’이 위축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MRI 촬영을 통해 진단을 받아야 하며, 이때는 무릎관절 안에 있는 다른 구조물의 손상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그동안 관절경을 이용해 파열 부위를 제거하거나 봉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연골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혈관이 없는 부분은 재생이 불가능한 탓에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반월상 연골판 제거술을 받으면 연골의 퇴행성 변화가 촉진되고, 퇴행성 관절염의 출현율이 높아진다는 임상보고가 나오면서 이제는 수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불완전 파열이나 변연부의 미세파열, 그리고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보존적 치료는 석고 부목을 대고 얼음 찜질, 소염제 투약 등으로 급성 증상을 가라앉힌 뒤 1~2주 동안 점진적으로 관절 및 근육강화 운동을 시킨다.
최근에는 생체연골을 이식하는 ‘생체 반월상 연골이식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절제된 부분에 생체연골을 이식하면 뼈와 뼈의 마찰을 줄임으로써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릎관절의 통증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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