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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PC 오래 쓰면 손끝이 얼얼하세요?
[직업] PC 오래 쓰면 손끝이 얼얼하세요?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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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 작업서 오는 RSI증후군 의심… 치료 힘들고 재발 잘 돼 한 시중은행 창구직원인 이정석(32) 대리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손과 팔이 계속 저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오른손 검지손가락 끝이 망치로 맞은 것처럼 얼얼하고, 손목은 뒤쪽으로는 젖혀지지 않을 만큼 아팠다.
게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목과 어깨쪽의 힘줄이 당기면서 아팠다.
하지만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리 아프지 않았다.
그는 쉴새없이 밀려드는 고객의 예금계좌를 정리하는 일만 4년째 맡고 있다.
이 대리는 처음에 컴퓨터 자판을 많이 두드리는 일을 하다 보니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로 여겼다.
뒷목이 뻣뻣한 것은 숫자를 잘못 입력하면 안 되는 업무 특성상 신경을 곤두세우다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했다.
퇴근 후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것으로 통증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통증은 가실 줄 몰랐다.
잠시 틈을 내 정형외과에 가 디스크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MRI 촬영을 했지만 결과는 ‘정상’이었다.
이 대리는 인터넷을 검색한 끝에 자신의 증상이 응급처치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결국 통증 전문 클리닉에서 ‘경견완 장해’와 RSI(Repetitive Strain Injury:반복사용 긴장성 손상)증후군의 한가지인 ‘손목터널증후근’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바르지 않은 자세로 앉아 컴퓨터를 쓴 게 원인이었고 키보드나 마우스를 반복적으로 조작하면서 손에 과도한 긴장과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언제나 그렇듯이 PC는 업무 생산성을 도와줄 것으로만 기대했다.
그러나 PC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번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PC 사용자 대다수가 앓고 있는 경견완 장해다.
이른바 VDT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이 증상은 잘못된 자세로 PC 모니터를 바라보며 입력 작업을 하다가 목과 어깨, 팔에 이상 증세가 오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신종 병명이 RSI증후근이다.
반복적으로 같은 작업을 수행할 때 상체 각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이 말을 맨 처음 쓴 쪽은 호주 의학계였고, 미국에서는 CTD(Cumulative Trauma Disorders)라고 부른다.
산업안전관리공단 김대성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RSI나 CTD나 사업장에서는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의학계에서 구분해 쓰고 있으니, 관련 정보를 얻을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RSI는 VDT증후군처럼 컴퓨터 사용 환경을 따로 두고 같은 신체 부위를 반복적으로 쓰는 작업을 주로 분석하는 것이고, MSD는 일반 산업현장에서 반복성이 높은 작업과 무거운 짐을 취급하는 작업에 치중해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견완 장해를 거쳐 ‘누적 외상성 장해’라는 용어를 써오다가, 최근 들어 미국식 분류를 따라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뭉뚱그려 부르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판정 큰 폭 증가 김대성 연구원은 '근골격계 질환은 제조업 위주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라고 말한다.
'같은 작업장에서 오랜 기간에 거쳐 같은 신체 부위를 반복적으로 쓰고, 그것도 부적절한 자세로 과도한 힘을 줄 때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근육이 쑤시고 뻣뻣하고 저리고 화끈거리고 아픈 증상이 특정 신체부위(주로 손과 팔, 어깨)에 나타나기 시작해 결국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악화된다고 한다.
서재현 통증클리닉의 서재현 박사는 'RSI증후근은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하거나 컴퓨터 마우스를 조작하는 사람,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많이 발생하고, 심지어 악수를 많이 하는 반복 작업으로도 신경과 근육, 다른 연부 조직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70% 가까이가 컴퓨터 게임 마니아나 컴퓨터 작업이 많은 젊은 층에 몰려 있다'고 전한다.
서 박사는 '이 증후군의 대표적 질환인 손목터널증후군은 골절이나 절단보다도 노동력 상실이 심하다'며 '일단 발병한 뒤에는 치료가 힘들고 재발이 자주 돼 예방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말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민감해진 힘줄이 손목뼈 터널에 있는 중앙 신경을 압박해 이 통증이 손목에서 팔로 전달되며, 손과 손목의 통증과 마비를 가져온다.
이정석 대리의 발병은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평균 7시간씩 PC 작업을 한 데 원인이 있었다.
그는 '마우스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오른손 검지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버릇까지 생겼다'고 털어놨다.
현재 그는 은행측 배려로 PC 사용을 하루 4시간 정도로 제한했고, 의사 말대로 한시간 타이핑을 하면 반드시 10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캐나다, 스웨덴,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방임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법규를 마련하고 있다.
질환의 위험요소를 사업주에 인식시키고 진료체계까지 규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면 종업원에게 질환의 위험성을 미리 알리고, 종업원이 문제가 생겼을 때 보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고 부상을 피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부상 정도와 치료 기록을 보관해야 하며, 의료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기업이 의무화해야 한다고 크게 6가지 틀을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와 노동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단순 반복근로자 작업관리 지침’을 정해 사업장에 내려보냈다.
여기서 작업시간과 작업자세, 작업공간 환경, 정기적인 건강진단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김대성 연구원은 '사업주들이 다른 복지 분야와 비교하면 너무 앞서있다고 비판할 정도로 지침의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이미 한국통신과 현대자동차 종업원들이 집단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으로 직업병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을 만큼 노동자들의 관심이 높다.
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 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99년 334명, 지난해 815명이던 것이 올해 들어 8월까지 1208명이 보고돼 큰 폭의 증가세에 있다.
금속산업연맹 박세민 산업안전부장은 '근골격계 질환 증가는 사업주가 노동부 고시를 이행하지 않은 탓'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이행하도록 노동부 고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공단 김대성 연구원은 '우리의 특성을 외면한 채 외국인의 신체 조건에 맞춘 일부 평가 툴로 사업장을 분석하고 안전 지침을 내리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김 연구원은 법제화 문제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지만, 외국의 관련 법규를 일부 수정해 적용하는 방식보다는, 노동자와 사업장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고 사업주의 의지를 끌어내는 과정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인간공학을 연구하는 전문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RSI증후군 예방법

● 의자가 척추를 똑바로 세워서 받치도록 똑바르게 앉는다.
● 하루 2시간 이상 컴퓨터 사용은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
● 타이핑 시간은 통증이 없이 칠 수 있는 시간보다 10분 적게 한다.
●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까지 일직선을 이루어 손목이 굽거나 휘지 않아야 한다.
● 한손으로 두개의 문자 사용을 피한다.
즉 Ctrl이나 Alt 키를 활용할 때는 두 손을 사용한다.
● 모니터를 사용자 정면쪽으로 놓으며 화면의 가장 윗자리를 눈높이로 맞춘다 ● 모니터를 지속적으로 보는 경우 적어도 10분마다 다른 곳을 멀리 보도록 한다.
● 키보드와 마우스를 어깨가 펴진 상태의 높이로 충분히 낮춘다.
● 키보드 사용이 가능하다면 마우스 사용은 피한다.
● 키보드 사용할 때 팔꿈치는 90도를 유지하고 어깨는 이완 상태를 유지한다 ● 마우스는 손을 옆으로 구부리지 말고 팔목과 일직선상으로 유지해 가볍게 쥔다.
● 컴퓨터 사용을 멈추고 매 30분마다 5~10분 이상 휴식한다.
● 사용하는 도중 앉은 상태에서 자주 스트레칭을 해준다.
도움말: 서재현 박사/서재현 통증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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