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LG, 유통사업 ‘고 아니면 스톱’
[비즈니스] LG, 유통사업 ‘고 아니면 스톱’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1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퍼·할인점·백화점 통합법인 설립… '시너지 효과''매각 위한 포석'분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지난 몇년간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말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는 업체는 업체끼리 뭉쳐 살아남거나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적자생존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지난 몇년간 굵직굵직한 세계적 인수합병이 연이어 보도된 탓에 이제는 웬만한 업체의 인수나 합병 소식은 한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릴 여유까지 갖게 됐다.
그룹 계열사간 인수합병이라면 아예 들은 체도 안한다.
하지만 LG의 움직임은 그냥 넘기기에는 심상치 않은 점이 있다.
지난 10월31일 LG는 유통부문 계열사 3개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LG쪽은 ‘유통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LG유통의 편의점과 슈퍼마켓부문, LG상사의 할인점부문(LG마트)을 올해 말까지 별도법인으로 분리한 뒤 내년 중 이들 2개사와 LG백화점을 통합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LG의 계획대로 유통사업이 합쳐지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종합 유통기업이 탄생된다.
신설 통합법인은 자산 1조2천억원, 자기자본 3200억원 규모가 되어 일단 덩치를 갖추게 되며, 매출액 규모만 봐도 올해 기준 2조5천억원을 넘어서 롯데쇼핑의 8조1천억원, 신세계 6조2천억원, 현대백화점 3조6천억원에 이어 단숨에 유통업계 4위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LG가 유통사업을 통합하는 것은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유통사업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LG는 유통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유통의 슈퍼마켓과 편의점 사업부문만 약 1조원의 매출에 7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냈을 뿐,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은 만년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LG증권 송계선 연구원은 'LG가 후발 유통업체로서 그동안 얼마나 고전했는지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LG의 고단했던 세월이 짐작된다.
유통계열사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일단 기대할 만하다.
3사가 하나의 회사로 통합 출범하게 되면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점포지원 부서를 통합해 판매관리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구매력이 커져 구매원가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게 LG쪽의 설명이다.
LG유통 박성환 상무는 '그동안 3사에서 각각 별도로 추진해온 유통사업이 단일 법인 안에서 경쟁력있는 사업구조로 재편되고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가 구축되면 사업부문간 전략적 충돌이나 동일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어, 각 사업부문은 더욱 강력한 성장 엔진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통합 유통법인에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롯데·신세계, '아직은 상대 안된다' 하지만 통합 유통법인 자체가 시너지 효과만으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유통분야에서 약진하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LG의 주력사업 부문이 화학과 전자에 집중돼 있고 아직은 유통업계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LG가 유통사업에 집중투자하며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동원증권 장승훈 책임연구원은 '이미 유통분야는 도저히 투자해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며 'LG가 해마다 4천억~5천억원 정도를 투자할 정도로 유통분야에 관심을 보일지가 의문'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유통 1, 2위 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도 별다른 반응을 내보이고 있지 않다.
비록 3개사가 하나로 통합돼 그 규모가 커졌지만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투다.
또 백화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롯데와, 이마트를 앞세운 신세계 입장에서는 주력 분야가 서로 다르다며 의미를 축소한다.
롯데백화점 이선대 과장은 'LG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편의점과 슈퍼마켓부문이라 롯데가 긴장할 이유는 없다'며 '유통업계에서만큼은 적어도 아직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LG의 움직임에 대해 ‘유통사업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주력업종인 화학과 전자, 통신사업 하기도 빠듯할 텐데 새로운 사업에 신규투자할 여력이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다.
한 애널리스트는 '모아서 팔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지금 모아서 판다고 하면 가격협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섣불리 발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LG가 유통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의견에 한표를 던졌다.
여기에 국내 유통 1위 기업인 롯데와의 빅딜설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의 호남석유화학이 LG의 주력업종인 화학분야와 무관하지 않고 LG의 신설 유통법인은 유통 전문기업인 롯데의 구미에 맞는다는 시나리오다.
롯데는 제의가 들어오면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먼저 손 내밀진 않겠지만 슈퍼와 편의점 사업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결정은 최고위층 몫'이라며 빅딜설이 무리가 아니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이 문제에 대한 LG의 입장은 일단 단호하다.
LG유통쪽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에 거액의 돈을 들여 모험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유통사업부문을 두고 국내 기업과 협상할 이유는 없다'며 빅딜설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제 LG의 유통사업은 하나로 뭉쳐졌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태세는 갖췄지만, 바꿔 말하면 팔기도 쉽게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신설법인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전적으로 LG의 이사회와 경영진의 판단이다.
과연 LG유통이 이번 통합으로 유통업계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재계와 투자자들은 섣불리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박성환/LG유통 상무
유통업계 새 바람 기대하세요

- 3사 통합 논의가 언제부터 시작됐나? = 국내 유통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외 유통업체의 신규 진출과 사업 확장 등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점포의 대형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어느 산업보다 많은 변화가 있는 게 사실이다.
LG의 유통회사간 통합 논의는 과거 몇차례 진행돼왔으나 최근의 급박한 유통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 통합에 대한 구도를 발표한 것이다.
- 일각에서 제기되는 매각설이나 빅딜에 관한 공식 입장은? = LG의 유통사업부문 통합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해외의 전문 유통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외자를 유치해 사업의 성장 엔진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선진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과 사업을 교환하거나 매각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 롯데, 신세계 등 선두기업들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 통합 유통법인의 출범으로 LG의 유통사업은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편의점, 슈퍼마켓 사업은 신규점포 출점과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집중함으로써 업계 최고의 질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양적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인터넷 쇼핑몰과 인터넷 슈퍼마켓 등 B2C 사업을 오프라인 점포와 결합해 사업 수익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할인점 사업도 신설법인 출범 후 지속적인 자원 투입을 통해 조기에 10개 이상의 신규점포를 출점해 운영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