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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세계 반도체시장 터널 길듯
[머니] 세계 반도체시장 터널 길듯
  • 최욱(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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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업체 매출·순익 악화로 경기회복 시기 논란 가열… 빠르면 4분기 회복 가능성
세계 2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UMC는 지난 5월14일 반도체 수요가 올해 안으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논쟁에서 분석가가 아닌 반도체업계 내부에서 비관론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UMC의 전망은 비관론이 세를 얻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역시 경기회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를 둘러싼 가장 최근의 경기논란은 지난해 여름 벌어졌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반도체 경기침체 여부였다.
그러나 지금 논란의 핵심은 경기회복 시기다.
대체적 의견은 반도체 경기가 올해 안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로서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소식이다.

낙관론자, 윈도우XP에 큰 기대 주요 기업들의 실적 역시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싱가포르차터드세미컨덕터는 지난 1분기에 309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세계 최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인 인텔은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와 8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역시 매출과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각각 19%, 50% 이상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경우 지난 2월 마감한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33% 줄어들었으며, 유럽 2위 반도체 제조업체이자 주요 메모리 공급업체인 독일 인피니언 역시 3월 마감된 회계연도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1억4600만유로에서 대폭 줄어든 2300만유로에 그쳤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시장의 회복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인 가트너그룹 산하 데이터퀘스트는 지난 5월8일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 전망치를 전년보다 16.7% 줄어든 1884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데이터퀘스트는 지난해 10월 올해 매출전망치를 전년보다 27.5% 증가한 2952억달러로 전망했으나, 반도체 경기가 급속한 침체를 보이자 올해 들어서만 네번이나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물론 반도체 경기회복을 낙관하는 주장도 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 제임스 모건 회장은 돌발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반도체 산업이 올해 안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모건 회장은 “시장의 투명성으로 반도체 경기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경기하락 주기도 조만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낙관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만 아이엔지베어링증권의 크리스 셰 분석가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의 가동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기가 바닥에 도달한 것 같다”며 조심스레 조기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셰는 “오는 8월과 10월 계절적 요인으로 PC 수요가 늘어나면 반도체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며 3분기 경기회복설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반도체협회(SIA) 조지 스칼리스 회장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재고조정과 거시경제적 요인으로 반도체 매출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나, 오는 3분기에는 재고조정을 끝내고 4분기에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시인사이츠의 빌 맥클린은 “향후 5년간 반도체 산업 연평균 성장률이 8~10%선에 그쳐 성장률 장기추세선이 90년대 초반의 17%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맥클린은 “과거에는 드물던 반도체 매출 감소가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소비보다는 가격 추이에 이상이 있으며 이는 펀더멘털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반도체 경기하락이 단지 주기적인 것이 아니라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는 근본적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의견도 나뉘고 있다.
독일 인피니언의 울리히 슈마허 사장은 “비록 순이익과 매출이 대폭 줄기는 했으나 메모리 칩 가격이 안정되면서 재고가 정상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그동안 메모리 칩 생산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억제돼왔기 때문에 일단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대폭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피니언을 비롯한 업계 낙관론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10월 선보일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우XP’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윈도우XP가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큰 메모리가 필요하고 이는 곧 메모리 수요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올해 설비투자 축소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예상치를 웃도는 수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설비투자 축소계획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22일 “올해 초 설정했던 연간 7조3천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조1천억원으로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며 “모든 반도체 부문에서 투자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삼성전자의 전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모두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과 기술력, 건실한 재무구조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는 삼성전자가 시장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낸 ‘강력한 수익창출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전망이 대단히 유망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삼성전자가 1분기에 수익을 창출했다 하더라도 2분기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침체 추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딘위터는 삼성전자의 2분기와 3분기 수익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살로먼스미스바니 역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1분기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삼성전자가 2분기에 바닥을 친 후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투자계획을 축소함에 따라 반도체 업계 전반에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경우 급속한 순이익과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고물량에 허덕이고 있다.
마이크론의 1분기 재고물량은 120일분으로 늘어나 지난 90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PC 시장이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인 점을 감안한다면 마이크론의 앞길은 깜깜하기만 한 형국이다.
현대전자에서 이름을 바꾼 하이닉스반도체의 처지도 비관적이다.
채권단의 지원으로 살아나기는 했으나 막대한 부채와 향후 설비투자를 위한 신규자금 투입까지 고려한다면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쟁력마저 상실하고 있어 미래가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당분간은 반도체 업계가 미소를 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고통의 시기가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로선 올해 안에 회복하기 힘들거나 빨라도 올해 4분기부터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터널이 애초 생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점차 농후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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